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손주와 오르는 뒷산

샌. 2020. 2. 25. 12:17

 

뒷산에 가고 싶다고 손주한테서 연락이 왔다. 손주와 함께 뒷산에 오를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먼저 요청을 하니 잘된 일이었다. 아내도 따라나섰다. 뒷산조차 겁내던 아내는 손주의 에너지를 빌려 얼떨결에 정상까지 다녀왔다. 할머니에게 손주는 힘이 세다.

 

아이는 산길에서도 분주하다. 이것저것 만지고, 낙엽을 발로 긁고, 무슨 나무냐고 묻고,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딸이었던 내 자식을 키울 때와는 딴판이다. 딸은 너무 수동적이고 얌전해서 걱정했었는데, 이 녀석은 천방지축이다. 생명의 활기를 보며 감탄하다가도 뭔가 숙연해지며 먼 하늘을 쳐다 보게 된다.

 

보통 때 평일이면 두세 시간 산길에서 겨우 한두 사람 만나는 정도다. 그런데 이날은 10여 명을 만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붐비는 바깥 대신 인적 드문 뒷산을 찾았기 때문이다. 산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았다. 대구 경북 지방에서는 확진자가 속출하며 나라 전체가 어수선하다.

 

 

뒷산 생강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다음에 오를 때는 꽃을 볼 수 있겠다. 봄이 다가오면서 초목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산새들도 경쾌하게 나무 사이를 오간다. 꽃잔치가 시작되면서 코로나19는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처음으로 손주와 뒷산을 함께 오른 날이었다. 어느덧 이만큼 컸다는 게 대견하고 흐뭇했다. 다음에는 멧돼지 사는 데를 보러 가자고 약속했다. 멧돼지를 무서워하면서도 굉장히 호기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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