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3

위선을 긍정한다

나는 스포츠 중에서 PBA에서 주관하는 프로 당구 시합 중계를 즐겨 본다. 올해 PBA 2차 투어가 지난주에 안산에서 열렸는데, 대회 마지막 날 남자 결승전이 끝나고 해프닝이 있었다. 여자 우승자인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와 남자 우승자인 쿠드롱(벨기에)이 같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였다. 스롱이 가까이 해서 찍자고 신호를 보내니 쿠드롱이 고개를 젓는 게 화면에 보였다. 머쓱해진 스롱도 다가섰다가 반 발짝 정도 떨어졌다. 서로 미소는 지었지만 어색한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스롱이 지인에게 불만을 털어놓았고, 화가 난 지인이 쿠드롱에게 가서 인종차별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다. 쿠드롱은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돌아가버렸다. 며칠 지나 PBA에서는 두 선수에게 주의를 주고, 물의를 일으킨 지인은 시합장..

길위의단상 2023.07.16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톨스토이는 50세에 회심(回心)의 경험을 하면서 삶이 바뀐다. 거짓되고 타락한 삶을 반성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먼저 진실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인류의 스승'이라는 호칭이 붙은 것도 이때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항상 괴로워하며 시달림을 받았다. 톨스토이는 죽을 때까지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 올바른 삶의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는 석영중 선생이 쓴 톨스토이의 삶과 사상에 관한 책이다. 톨스토이의 작품 중 를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생각을 더듬어 본다. 에서 톨스토이를 대변하는 인물은 레빈이다. 레빈은 지주 귀족이었지만 농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일하면서 삶의 의의를 깨닫는다. 육체의 쾌락에 빠진 안나가 비극적인 죽음..

읽고본느낌 2022.08.01

지하철에서 생긴 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다보니 가끔 험상궂은 광경을 만나기도 한다. 며칠 전 출근길이었다. 차에 타고부터 젊은 여자의 전화하는 소리가 무척 귀에 거슬렸다. 조용한 전철 안에서의 육두문자와 짜증이 섞인 찢어지는 목소리는 누구나 짜증을 낼 만 했다. 여러 사람이 눈총을 주는 것 같았지만 독불장군이고 안하무인이었다. 더구나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경로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그 야단이었다. 누가 한 마디 해 주지 않나 싶었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초노의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공중도덕을 지키자며 젊잖게 타일렀다. 그런데 생긴 꼬락서니가 “죄송합니다.” 하고 미안해 할 여자가 애당초 아니었다. 네가 뭔데 참견하느냐고 바로 앙칼진 대꾸가 돌아왔다. 그것도 연세 많은 할아버지에게 처음부터 반말이었다. 그리고는 두 ..

길위의단상 201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