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공원 9

물빛공원 반영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 모임이 있었다. 전 같으면 서울 나가는 데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했겠지만 요사이는 자가용을 끌고 나갈까 말까를 고민한다. 편하게 다녀오기 위해서는 자가용이 훨씬 낫다. 이번에도 유혹에 넘어가 결국은 자동차 키를 꺼내 들었다. 편한 게 선택의 우선순위가 된다는 것은 늙었다는 징후 중 하나다. 대중교통이 있는데 굳이 자가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서 지구 환경은 생각하지 않은 채 제 한 몸 편하자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었다. 세상은 돌고 도는가, 그런 손가락질을 이제는 내가 받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뭐, 라고 불편해지는 마음을 외면할 정도로 철면피가 되어 가는 나를 본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물빛공원을 한 바퀴 산책했다. 호수 반영이 실..

사진속일상 2023.12.14

물빛공원 장미(2023)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장미의 달이기도 하다. 온갖 품종의 장미가 서로 자태를 뽐내며 화려하게 꽃피는 때가 지금이다. 전국에서는 장미 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는 올림픽공원, 서울대공원, 중랑천 장미가 규모가 크면서 유명하다. 이름이 나면 당연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번잡하다. 우리 동네 물빛공원에 있는 작은 장미 터널이다. 아담한 소규모여서 한적하니 좋다. 대단한 볼거리가 아니니 일부러 찾는 사람은 드물다. 공원을 걷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5월이 주는 선물이다. 나에게는 요란한 행사장보다 이런 소박한 장소가 더 낫다. 살펴보면 사는 곳이 어디든지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내 주변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쏠쏠한 것이다.

꽃들의향기 2023.05.24

장어로 보신하고 공원을 걷다

아내가 몸살(?)을 앓은 뒤끝이라 몸보신을 하러 장어집에 갔다. 큰 것과 중간 것, 두 마리를 시켜서 한껏 먹었다(8만 원). 오랜만의 장어 기름이 속에 부담이 되었는지 저녁에 같이 설사가 나와서 실소를 했다. 이래서 고기도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먹는가 보다. 봄에 들면서 식사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겨울은 입맛이 없고 조금만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이 돼서 소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 소동(小食 小動)'의 생활이었다. 다행히 봄이 되면서 입맛이 돌아오고 위장도 괜찮아졌다. 덕분에 좀 더 활기차졌다. 식사 후 물빛공원을 찾아서 두 바퀴를 돌았다. 황사가 끼었지만 산책하기에는 무난한 낮이었다. 풍성하진 않아도 아담한 장미 터널이 있고, 물빛버즘도 공작 날개처럼 초록잎을 펼치고 있었다. 이즈음의 나..

사진속일상 2023.05.23

물빛공원을 걷고 달콤짜장을 먹다

날이 많이 풀어졌다. 오전 10시가 되니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갔다. 아내와 물빛공원에 나가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포근한 날씨가 사람의 마음도 따스하게 만든다.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천천히 산책하려 하지만 누가 앞에서 끄는 듯 자꾸 속도가 붙는다. 저수지는 꽁꽁 얼어 있고 눈이 덮여 있다. 머지않아 남에서 봄바람이 불어오면 고요한 이곳도 생명의 활기로 가득해지리라. 저수지로 물이 흘러들어오는 입구에는 물닭들이 모여 있다. 쇠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다. 딱따구리를 이렇게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동네에 서식하는 새들을 조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저수지를 배경으로 아내와 한 컷을 남겼다. 며칠 전에 산..

사진속일상 2023.01.07

차가운 물빛공원

분당에 나갔다 오는 길에 물빛공원에 들렀다. 요 며칠 강추위가 찾아와서 호수 물이 꽁꽁 얼었다. 어제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40년 만의 최저 기온이었다고 한다. 집에만 들어앉아 있어서 뉴스로만 접했지 체감은 못했다. 오늘은 날이 풀어졌다는데도 남은 냉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물빛공원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옆에 있는 야산 길도 조금 걸었다.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하면서 반주로 소주 몇 잔을 즐겼다. 그리고 시공간의 환영(幻影)에 대한 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요사이 읽고 있는 책 탓인지 몰랐다. 시간이 직선상의 절대적인 흐름이 아님은 이미 밝혀졌다. 공간 역시 무한대로 펼쳐져 있지 않은지 모른다. 종이 두께로 겹쳐져 있어도 인간의 의식은 무한대로 인식할 수 ..

사진속일상 2021.12.27

물빛공원으로 쫓겨나다

아침부터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다. 장마 뒤끝이라 습도가 높아 체감 기온은 훨씬 더 높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베트남 사람조차 한국의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 하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우리 동의 한 집이 이 여름에 수리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동의서를 받아갔는데 간간이 들리던 공사 소음이 어제부터 심해졌다. 오늘은 일찍부터 벽을 울리는 드릴 소리 때문에 집에 있지를 못하겠다.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은 재가학습을 할 텐데 다른 집은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 할 수 없이 가까운 물빛공원으로 아내와 피난을 갔다. 여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그러나 햇살이 따가우니 공원 둘레길에서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신경이 쓰이지 않으니 좋은 점도 있다. 물빛공원의 상징물은 이 꽃돌고래다. 저수지와 돌고래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하..

사진속일상 2021.07.16

물빛공원 장미

물빛공원에는 장미 터널이 있다. 때가 지나기는 했지만 장미 구경 겸 산책을 하기 위해 물빛공원에 나갔다. 꽃잎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아직은 장미가 볼 만했다. 장미가 진다는 것은 봄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야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봄에 느닷없이 닥친 일들을 통해 나는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다 공부지요!"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여유를 찾을 것도 같다. 그동안 '봄장마'라 할 정도로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잦았다. 오늘은 모처럼 맑게 갠 화창한 날이다.

꽃들의향기 2021.06.04

물빛공원 두 바퀴

떡집에 쑥떡을 맡기고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생겨 중대물빛공원을 찾았다. 가까이 있는 공원이건만 일 년 만에 와 본다. 전과 달라진 점 세 가지가 눈에 띈다. 1. 주차장이 유료화 되어서 주차 공간이 넉넉해졌다. 기본 2시간이 무료라 걷는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전에는 공원 이용객만 아니라 일반 주민이 장시간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늘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아주 잘한 일이다. 2. 코로나 시대의 일방통행이 습관화 되었다. 입구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으라는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다. 전에는 가끔 거꾸로 걷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한 방향을 잘 지킨다. 너무 일사불란한 게 오히려 기이하다. 3. 호숫가에 돌고래 조형물이 새로 생겼다. 약동하는 생명력을 표현했다 한다. 금방 비라도 쏟아질 듯 잔뜩 흐..

사진속일상 2021.04.30

물빛공원 세 바퀴

코로나19가 준 선물이 있다. 아내와 함께 걷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실내에서 만나는 강좌나 모임이 취소되니 어쨌거나 둘이 놀 수밖에 없다. 집 가까이 있는 물빛공원을 세 바퀴 돌다. 물빛공원은 홍중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간단한 시설을 들인 공원이다. 한 바퀴 돌면 2km다. 세 바퀴 돌면 6km를 걸은 셈이고, 시간으로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 정도가 딱 알맞다. 어느새 산수유 꽃봉오리도 피어났다. 이쯤 되면 남도에는 꽃잔치가 벌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보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꽃구경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가능하면 집안에서 지내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공원 길은 평시보다 사람이 많다. 활동 부족을 집 가까운 데서 걷기로 만회하려는 것 같다. 그..

사진속일상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