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6

위기의 한국 교육

일전에 지인으로부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인의 딸이 초등학교 교사여서 학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교실 붕괴라는 말은 내가 현장에 있을 때부터 쓰였지만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차마 교육이란 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우선 아이들이 통제가 안 된다. 수업 중에 제멋대로 돌아다녀도 제어할 수단이 없다. 요사이는 벌을 준다고 교실 뒤나 복도에 세워놓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아이의 다리를 아프게 하고 학습권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해도 수긍하지 않을뿐더러 심하면 아동 학대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내 아이만 귀한 줄 아는 학부모의 행태는 보도에서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단체여행을 가는 아이 뒤를 따라와 제 아이의 잠..

길위의단상 2023.06.20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올해 수능인 생명과학(2)의 한 문제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수험생들에게는 생명과학 점수가 빠진 성적표가 발부되었다. 며칠 전에는 외국 과학계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터무니없이 어렵고 푸는 것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나라 수능은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일부 영어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 미국 사람도 못 푼다고 고개를 흔들 정도다. 수능이 오로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꽈배기처럼 배배 꼬아서 출제한다. 아마 이번의 생명과학 문제도 그런 유형에 들어갈 것이다. 수능 문제는 실생활은 차치하고 대학 공부를 할 자질 측정으로부터도 동떨어져 있다. 고등학생들은 오직 대학에 들어가..

길위의단상 2021.12.13

한국이 싫어서

한국이 싫어서 호주 이주를 택한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호주 시민권을 얻기까지의 6년의 과정이 한국과 호주 생활을 대비하며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이렇게 항변하는 주인공 계나는 자신을 톰슨가젤에 비유한다. 톰슨가젤은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서 사자한테 늘 잡아먹히는 동물이다. 사자가 다가올 때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가 있는데 자신이 꼭 그 꼴이었다는 것이다. 계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취직해 직장인이 되지만 살벌한 경쟁 사회..

읽고본느낌 2021.10.09

세월호

4월 16일은 온 나라를 슬픔에 잠기고 분노에 떨게 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라를 혁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그리고 다섯 달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하나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경을 해체하는 등 국가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중요한 건 잘못된 국가 체제를 뜯어고치는 것인데 곁다리로만 변죽을 울리고 정작 핵심은 회피하고 있다. 엉뚱한 한 사람을 잡는다고 헛발질만 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교묘하게 따돌린 꼴이 되었다. 이젠 세월호 피로증까지 언급하니 세상 변화에 대한 기대는 물 건너갔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줄을 서서 분향소를 참배하며 흘린 눈물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냄비 근성이라고 우리 국..

참살이의꿈 2014.09.18

정몽주 묘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에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선생의 묘가 있다. 모현(慕賢)이나 능원(陵院)이라는 지명이 모두 이곳에 있는 정몽주 묘에서 유래된 것 같다. 원래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은 고려를 개혁하려는 한 뜻이 있었다. 특히 다섯 살 아래인 정도전과는 성균관에서 같이 근무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는 같았지만 방법론에서 둘은 갈라졌고, 서로 다른 길을 갔다. 정몽주가 온건 개혁파라면 정도전은 급진 혁명주의자였다. 정몽주는 유학에 기반을 둔 명분에 집착했고, 정도전은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역성혁명마저 불사했다. 정몽주는 고려의 마지막을 지켰고, 정도전은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정몽주와 정도전 중 어느 길이 옳은가를 가르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다만..

사진속일상 2014.05.01

로얄 어페어

18세기 후반 덴마크, 영국의 캐롤라인 마틸다는 정략결혼으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왕에게 시집간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크리스티안은 첫날밤부터 왕비를 실망시킨다. 왕의 주치의로 들어온 독일인 요한은 계몽사상에 영향을 입은 점에서 왕비와 잘 통하게 된다. 왕의 신임 아래 실권을 장악한 요한은 개혁 정책을 밀고 나가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을 받는다. 그는 왕비와의 불륜 스캔들로 체포되어 처형된다. 왕비는 유배되고 곧 병사한다. 개혁은 좌절되고 덴마크는 다시 중세의 어둠에 빠진다. 영화 '로얄 어페어[A Royal Affair]'는 왕비와 요한의 사랑, 그리고 개혁과 실패라는 두 개의 줄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도 비슷한 예는 찾아볼 수..

읽고본느낌 201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