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6

30,000,000

전국을 휩쓴 조류인플루엔자(AI)로 한 달 사이에 닭과 오리가 3천만 마리 넘게 살처분 되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천만이라는 숫자에 현기증이 난다. TV 화면으로 보는 살처분 현장은 세기말적 풍경이다. 아우슈비츠가 연상되는 건 과민 반응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인간도 무더기로 살처분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두렵다. 거의 매년 AI 소동을 겪으며 이런 난리를 치고 있다. 공장식 축산 산업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양계장을 보면 도저히 닭을 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야만적이다. 저도 생명일진대 어떻게 저런 대우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수익을 내자면 어쩔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하는 시스템에서 축산업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비극이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이 이런 ..

길위의단상 2017.01.05

1000만의 비명

지금까지 소, 돼지만 350만 마리, 오리와 닭까지 합하면 1000만에 이르는 생명이 살처분되었다. 구제역과 조류 인프루엔자에 의한 사상 최악의 재앙이 계속되고 있다. 살처분하는 현장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한다. 돼지는 생매장을 하는데 죽고 죽이는 처참한 모습은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다며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은 이렇게 적었다. "밑의 돼지들에게 갇혀 있는 큰 돼지들은 가라앉지 않으려고 더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방수비닐의 한쪽 면이 통째로 찢겨 나갔다. 마침내 포클레인의 바가지가 웅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비닐이 찢긴 쪽 모퉁이에서부터 돼지들을 찍어내 가운데로 몇 번이고 퍼냈다. 살점이 찢기고 뼈가 부서진 돼지들의 비명소리가 웅덩이에서 공명이 되어 산속으로 퍼져 나갔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길위의단상 2011.02.12

워낭소리

감동적인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타리 영화인 '워낭소리'다. 워낭은 소의 목에 매다는 방울인데, 맑게 딸랑거리는 워낭소리는 주술처럼 우리를 유년의 고향으로 안내해 준다. 경북 봉화에 사시는 여든 살의 최 할아버지에게는 30 년을 함께 살아온 늙은 소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 년이라는데 이 소는 나이가 40 살이나 되었다. 할아버지와 소는 사람과 가축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 있다. 할아버지는 소를 위해서 농약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데 할머니보다 소를 더 챙긴다고 할머니로부터 늘 불평을 듣는다. 그리고 소는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수족이 되고 농기구가 되어 온 몸을 바쳐 헌신한다. 소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삶은 힘들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잘 걷지도 못하는 소는 죽기 직전까지..

읽고본느낌 2009.02.05

살처분 7000000

지난 4 월초에 김제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는 끔찍한 장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살처분이란 전염병의 확산을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푸대에 담아 그대로 구덩이에 던져 넣고 흙으로 묻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병이 확인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3 km 이내의 가금류는 무조건 살처분해 버린다고 한다. 싹쓸이 대량 학살이다. 한 달 정도 되는 동안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만 이미 700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방역의 목적은 생명을 지키자는 것인데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생명을 도륙하는 잔인성이 이율배반적이고 무섭기만 하다. 나는 우선 ‘살처분’이라는 용어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살처분은 생명을 가진 존재에 붙일 명칭이 아니라고 본다. ‘생명’을 처분한다거나 처..

길위의단상 2008.05.13

반추동물 장내발효 개선 연구

지난 16일에는 우여곡절 끝에 지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 발효는 지구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전지구적인 최초의 환경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선진국들은 2012년까지 1990년의 배출량 기준으로 평균 5.2%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를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은 이 협약의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겉으로는 개발도상국가들이 제외된데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2003년부터는 이 협약의 감축 대상에 포함될 것 같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또는..

길위의단상 2005.02.22

소의 전설

'작은 것이 아름답다' 1월호에서 옛 생각이 나게 하는 글 한 편을 만났다. 상주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오덕훈 님이 소에 관하여 쓴 '소의 전설'이라는 글이다. 40대 이상으로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에 얽힌 추억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농기계가 보급되지 전의 농촌에서는 힘든 일에는 반드시 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지간한 집이라면 집집마다 일소가 있었고, 가족처럼 대접받았다. 우리 집에서는 덩치가 큰 황소를 길렀다. 많은 논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성질도 사나워 그 소를 부릴 수 있는사람은 우리 집 일을 주로 도와주던 손씨라는 사람 외에는 없었다. 그때는 온순한 암소를 기르는 집이 무척 부러웠다. 우리 소를 몰고 소띳기로 가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는 한 번도 주어지지..

길위의단상 200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