개업 선물 밤새 대전 상가에 다녀온 후 새로 개업한 사우나에 들렀다. 개업 선물로 휴대용 화장지를 주는데 업주 지음이라고 적힌 참승리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꿈은 금이요, 그 성취는 은이며 또한 실패는 다이아몬드니 좌절뒤 도전은 이 모두를 다 갖는 것이다. 아마 이분도 실패와 좌절을 겪으셨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다짐으로 이런 글귀를 적지 않았을까? 업주님, 사업의 번창을 기원합니다..... 사진속일상 2003.10.03
가을 풍경 [가을 풍경] 마가리에서 조금 나가면 저수지가 있고 산들 사이 그리 넓지 않은 평지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논이 있다. 가끔씩 여기까지 산책을 나가곤 했다. 한 시간을 걸어도 차 몇 대 만나기 어려운 조용한 길이다. 작년 가을 어느 날 찍은 사진이다. 그러나 금년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자연은 예전 모습 그대로 여전히 평화로울 것을..... 참살이의꿈 2003.10.02
내가 나를 위로하는 말 비 오는 날은 더욱 우울하고 답답하다. 체한것 같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꽉 막혀있는듯한 마음 덩어리가 속에서 울컥거리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을 알 것도 같다. 주먹으로 가슴을 쳐 본다. 그곳은 심장이 있는 자리다. 오늘은 혼자서라도 소주를 친구삼아야겠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자신에 대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이 자기 변명에 불과할 지라도 스스로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그 무엇은 있는 법이다. 절망이란 그 의미를 잠시 잃은 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다. 생존의 문제든, 이상의 문제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누구든 이런 좌절과 혼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계속 새로운 의미에 도전한다. 도전은 자의적일 수도.. 참살이의꿈 2003.10.01
남이섬에 다녀오다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 길 - 멀리 찍힌 다정한 연인이다가오더니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도시를 벗어나니 가을이 성큼 가까이 와 있었다.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자연의 순환 -- 고달픈 인생사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야속할 정도로 자연의 변화는 냉정하다. 우리나라 자살자 수가 노인만 하루에 7명이 넘는다고 하는 보도를 어제 신문에서 보았다. 그렇다면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나 되는 걸까? 수십명? 수백명? 그들의 절망감은 얼마나 컸던 것일까? 막상 자살을 결행하지 못하는 같은 고통의 또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것은 동시에 나의 아픔에 대한 위로도 된다. 누구 하나 가.. 사진속일상 2003.09.30
자유 / 김남주 자유 (김남주)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이 시를 읽으면 두렵다. `위선자`라는 벼락 소리가 내 정수리 위로 쏟아질 것 같다. 인간은 철저히 이기적이다. 물론 나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한 이웃, 고통받은 생명.. 시읽는기쁨 2003.09.29
코스모스(1) 어린 시절 고향 앞에는 신작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이 흰 먼지를 뽀얗게 달고 다녔다. 아름드리 포플러 나무들이 길 양편으로 줄지어 서 있었고,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길을 따라 만개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진 풍경이다. 포플러 나무는 베어져 없어져 길은아스팔트로 포장되었고, 쌩쌩 달리는 차들이 무서워 나무도 꽃도 자라지 못하고 사람도 걸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토평에서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에 다녀왔다. 엄청나게 넓은 코스모스 꽃밭이 펼쳐져 있었지만 추억 속의 그 옛날 코스모스 꽃길의 정취는 느끼기 힘들었다. 문명의 발달로 편리함은 얻었지만 우리는 또 다른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꽃들의향기 2003.09.28
飮酒16 / 陶淵明 少年罕人事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弊廬交悲風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孟公不在玆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예吾情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구나 도연명 스스로가 선택한 가난과 빈한이었지만 그의 전원 생활은 고달픈 나날이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낭만적 가난이 가능할까? `安貧`도 역시 가능할까? 먹을 양식도 떨어지고, 입을 옷조차 헤어져 찬 바.. 시읽는기쁨 2003.09.28
머나먼 길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얼마나 많은 고통의 강을 건너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설 수 있을까? 그 대답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마음을 비운다고 하면서 도리어 점점 더늘어가는 욕심들. 세월따라 내 가면은 덧칠이 더해져 자꾸만 두꺼워져 가고 이젠 희망도 사그러져라. 시간은 나를 구원할 수 없으니 몇 억 겁의 세월이 나를 요만큼 밀어왔으니... 무슨 물건인지 모르는 이 마음 하나 다스리는 것이 천하를 구하는 것보다 더 힘들구나. 내가 붙들고 있는 이 허상은 무엇인가? 쓰레기더미 속에서 찾아낸 쓰레기로 쓰레기 성을 쌓아놓고 나는 싸운다. 나에게 오지 마라. 내 보물 건드리지 마. `놓아라!` 서릿발같은 선승의 고함 소리 나를 내리치거라. 길위의단상 2003.09.27
사루비아 [사루비아, 한강 둔치] `사루비아 당신은 더운 음악이어요. 한 마당 가득 서러운 가을볕 속에서 이웃 사랑으로 가슴을 씻고 피 흘리며 타고 있는 슬픔 같은 것이어요....` (안도현 님의 詩 중에서) 핏빛 붉은 색이 강렬하여 도리어 슬픈 꽃 우리 꽃은 아니지만 가을 화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꽃잎을 따서 꽁지를 빨아먹으면 꿀맛같이 달콤했다. 꽃들의향기 2003.09.25
달려라 쉼없이 달려온 길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할 길.... 이젠 잠시만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다. 그동안 소홀히 해온 나를 바라보고 싶고 살아가는 인생의 의미를 묻고 싶다. 사진속일상 200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