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6

모양성 용트림소나무

고창 모양성 안에 맹종죽림(孟宗竹林)이 있다. 맹종죽은 1938년에 유영하 선사가 불전의 포교를 위해 절을 지으면서 심었다고 한다. 맹종죽림과 송림의 경계에는 일부 소나무가 대나무과 얽혀 자란다. 대나무 사이을 뚫고 자라는 소나무 모습이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하는 것 같다. 이 광경을 보면서 '적대적 공생'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가 얄미웠을 것이다. 대나무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전투적으로 부추겼고, 소나무가 승천의 꿈을 꾸게 만들지 않았을까. 소나무와 대나무는 이제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된 듯싶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 빚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천년의나무 2025.02.19

전주, 군산, 고창

전주 구시가지에는 6, 70년대에 지은 단독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 일부는 빌라나 다세대주택으로 변했지만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한 집이 상당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여력이 안 되는 동네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유명하지만 특정 지역일 뿐이고 대부분은 시멘트로 지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골목길을 걸으며 옛집들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담장 너머로 작은 마당이 있으며 대개 유실수 몇 그루가 지붕까지 닿아 있다. 벽이 도로에 맞닿아 옹색한 집도 있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다. 어수선해 보여도 사람 살아가는 향취가 느껴진다. 전주의 골목길을 산책한 이른 아침이었다.  장모님이 소환해서 형제들이 모두 모였다. 파티가 열렸고, 하사하는 금일봉을 받았고, 밤늦게까지 시..

사진속일상 2025.02.19

죽녹원 대나무숲

죽녹원은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군에서 조성한 대나무 숲이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은 작은 동산 정도지만 안에 들어서면 빽빽한 대나무숲이 우리 같은 북쪽 지방 사람들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이렇게 풍성한 대나무 잔치는 처음이었다. 여기서 자라는 대나무는 왕대다. 왕대(Giant Timber Bamboo)는 참대, 늦죽, 고죽(古竹), 진죽(眞竹)으로 불린다는데 중국이 원산이고줄기는 청록색을 띠며 줄기와 가지는 거의 직각을 이룬다고 한다. 대나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곧게 뻗은 줄기와 그 줄기가 활처럼 휘어지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대나무 잎이 서로 몸을 부비며 사각이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 중에서도 일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 대나무숲의 단점이라면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것..

천년의나무 2007.03.04

오죽헌 오죽

대는 일찍부터 질기고 매끄러운 특성 때문에 생활용품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리고 잘 부러지지 않는 곧은 성격 때문에 정절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라 불리었다. 그 중에서도 오죽은 다른 대보다 색채가 아름답고 윤기가 있으며 질겨 더욱 사랑을 받았다. 줄기의 빛깔이 검은색이어서 오죽(烏竹)이라고 불리며 신성한 곳에서만 뿌리를 내린다고 하여 예부터 소중하게 취급 받았고, 담뱃대와 부채, 가구를 만드는데 쓰였다. 죽순은 5-6월에 나오는데 첫해는 초록색이지만 다음해부터 검어진다. 강릉 오죽헌(烏竹軒)이 바로 이 오죽으로 유명하다. 오죽헌은 원래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집이다. 원래 신사임당 외조부의 집이었는데, 외조부가 아들이 없어 무남독녀인 신사임당의 어머니에게 집을 상속했..

천년의나무 2007.02.08

우후죽순

사무실 앞에 오죽(烏竹)이 자라고 있는데 지난 겨울을 지나며잎이 누렇게 되면서 말라 죽었다. 작년 12 월의 추위 탓인 듯 한데 이렇게 대나무가 피해를 본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죽은 대나무를 잘라내었더니 곧 죽순이 나왔다. 하루만에도 눈에 띄게 쑥쑥 자라는 죽순은 내 눈에는 경이로웠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 조건 탓이겠지만 크면서 주위에서 대나무를 보지 못했다. 고향 집 뒤에 있던 조릿대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니 죽순이 자라는 것을 계속해서 관찰해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뒤로 대나무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달이 지난 어느 날 앞 화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죽순이 어느덧 초록색 잎은 단 대나무로 변해 그 키가 무려 2 층 창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대나..

사진속일상 2006.06.12

대나무 수난의 계절

변산에 다녀온 동료가 그곳 대나무들이 모두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가 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예정이라는 담양의 대나무 숲도 지금 고사 직전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 지난 초겨울에 계속된 혹한과 이어진 폭설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다. 사무실 앞에 오죽(烏竹)이 심어져 있는데 늘 푸르러야 할 대나무 잎이 지금 누렇게 변해가며 죽어가고 있다. 서울 지방에는 지난 겨울이 그렇게 춥지도 않았고, 눈도 많이 온 편이 아닌데 예년과 달리 대나무의 푸른 색이 사라져 버렸다. 남녘 지방처럼 기상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대나무는 예로부터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푸르고 곧은 모습은 대쪽 같은 선비 정신을 나타내고, 텅 빈 ..

사진속일상 200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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