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충부 5

장자[38]

혜자가 물었다. "이미 인간이라고 부른다면 어찌 정이 없다고 하겠는가?" 장자가 답했다. "내가 말하는 정이란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말하네. 내가 정이 없다고 말한 것은 사람이 좋고 싫은 마음으로 그 몸을 상하지 않는 것이네. 즉 항상 자연에 맡기고 삶을 더 보태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네." 蕙子曰 旣謂之人 惡得無情 莊子曰 是非吾所謂情也 吾所謂無情者 言人之不以好惡內傷其身 常因自然 而不益生也 - 德充符 5 성인무정(聖人無情)이라고? 그렇다면 성인은 목석이란 말인가? 사람인 이상 감정이 없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혜자의 의문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장자가 말하는 무정이란 감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인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다만 감정이 ..

삶의나침반 2008.09.06

장자[37]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는다. 이를 일러 진짜 건망증이라 한다. 人不忘其所忘 而忘其所不忘 此謂誠忘 - 德充符 4 장자는 속보다 겉을 중시하는 세태를 조롱한다. 여기서도 흉한 불구의 모습을 한 사람들에게 임금들이 인격적으로 설복 당하는 예화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는 진짜 건망증 환자들인 것은 장자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 하고, 또 그 말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건강보다는 몸의 건강을 우선 생각한다. 몸이 병 들면 천지가 무너지는 듯 놀라지만, 마음이 병 드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진짜 무서워 할 것은 마음의 병이다.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

삶의나침반 2008.08.31

장자[36]

그가 무엇을 창도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다만 항상 화락하게 한다는 것뿐입니다. 군주나 대인의 자리도, 남을 죽음에서 구한 일도 없고, 녹이 많아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가망도 없으며 도리어 추하여 천하를 놀라게 할 뿐입니다. 화락할 뿐 어떤 주장도 없고 지혜도 드러나지 않는데도 남자고 여자고 간에 그 앞에 모여듭니다. 未嘗有聞其唱者也 常和而已矣 無君人之位 以濟乎人之死 無聚祿 以望人之腹 又以惡駭天下 和而不唱 知不出乎四域 且而雌雄合乎前 - 德充符 3 추남 시리즈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애태타'라고 하는 곱추면서 못 생긴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나 겉모습은 흉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사모하여 떠날 줄을 모르고, 여인들은 딴 사람에게 시집 가느니 차라리 그의 첩이 되겠다고 한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권력이 ..

삶의나침반 2008.08.27

장자[35]

내가 선생님을 따라 배운 지 십구 년이지만 선생은 내가 올자임을 아직 모르는 것 같으이. 지금까지 그대와 나는 육체의 내면에서 교유해 왔는데 그대는 나를 육체의 외면에서 찾고 있으니 역시 잘못이 아닌가? 吾與夫子游十九年矣 而未嘗知吾兀者也 今子與我 游於形骸之內 而子索我於形骸之外 不亦過乎 - 德充符 2 올림픽에서 똑 같은 메달을 따도 사람들 관심은 온통 잘 생긴 선수에게 쏠린다. 베드민턴 혼합복식조에서 우승했지만 한 사람은 스타가 되고, 한 사람은관심 밖이다. 우선 얼굴이 예뻐야 사랑을 받고 대접을 받는다.태와 용모가 이렇게 중시된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외모제일주의는 그만큼 정신세계에 대한 외면을 뜻한다. 사람들은 세태를 따라 더욱 겉모양에 신경을 쓰고, 세상은 점점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겉모양은..

삶의나침반 2008.08.23

장자[34]

다른 점에서 보면 간과 쓸개는 초나라와 월나라 만큼 다르지만, 같은 점에서 보면 만물은 모두 하나다. 대저 그런 사람은 귀와 눈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덕이 조화로운 곳에 마음을 노닐게 하며 사물을 일체로 보고 그 득실을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리를 잃었어도 몸에 묻은 흙을 털어버린 것처럼 생각한다. 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 夫若然者 且不知耳目之所宜 而游心於德之和 物視其所一 而不見其所喪 視詳其足 猶遣土也 - 德充符 1 왕태는 형벌로 발이 잘린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제자가 공자의 제자만큼 많았다. 공자의 제자 중 하나가 의아해서 공자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위의 글은 이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 중한 구절이다. 장자는 덕(德)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예로 불구..

삶의나침반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