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어린애가 된다'고 한다. 천진난만해진다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좁은 세계에 갇혀 잘 삐진다는 걸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삐진다는 건 서운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내 경우에도 전보다는 서운한 감정에 자주 휘말린다. 별 것 아닌 일인데 서운하게 느껴지고 새초롬해진다. 가만히 살펴보면 서운한 감정의 근저에는 상대에 대한 과한 기대가 있다. 상대의 탓이기보다 내 기대심이 자초한 것이다. 상대는 내 서운한 감정을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괜히 혼자서 안달하는 경우가 서운한 감정이다. 며칠 전에 영화를 보다가 모녀의 대화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머니가 간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딸은 돈이 없어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다. 딸이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아무것도 못 해 줘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