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 2

팽목항과 무위사

가만히 있으라, 해 놓고는 자기들은 허겁지겁 탈출했다. 그러면서 발걸음이 떨어졌을까. 너무 어이없으니 그 뒤에 어두운 음모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울어진 선실에서 아이들이 천진스레 찍은 동영상을 보았다. 다가오는 마지막을 예감하지 못한 채 아이들은 끝까지 구조의 희망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물이 코 밑까지 차올랐고, 뒤에 발견된 아이들 손가락은 전부 상처투성이였다고 한다. 팽목항에 찾아간 어느 날 저녁, 화나고 슬프고 많이 많이 미안했다..... 숨가쁘게 기다리다 끝끝내 접히고 만, 저 여리디 여린 꽃잎들에게 무슨 말을 드려야 할까. 태초로 돌아가는데도 말이 필요하다면 그 중에 가장 선한 말을 골라 공순하게 바쳐 올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나는 사랑한다 미안하다 이..

사진속일상 2018.04.21

낙엽 여행

여기서는 퇴직을수 년 앞둔 사람들을종종 '낙엽'이라고 부른다. 좋게 말하면 원로지만 그 말보다는 낙엽이라는 말이 재미있어서 친근한 사이에서는 허물없이 쓴다.그 낙엽들끼리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잠 잘장소만 정했지 나머지는 그때그때 즉흥적으로선택하며 돌아다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광주 무등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차 안에서 갑자기 목포 유달산으로 바뀌었다. 전의 여행 팀은 세밀하게 동선이 결정되어 움직였는데 이곳은 낙엽답게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식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런대로 재미있는 일이었다. 덕분에 목포는 오랜만에 다시 들리게 되었다. 20여 년 전 남도 여행 중 세발낙지를 먹으러 목포항에 잠깐 머문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유달산에 오르기 위해 목포를 찾았다...

사진속일상 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