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 앞 날마다 횡단보도를 지키는 할머니의 좌판에서 능금 한 봉지를 샀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하나를 꺼내 한 입을 베어 문 것뿐인데 갈라진 씨방 속에는 벌레 한 쌍이 신방을 차려놓았다 엄동설한에 어렵게 얻은 셋방일 터인데 먹고 사는 일에 눈이 멀어버린 나는 남의 속사정도 모르는 불청객처럼 단란한 신방 하나를 훼손해 버렸다 - 능금 / 김환식 시인의 마음씨가 따스하다. 사과 대신 능금이라고 한 것도 정겹다. 지금은 능금이라는 말을 거의 안 쓰지만 어릴 때는 사과가 아니라 능금이라고 불렀다. 시인은 굳이 시장 앞 할머니의 좌판에서 능금을 산다. 흠집이 있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일 게다. 한 입을 베어 무는데 속에서 벌레가 나온다. 뭐, 이런 사과를 팔았나,원망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