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의 제일 오래된 어른 쓰러지셨다 고집스럽게 생가 지켜주던 이 입적하셨다 단 한 장의 수의, 만장, 서러운 곡哭도 없이 불로 가시고 흙으로 돌아, 가시었다 잘 늙는 일이 결국 비우는 일이라는 것을 내부의 텅 빈 몸으로 보여주시던 당신 당신의 그늘 안에서 나는 하모니카를 불었고 이웃마을 숙이를 기다렸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아이스케키 장수가 다녀갔고 방물장수가 다녀갔다 당신의 그늘 속으로 부은 발들이 들어와 오래 머물다 갔다 우리 마을의 제일 두꺼운 그늘이 사라졌다 내 생애의 한 토막이 그렇게 부러졌다 - 팽나무가 쓰러지셨다 / 이재무 장마가 시작된 어제였다. 수원 영통의 500년 느티나무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이 나무를 찾아갔었다. 우람하고 멋진 모습에 반했는데 무슨 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