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반추동물 장내발효 개선 연구

샌. 2005. 2. 22. 17:20

지난 16일에는 우여곡절 끝에 지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되었다.

교토의정서 발효는 지구 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전지구적인 최초의 환경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선진국들은 2012년까지 1990년의 배출량 기준으로 평균 5.2%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를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세계 1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미국은 이 협약의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겉으로는 개발도상국가들이 제외된데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2003년부터는 이 협약의 감축 대상에 포함될 것 같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또는 그 증가율에서도 10위 이내에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협약에는 배출권 거래라는 것이 있어서 제한량을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는 배출권을 사야 하는데 대략 온실가스 톤당 20달러쯤 될 것이라고 한다. 대신에 목표 이상으로 감축하였을 때는 배출권을 팔 수 있어 가스 배출량이 직접 현금과 연결된다.

우리나라 농업진흥청에서는 이런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환으로 반추동물(反芻動物)의 장내발효(腸內醱酵)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고 한다.

반추동물은 초식동물 중에서 되새김을 하는 소, 염소, 양, 사슴 같은 동물을 가리킨다. 이들은 4-5개의 위를 갖고 있으며 한꺼번에 먹이를 먹은 후에 나중에 천천히 다시 되새김을 하면서 소화를 시킨다. 음식물이 위 사이를 이동하면서 셀룰로오스가 분해되는데 이때 발효되면서 나오는 기체가 바로 온실가스의 주범인 메탄이다. 현재 전체 온실가스 배출원에서 반추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4%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반추동물의 장내발효 개선 연구’란 쉽게 말해서 가축이 방귀나 트림을 적게 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선은 방귀가 안 나오는 사료를 개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하기는 사람도 먹은 음식에 따라 배출 가스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보리밥을 먹은 뒤에 주책없이 나오는 그것 때문에 누구나 민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생체 현상으로 나오는 가스까지 문제되다니 세상 참 복잡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온실가스의 불똥이 엉뚱하게 가축에게까지 튀어버렸다. 아마도 소가 안다면 무척 한심하고 억울해 할 것 같다.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광우병 파동이 생각난다. 탐욕스런 유럽의 축산업자들에 의해서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임으로써 자연의 원리를 배반한 결과 사람이 죽고 수백만 마리의 소들이 생매장 당하는 비극이 생겼다.

가축의 방귀 문제를 해결한다고 다시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아가 요사이 유행하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가지고 방귀 안 뀌는 소를 만들어 내려고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인간에 있는데 엉뚱하게도 다른 데서 해결 방도를 찾으려고 하니까 상황은 자꾸만 꼬이고 복잡해진다.

소득이 증가하고 육류 소비가 늘면서 인간이 사육해야 하는 가축의 수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숲이 초지로 바뀌고, 많은 땅이 가축 사료용 곡물을 기르는데 사용되고 있다. 기타 건강이나, 환경, 사회 구조에 미치는 폐해도 굉장히 크다.

만약 중국이나 인도가 지금의 선진국 수준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다면, 그래서 현재 미국민 수준의 육류를 소비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또한 가축의 방귀를 걱정하기 전에 인간이 만들어내는 독가스부터 먼저 손을 대야 할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현대문명이 낳은 인간의 방귀이다. 그 독함이 어찌 가축의 방귀에 비교될 수 있겠는가.

자기 방귀를 스스로 책임지라고 한다면, 그래서 자동차 배기구를 차 안으로 향하게 해놓고 차를 운행한다면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 질식사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그런 독가스를 대기 중에 흩뿌리고 오염시키면서도 태연하고 무감각하다.

정부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각자도 경제와 빵 보다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가용 이용의 자제 같은 행동의 변화로 나타날 수가 있다.

소 방귀의 연구도 물론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생명과 지구, 그리고 문명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토의정서 발효를 보며 인류에 내재된 지혜는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아내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장부  (1) 2005.03.15
[펌] 폭력 냄새나는 말들  (0) 2005.03.04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0) 2005.02.06
불 지피기  (0) 2005.02.01
지율 스님  (0) 200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