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현천 11

목현천 걷기

가을비가 흠뻑 내린 다음날 목현천 길을 걸었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내일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찾아온 지 얼마 안 된 가을도 더욱 짙어질 것이다. 목현천은 시골의 개울 느낌이 나서 좋다. 고마리가 피어 있는 천변은 고향의 개울을 보는 것 같다. 여름을 지나면서 모래톱이 많이 자랐다. 수질도 이만하면 합격점이다. 그러나 경안천과 합류한 뒤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인간이 버린 오물과 몸을 섞으면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한가로이 놀고 있다.   고마리는 고향을 연상시키는 꽃이다. 고향 마을 앞 냇가에는 가을이 되면 고마리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집의 수챗구멍 주변에도 고마리가 가득했다. 고마리가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고마..

사진속일상 2024.10.20

목현천에 나가다

몸 상태가 80% 정도 올라왔다. 아직 허리를 굽히거나 돌릴 때 통증이 있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세월은 빨리 흐르지만, 늙은 몸의 회복은 더디다. 목현천에 나갔다. 목현천은 지난달 큰물이 났을 때 범람하면서 많은 피해가 났던 곳이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지금은 쌓인 토사를 제거하는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이배재를 지나 성남으로 가는 새 도로가 건설중이다. 넓은 무궁화 꽃밭도 새로 만들어져 있다. 어쩌면 묘목을 기르는 곳인지 모른다. 오랜만에 이쪽으로 나오니 여러가지가 달라졌다. 집에서 목현천을 오가자면 산자락에 난 길을 지나야 한다. 가을이 짙어지면 단풍이 아름다운, 짧지만 운치 있는 길이다..

사진속일상 2022.09.20

내가 사랑하는 길

이웃 동네로 넘어가자면 산자락으로 난 이 길을 지나야 한다. 내가 제일 아끼며 사랑하는 길이다. 길이가 200m 남짓 정도로 짧지만 여기에 들면 아늑하고 편안해진다. 사람의 통행도 거의 없다. 돌더라도 다들 차를 이용하지 산길을 걸어서 옆 동네로 갈 사람은 없다. 어쩌다 드물게 나 같은 어슬렁족을 만나기도 한다. 곧 여기에 아파트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이 길도 상당 부분이 훼손될 것이다. 이미 길 곳곳에 포클레인이 할퀸 흔적이 보인다. 진즉에 이 길의 사계를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단풍나무가 많아 길 한편이 붉게 물들면 여느 이름난 단풍 명소 못지않다. 올 가을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길을 지나 이웃 동네로 넘어가서 목현천과 경안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

사진속일상 2021.06.23

우중 산책

장마가 길다. 8월 중순에 들어섰는데도 장마전선은 물러갈 줄 모른다. 전국적으로 비 피해도 만만찮다. 장마에 관한 기록이 2020년에 여러 개가 갱신될 것 같다. 마을 산책하러 나갔다가 비를 만났다. 목현천에는 물안개가 뿌옇게 올라온다. 너무 비를 맞아선지 매미 소리도 힘이 없다. 한창 짝을 찾아 짝짓기할 땐데 매미는 평생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 길에서 그저께 봤던 노부부를 다시 만났다. 걸음이 빠른 할머니는 멀찌감치 앞서가다가 개울을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오늘은 캐리어 없이 할머니만 배낭을 메고 있다. 산책 나온 복장이 아니라서 이 노부부의 가는 길이 여전히 궁금한다. 비 탓인지 목현천 백일홍 꽃길에도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장마 기간에 태풍 '장미'가 올라왔다. 다행히 소형 태풍이라서 남해..

사진속일상 2020.08.11

반짝 뒷산

장마 꼬리가 길다. 다음 주까지 비 예보가 나와 있으니, 잘 하면 장마 종료일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때는 1987년의 8월 10일이었다. 오후에 반짝, 하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부리나케 배낭을 메고 뒷산에 올랐다. 많이 게을러졌지만 이만한 의욕이라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 아니겠는가. 한밤중에 요란하게 비가 지나갔는가 보다. 산길에도 빗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목현천은 흙탕물이다. 하천 옆 길은 아직 통제할 정도는 아니다. 앞에 걸어가는 80대 노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입성으로 봐서 교양 있고 세련된 분들 같다. 씩씩한 할머니는 여행용 가방을 밀면서 앞서고, 할아버지가 뒤따른다. 두 분 간격이 자꾸 벌어진다. 젊었을 때 모습과 반대로 되었다..

사진속일상 2020.08.06

불쑥 다가온 여름

어제는 31도, 오늘은 33도까지 낮 기온이 올라서 때 이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올해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난데없이 불쑥 덮친 여름이 앞으로 석 달간 이 땅을 불가마니를 만들 모양이다. 여름에는 더운 게 당연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계절의 변화조차 심상치 않게 여겨진다. 봄의 코로나와 여름의 더위, 가을에는 또 뭐가 찾아올까. 인류는 앞으로 단단히 시달려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지구에 대해 저지른 못된 행태에 대한 인과응보가 아닌가 싶다. 몸이 기온 변화에 쉬이 적응하지 못한다. 무겁고 무기력하다. 나이가 든 탓이리라. 이럴 때는 열심히 움직여야 할까, 가만히 쉬어야 할까. 어느 쪽이든 지나치면 안 하니만 못 할 것이다. 적절한 균형점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양생(養生)의 기본이리라. 목현천을 한 시간..

