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7

예수 없는 예수 교회

"신화화된 그리스도는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교리로 박제된 예수는 교회 쇼윈도에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지만 역사적 예수, 갈릴리 예수, 나사렛 예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인 한완상 선생이 한국 교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다. 교회가 예수를 앞세우지만 정작 예수의 정신은 없다. '믿습니다'의 열정에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의 크리스천이 예수의 삶은 '따름'에 있어서는 자국민의 경멸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믿음과 은총만 강조하다 보니 질문과 성찰은 소홀히 하고 값싼 기복신앙만 난무한다. 저자는 이를 '신앙의 치매'라고까지 표현한다. 선생은 먼저 역사적 예수의 매력을 되찾자고 한다. 교리로 박제된 예수는 살아 있는 예수의 역동성을 외면한다. 구속 드라마 속의 예수는 구속사에서 배우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읽고본느낌 2022.03.04

금란교회의 추억

금란교회 하면 개신교 신자든 비신자든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등록된 교인 수가 14만 명이 되는 감리교회 중에서는 세계 최대의 교회다. 또, 워낙 유명세를 탄 김홍도 목사가 시무한 교회로 보수 반공 이념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지난 2일에 김홍도 목사가 별세했는데, 전광훈을 길러낸 스승이었다는 보도가 지면에 실렸다. 나도 금란교회와 김홍도 목사와의 짧은 인연이 있으므로, 그분의 부고에 잠시 숙연해지며 거의 50년 전 옛일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나는 1970년대 초중반에 금란교회 신자였다. 1972년, 대학교 2학년생일 때 금란교회에 처음 나갔다. 같은 과 친구가 소개해 주면서 담임목사의 영적 능력이 굉장하다고 말했다. 그때는 김홍도 목사가 금란교회에 막 부임했을 때였다. 처음 교회를 나가..

길위의단상 2020.09.06

그리스도인의 길

가톨릭 강우일 주교님이 7월호에 '가톨릭교회는 왜 사회문제에 관여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주교님이 의장으로 있는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3월달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주교회의 명의로 반대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마 이 글은 교회의 사회참여 논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주교님은 글에서 4대강 사업을 하느님이 주신 십계명 중 일곱번째 계명을 위반하는 것으로지적하고 있다. '도둑질 하지 마라'는 계명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는 온 인류가 공동 관리하도록 맡기신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인간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기를 요구하는 계명..

참살이의꿈 2010.06.26

신앙생활이란 하나님께 고백하는 내용을 삶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며칠 전 경향신문에 서울 용산에 있는 청파교회 이야기가 실렸다. ‘부동산 굴리는 건 이웃 꿈 빼앗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희년실천주일 참여교회 중 하나인 청파교회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희년(禧年)이란 이스라엘 민족에게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로서, 희년이 되면 가난한 이들의 빚을 탕감하고 땅을 돌려주고 노예는 자유를 얻는 해방의 해다. 이로써 하나님의 공의가 이스라엘 땅에서 실천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날은 기독교에서 이 희년의 정신이 실종된 것 같다. 일부 교회에서 희년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희년실천주일을 지키는데 청파교회도 그중 하나다. 신자들은 부동산 과다 보유나 부동산을 통한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토지 보유세 강화 정책을 지지하고, 토지임대료 수입은 가난한 이웃과 나누..

길위의단상 2009.10.22

향린에서 도올 강의를 듣다

지난 주부터 향린 교회에서 도올 선생을 초대해 '열린 성서마당'이라는 신앙 강좌를 열고 있다. 마침 동료가 이 교회 신자인데 그에 관한 얘기를 해줘서 어제는 같이 도올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종교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늘 TV로만 보던 도올 선생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차였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도올 선생은 최근 '요한복음 강해'라는 책을 출판하고 EBS에서 그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기존 교단과 느닷없는 구약 폐기 논쟁에 시달렸다. 사건의 시말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으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완고하고 보수적인 곳이 종교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토론할 사안이건만 기성 교리에 위반되는 것은 무조건 백안시하고 반대하는 것이 현 종교계의 모습이다. 이번 강의의 내..

사진속일상 2007.06.16

[펌] 내 하느님이 계시는 곳

우리는 흔히 예수님을 만나러 교회나 성당에 간다. 성당에 가면 제대 위에 커다란 십자고상이 있고 벽에는 다양한 성화나 14처를 걸어 둔다. 그리고 안벽 감실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평일에도 성당에 가면 저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미사가 거행되면 그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참례자 모두 지난 주간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주님의 은총 속에 새롭게 거듭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미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매일의 삶을 지배하는 ‘아집과 탐욕’에 사로잡혀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낸다. 교회는 이를 일러 ‘악’이라고 부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일주일 가운데 6일을 악의 지배 아래 있다가 겨우 하루 성당에 나가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함을 탓하며 다시는 그..

참살이의꿈 2007.04.22

본회퍼의 `옥중서간`을 읽고

이번 주말 집에서 쉬면서 본회퍼의 `옥중서간`을 다시 읽어보다. 그의 신학적 사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삶이 나에게는 자극제가 되고 성찰이 된다. 그의 삶 자체가 무언의 메시지이다. 우리가, 특히 신앙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독일의 촉망받던 신학자며 목사였다. 히틀러가 집권한 후 그는 고국으로 돌아와 반나찌 운동에 가담한다. 1943년 봄에그는 체포되고 히틀러 암살 계획에 연루되어 종전을 몇 달 앞두고 처형되었다.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는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에 몸을 던진 사람이었다. 그의 용기와 사랑,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신앙이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종교의 ..

읽고본느낌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