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떠들썩하지만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바깥출입이 드문 방콕형이라 평소대로 지내는 게 격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내는 생활 패턴이 확 바뀌었다. 배우러 다니는 강좌들이 닫히고, 집안에서만 버텨야 한다. 요사이는 답답해하는 아내 들러리로 같이 바깥나들이를 한다. 덕분에 연이틀 걷기를 했다. 공기가 깨끗하고 날씨가 좋은 탓도 있었다.
어제는 물안개공원을 걸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으나 공원이 워낙 넓어서 안에 들어가니 인적이 드물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람들은 되도록 타인과 접촉을 피하려 한다. 북적이는 곳보다는 이런 한적한 장소가 인기다. 공원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단체는 없고 전부가 두셋 정도의 가족끼리다. 우리도 그동안은 따로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식구끼리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하는 것 같다.
2009년에 신종플루가 덮쳤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70만 명이 감염되고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생겼다. 코로나19가 더 독종이라고 하지만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방역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우선은 정부를 믿고 각자 조신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한다면 위기는 극복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오로지 정쟁의 공격거리로만 삼으려는 집단이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오늘은 경안천을 세 시간 정도 걸었다. 개별꽃과 개불알풀꽃이 천변을 따라 환했다. 봄은 이미 곁에 와 있는데 우리 마음은 아직 동토가 아닌지 모르겠다. 따스한 봄바람이 증오와 적대의 감정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