사진속일상 2020.06.09

맑고 푸른 날

웬일일까, 올해는 늦봄부터 초가을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세먼지 염려 없이 살고 있다. 연일 맑고 푸른 날이다. 시국은 어지러워도 자연은 더없이 청명하고 밝다. 이 좋은 날씨에 이끌려 아내와 밖에 나섰다.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좋아 일부러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반바지도 입었다. 피부도 얼마나 생생한 햇빛을 원하겠는가. 드러낼 수 있는 한 한껏 쬐어주고 싶었다. 그늘이 아니라 햇볕 따라 걸었다. 후줄근한 마음도 이 쨍한 햇볕에 말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뽀송뽀송해진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비 뒤여서인지 목현천 냇물이 더욱 깨끗하다. 송사리떼가 바쁘게 돌아다닌다. 목현천은 경안천과 합류하며 넓은 하천이 된다. 더 내려가면 경안천은 한강과 합쳐진다. 세상 살면서 근심 걱정 없길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

사진속일상 2019.09.17

목현천 백일홍

백일홍은 고향과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닭장 둘레에 듬성듬성 피어 있던 백일홍이 안갯속처럼 흐릿하다. 별로 주의해서 바라보지도 않은 것 같다. 흔하고 너무 오래 피어 있으니 귀한 꽃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냥 제가 알아서 피고 지고 했을 것이다. 목현천 화단에 온갖 색깔의 백일홍이 가득하다. 백일홍 꽃밭에서 귀 기울이면 거센 민중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단순히 도시를 장식하기 위한 꽃이 아니다. 모이고 힘을 합치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는 무언의 웅변이다. 흩어지지 말고 하나로 힘을 모아라! 목현천 백일홍한테서 듣는 전언이다.

꽃들의향기 2019.08.28

햇볕 걷기

아침부터 우울하다. 눈 뜨자마자 자동으로 확인하는 뉴스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국내나 국외 관계 모두 삐거덕거린다. 그동안 잠잠하던 단톡방에서도 '수꼴'의 목소리가 힘을 받으며 큰소리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혜롭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햇볕을 받고 싶어 한낮에 밖으로 나간다. 적당히 햇볕을 쬐야 하는데 덥다고 방안에만 있으니 우울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러 반바지를 입고 가볍게 배낭을 맸다. 자기 선전하는 국회의원과 'No Japan'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 삼거리다. 집에서 20여 분 걸어 나가면 목현천이 나온다. 2년 전에 개울을 완전히 파헤치며 배관 공사를 했는데 금방 옛 모습대로 복원되어 있다. 백로나 왜가리가 자주 찾는 걸 보니 물고기도 다시 들어온 듯하다. 자연..

사진속일상 2019.08.26

봄 오는 목현천

냇물 졸졸거리는 소리로 봄이 온다. 가벼운 패딩 잠바로 갈아 입고 목현천 산책에 나갔다. 오늘 낮 기온은 14도까지 올랐다.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기운에 끌려 밖에 나와 걷는 사람이 많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하다. 동생네는 또 남쪽에 간 모양이다. 혼자 지내도 괜찮느냐는 물음에 대답이 경쾌하다. "혼자 있으니 신경이 안 쓰이고 훨씬 낫다." 그만큼 정정하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새로 돋아난 가지에 잎인지 꽃인지 모를 봉오리가 맺혀 있다. 봄을 준비하는 나무는 지금 얼마나 바쁠 것인가. 만물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저녁도 흐리다. 이번 주는 수성이 최대이각이 되는 기간이라 관찰의 적기다. 해 진 뒤 서쪽 하늘에 잠시 얼굴을 내밀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헛..

사진속일상 2019.02.27

광주 목현천

광주 목현천(木峴川)은 목현동과 송정동을 지나 경안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작은 하천이다. 이배재고개가 있는 산에서 발원하여 길이가 약 8 km 정도 된다. 집 가까이 있어서 가벼운 산책을 할 때면 이곳으로 나간다. 지금은 큰 비가 내린 뒤라 물이 깨끗한 편이다. 아이들이 물장구 치며 노는 모습이 친근하고 다정하다. 목현천은 시골에 있는 하천을 닮았고 그런 분위기가 나서 좋다. 아내 말로는 밤에 가면 더 느낌이 좋다고 한다. 목현천은고향 내음이 나는 정겨운 하천이다. 광주 시내도 그렇다. 시골스러운 점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는 걸 나는 읍내에 나간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외곽에 살지만 시내까지 걸어다니기에 넉넉하다. 오가는 길에 논도 지나고 밭도 지난다. 목현천도역시 세련되지 않아 도리어 좋다. ..

사진속일상 201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