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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Christmas!

♡ 올림픽공원의 크리스마스 트리 오전까지 안개가 자욱했다.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포근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텐데...... ................................ 오늘은 가난과 낮음을 택하신 그 분을 텅 빈 마음이 되어 맞이하고 싶다. 내 마음 속에 그 분의 따스한 불빛 하나 간직하고 싶다. .............................. 모든 분들, 그리고 아름다운 창조 세계의 뭇 존재들과 함께 Happy Christmas! 를......... .........................

사진속일상 2003.12.24

꿈 / 서홍관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지 논두렁 개울가에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밥 먹으라는 고함 소리도 잊어먹고 개울 위로 떠가는 지푸라기만 바라보는 열 다섯 살 소년이 되어보는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은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이면 웅변조로 자주 강조하셨다. "Boys, Be ambitious!" 다른 얘기도 많이 하셨을 텐데, 시간은 모든 걸 걸러내고 오직 하나만 남겨 놓았다. "야망을 가져라!" 스피커를 통해 찌렁 찌렁 울리던 그 소리는 늘 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당시의 나는 야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골뜨기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별로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또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꿈이나 희망도 대부분 낯 설었다. 내 능력 밖인 것 같았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무엇이 ..

시읽는기쁨 2003.12.23

춥고 쓸쓸한 마가리

현관문을 여니 싸늘한 냉기가 밀려온다. 집안 공기가 바깥보다 더 차다. 발바닥이 시러워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스위치를 올리니 보일러가 웅웅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수도물도 정상으로 나온다. 이번 추위에 바깥 수도펌프가 얼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지 안에서는 아직도 새 집 냄새가 난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커튼과 창문을 모두 연다. 겨울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유리창을 거친 햇살은 따스하다. 뒷 집 개가 마당까지 쫓아와서는 컹컹대며 짖는다. 여기가 자기네 집인지 아는가 보다. 웃기는 놈이다. 손짓으로 쫓아보지만 꿈쩍도 안한다. 오디오 전원을 넣는다. Secret Garden의 `Awakening`이 흘러 나온다. 애잔한 선율로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두 번째 곡은 `You rais..

참살이의꿈 2003.12.22

바보 이반의 나라

`바보 이반`은 톨스토이의 단편이다. 우리 눈으로 볼 때 이반은 바보이고,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도 다 바보라고 부를 만 하다. 그들은 권력도 모르고, 부자가 될 줄도 모른다. 그 나라는 군대도 없다. 그래서 외국 군대가 침략해 와도 대항할 줄을 모른다. 물건이 필요하면 누구에게나 다 가져가라고 한다. 자기 것이라고 모으지 않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육체적 노동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육체 노동이 가장 신성하게 대우받는다. 손에 굳은 살이 박인 자는 식탁에 앉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 일상으로서의 노동은 즐거움과 행복의 원천이 된다. 노동이 곧 삶이요, 오락이다. 이반이 그 나라의 임금님이지만 일상의 생활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이름만 임금이지 하는 ..

읽고본느낌 2003.12.19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그래도 인생은 고단하고 쓸쓸하고 힘들다. 지금 이 자리가 꽃봉오리임을 알아채기엔 내 눈은 가려져 있고 귀는 멀었다. 그러나 어떤 아픔일지라도 지나고 보면, 내곁을 떠나 사라진 것들은 아득한 그리움만 남긴다. 나는 왜 늘상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것일까? 더 사랑하..

시읽는기쁨 2003.12.18

금강에는 철새가 없다

어제 몇이서 금강 하구로 철새를 보러 갔다. 혹시나 가창오리 떼의 저녁 군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금강에서는 철새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오리류들 만이 수면 위에 작은 점으로 떠있었다. 탐조대의 안내 데스크에 물으니 약 30만 마리가 와 있다고 하는데 다들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오리 무리의 멋진 비행은 끝내 보지 못했다. 실망한 우리들 머리 위로 예닐곱 마리의 기러기 가족이 북쪽으로 날아갔다. 철새를 본다고 기대에 부풀어 따라나섰던한 사람은 아주 실망한 눈치다. 때를 잘못 선택했기도 있지만 이런 것은 TV를 통해 눈 맛을 버려놓은 탓도있지 않는가 싶다. 우리는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너무나 멋진 광경을 ..

사진속일상 2003.12.17

솜다리

어느 해 봄, 소백산 능선 길에서 우연히 솜다리를 만났다. 안개가 끼고 바람이 거센 그 날, 뽀얀 얼굴을 내밀고 수줍은 듯 피어 있었다. 솜다리는 바다 건너에서 에델바이스로 불리는 꽃이다. 흔한 꽃이 아니라서 그 얼굴을 쉽게 보여주지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소백산, 한라산의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고 한다. 전에는 설악산에 많았다는데 등산객이나 주민들에 의해 남획되어 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 그런 것이 솜다리만은 아닐 것이다. 지구상에서 하루에 멸종되는 생물이 1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저먼 과거에공룡 등 전 생물의 80% 가량이 사라졌던 당시의 멸종 비율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은 그 원인의 대부분이 인간 때문이라고 한다...

꽃들의향기 2003.12.16

할아버지, 여긴 여자 화장실인데요

시간의 흐름은 연속적이다. 분명히 내 육체도 연속적으로 늙어갈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평상시에는 잘 의식하지 못한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대로 마음이 몸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세월의 흐름을 알아채게 된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감지하고 불현듯 놀란다. 어떤 때는 옆의 사람을 통해서 내 나이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주름진 얼굴에서, 또는 훌쩍 큰 조카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에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느낀다. 또 아내의 돋보기 쓴 모습이나 하나 둘씩 늘어나는 흰 머리칼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마음까지 아리다.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때는 무척 어색하다. 내 나이가 얼만데, 도대체 외모가 어떻게 보이..

길위의단상 2003.12.15

전원의 즐거움 / 문일평

옛 글 한 편을 읽는다. 文一平(1888-1939)님의 글이니 아마도 70년쯤 전에 씌어진 글일 것이다. 낯 선 한자 단어들이 자주 나와 읽기에 거북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풍스러운 맛이 느껴져서도리어 새롭다. 그러나 이런 전원 생활을 그리다가 실족한 사람도 많음을 명심하자. 제목; 전원의 낙(樂) 경산조수(耕山釣水)는 전원생활의 일취(逸趣)이다. 도시문명이 발전될수록 도시인은 한편으로 전원의 정취를 그리워하며 원예를 가꾸며 별장을 둔다. 아마도 오늘날 농촌인이 도시의 오락에 끌리는 이상으로 도시인이 전원의 유혹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류는 본래 자연의 따스한 품 속에 안겨 토향(土香)을 맡으면서 손수 여름지이를 하던 것이니 이것이 신성한 생활이요 또 생활의 대본(大本)일는지 모른다. 이른..

참살이의꿈 200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