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준 선물이 있다. 아내와 함께 걷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실내에서 만나는 강좌나 모임이 취소되니 어쨌거나 둘이 놀 수밖에 없다. 집 가까이 있는 물빛공원을 세 바퀴 돌다.
물빛공원은 홍중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간단한 시설을 들인 공원이다. 한 바퀴 돌면 2km다. 세 바퀴 돌면 6km를 걸은 셈이고, 시간으로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 정도가 딱 알맞다.
어느새 산수유 꽃봉오리도 피어났다. 이쯤 되면 남도에는 꽃잔치가 벌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보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꽃구경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가능하면 집안에서 지내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공원 길은 평시보다 사람이 많다. 활동 부족을 집 가까운 데서 걷기로 만회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 표정이 밝지 못하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기력이나 우울증에 시달릴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학교는 23일까지 개학이 연기 되었다. 말 그대로 2020년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20세기 초에 독감이 유행했을 때는 몇 달 동안에 2천만 명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만 1천만 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7백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 방역 시스템이나 치료제가 없던 시기였다. 생태계에서도 자연 발화에 의한 산불이 일어나 숲을 태우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한 숲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학설도 있다. 오늘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800명이고 사망자는 28명이다. 사망자는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다. 건강한 사람이 너무 두려워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치료약이 없는 이런 전염병이 수시로 찾아올 것이다. 100%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어찌 할 수 없는 것은 어찌 할 수 없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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