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3

그늘에 대하여

일본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의 산문집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의 전통미에 경도해 이를 글로 아름답게 살려내는 새로운 경지를 연 작가다. 여기에 실린 '그늘에 대하여'가 대표적이다. 이 책에는 '그늘에 대하여'를 비롯해 '게으름을 말한다' '연애와 색정' '손님을 싫어함' '여행' '뒷간'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흔히 전통미를 말할 때 형태와 맵시에 주목하지만 작가는 일본 건축에 스민 그늘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그늘에 대하여'는 빛을 다루는 일본인의 섬세함을 일본적 감성으로 잘 그려내 보여준다. '그늘에 대하여'의 원제는 '음예예찬(陰翳禮讚)'이다. '음예(陰翳)'는 생소한 용어인데 '그늘인 듯한데 그늘이 아니고, 그림자인 듯한데 그림자도 아닌 거무스름한 모습'이라고 한..

읽고본느낌 2023.11.05

퉁 / 송수권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고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이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 맛 한 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랑.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그건 고양이가 제..

시읽는기쁨 2014.08.13

그늘

나이가 들수록 그늘이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그늘을 애써 피하지 않게 된다. 어렸을 때는 그저 밝은 것만 보려 했고, 밝은 세계로만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밝은 것이 있기 위해서는 그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인생은 그늘로 인하여 존재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삶의 그늘은 우리를 진중하게 만든다. 음식이 곰삭아야 제 맛을 내듯 그늘은 우리의 삶을 맛깔 나게 해준다. 그늘은 삶을 곰삭게 하는 장치다. 어느 시인의 글에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삶’이라는 멋진 표현을 보았다. 제대로 된 맛은 그늘 있는 맛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뜻에서 성숙한 삶에는 그늘이 깃들어 있다. 그저 온실 속에서 자란 듯한 사람은 왠지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 경박한 밝음에는 인생의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늘..

참살이의꿈 2007.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