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6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선생이 신문에 발표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신문 칼럼이 다루는 다양한 소재의 글감을 일상, 학교, 사회, 영화, 대화의 5부로 나누어 실었다. 선생의 세상을 보는 시니컬하면서 유머러스한 글맛을 느낄 수 있다. 5년 전 이맘때 경향신문에 실렸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은 세간의 화제를 끌었던 모양이다. 선생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추석에 만나는 친척들에게도 원용해보라고 충고한다.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한다.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

읽고본느낌 2023.09.16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의 허무에 대한 김영민 선생의 산문집이다. 인생의 허무를 주제로 한 많은 문학, 철학, 예술 작품을 소개된다.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줄기찬 노력들이었다. 결국 우리는 인생의 허무함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지은이의 진단을 보자. "현실은 복잡성과 딜레마와 역설로 가득하다. 외로워서 결혼을 했더니 더 외로워지는 역설. 배가 나와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역설. 포기했을 때 비로소 자기 것이 되더라는 역설. 미래를 예측한다며 약을 파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삶이 정녕 법칙과 예측대로 흘려가던가. 모르겠다. 대체로 인간은 어쩔 수 없는 큰 흐름과 우발적 사건의 비빔밥 속에서 선택과 습관을 오가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지 않던가. 그러다가..

읽고본느낌 2023.09.02

김영민의 공부론

한자로 쓴 '공부(工夫)'라는 단어는 이상하다. '장인 공[工]'과 '지아비 부[夫]'로 된 의미가 지금 사용하는 공부의 뜻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전통적 의미의 공부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공부와는 달랐음이 분명하다. 김영민 선생이 쓴 은 본래적 의미의 공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부란 체계와 에고이즘으로부터 어긋냄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몸부림에서 시작한다. 이걸 선생은 '몸을 끄-을-고'라는 표현으로 쓴다. 공부란 머리로 하는 지식놀이가 아니다. 생각만이 많은 사람들은 입과 펜으로 관념의 사상누각이나 이론의 만리장성을 쌓지만, 몸을 끄-을-고 나온 사람들은 온갖 지식과 이론을 담으면서 비우고, 쓰면서 지우며, 알면서 모른 체하는 과정을 통과하여 몸이 좋은 사람들로 변화해 간다. 이 과정에서 '체계와의..

읽고본느낌 2013.09.11

친구, 동지, 동무

친구 전일하게 다양해진 자본주의와 매고르게 신체화한 상업주의 속에서 부패하고 속물화한 인정투쟁의 일상을 살아 내고 있는 친구들은 그 가차 없고 삭막한 부가가치의 계단을 좇아 스스로를 파편화, 분열화, 원자화시키면서 신분상승의 꿈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친구들은, 오늘도 정실과 연고, 인맥과 학맥, 그리고 지역과 출신의 그늘을 쫓아다니면서 친구로서의 연대와 실천을 공고히 함을 통해 그 오래된 의리를 충량(忠良)하게 지켜 낸다. 스스로의 존재를 자본의 스케일 위에 환원/환산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친구들은 물화(物化)의 과정 속에 투신하여 '기계-남자'나 '도구-여자'로 변신, 또 변신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 속에 모여드는 친구에게는 동지들이 추구하는 대의나 이데올로기마저..

참살이의꿈 2013.09.07

당신들의 기독교

이 책에는 10명의 개신교 신자(信者)가 등장한다. 통념적으로 믿음이 좋다고 부르는 사람들로 우리가 교회에서 흔히 만나는 유형들이다. 는 교인들을 대표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비판하는 책이다. 그중에 교회 재정 담당 장로인 G가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G는 기독교 신앙을 이데올로기의 알짬으로 삼는 부르주아로, 세계관이나 식견은 사뭇 보수적이다. 그의 부는 교회 내에서도 인정과 존경의 잣대이자 신의 축복에 대한 증거로 숭상된다. 그에게 벌이와 벌이의 체계를 성찰하는 의식은 전혀 없다. 그저 세속 속에서 열심히 돈을 축적하고, 교회 안에서 은혜롭게 살아간다. 부유한 크리스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은이 김영민 선생은 G 같은 신자들이 존경받는 모습을 통해 이미 우리 시대의 ..

읽고본느낌 2013.06.04

동무와 연인

김영민 씨의 글을 읽으면 이름 그대로 영민함이 번뜩인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신선하고 색다르다. 우리의 통속적인 관점을 가차 없이 또는 잔인할 정도로 조롱하고 가면을 벗긴다. 약간은 현학적인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그의 글에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번에 이라는 책을 읽었다.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역사상에서 주목할 만한 동무나 연인, 사제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의 진실을 얘기한 책이다. 서문은 이렇다. ‘동무는 불가능한 것을 가리킨다. 가능하지만, 오직 타락했으므로, 닿을 수 없으므로 가능해지는 사연들을 일컬어 연인이라고 부른다. 가족을 버리지 않으면 스승을 따를 수 없었던 경험처럼, 스승, 혹은 그 지평으로서의 동무의 불가능성을 증명해주는 세속의 덕으로 우리 모두는 친구를 ..

읽고본느낌 200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