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해 놓고는 자기들은 허겁지겁 탈출했다. 그러면서 발걸음이 떨어졌을까. 너무 어이없으니 그 뒤에 어두운 음모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울어진 선실에서 아이들이 천진스레 찍은 동영상을 보았다. 다가오는 마지막을 예감하지 못한 채 아이들은 끝까지 구조의 희망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물이 코 밑까지 차올랐고, 뒤에 발견된 아이들 손가락은 전부 상처투성이였다고 한다. 팽목항에 찾아간 어느 날 저녁, 화나고 슬프고 많이 많이 미안했다..... 숨가쁘게 기다리다 끝끝내 접히고 만, 저 여리디 여린 꽃잎들에게 무슨 말을 드려야 할까. 태초로 돌아가는데도 말이 필요하다면 그 중에 가장 선한 말을 골라 공순하게 바쳐 올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나는 사랑한다 미안하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