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 내가 가장 착해질 때 / 서정홍 내가 이 꼴로 살아도 되는 걸까? 인간이 살아가는 가치와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닮아야 할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 시를 접하니 농부의 마음이야말로 하느님의 마음이 아닌가 싶어진다. 자본주의 시대지만 그래도 아직은 착하고 순수한 농심(農心)이 어딘가에는 살아있을 것만 같다. 이 시는 같은 이름의 시집 에 실려 있다. 시집에는 이런 시도 있다. 혼인하고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집에 도둑님 다녀가셨다. 가난한 살림살이 가져갈 것이 없었던지 장롱 옷장 서랍장 가리지 않고 온통 뒤적거려, 방 안 가득 옷가지들이 수북이 쌓였다. 큰아들 녀석 학비 보내고 몇 천 원 남은 경남은행 통장과 생활비 몇 만 원 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