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6

그래도 우리의 나날

일본 작가인 시바타 쇼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일본 젊은이들의 불안과 방황을 그렸다. 소설에는 공산주의 혁명에 투신하거나 간접적으로 관련된 젊은이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조직이 와해되어 이념의 공백 상태를 겪으면서 허무와 권태에 빠져든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과 연결시킨 작품이다. 은 제51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그중 한 사람인 사노는 혁명가를 꿈꾸었으나 뻔뻔하지 못했다. 진압 경찰과 맞섰을 때 무서워서 도망한 사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여린 감성을 가진 젊은이였다. 공산당 무장 조직이 해체되면서 이상이 붕괴되는 현실을 사노는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감정이입이 되면서 만났다. 상황은 딴판이지만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

읽고본느낌 2023.12.03

무거운 밤

어설프게 술을 마신 뒤에는 잠을 설친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온갖 꿈이 난무한다. 꿈은 대체로 어둡고 무겁다. 가위눌릴 정도는 아니어도 영 기분이 씁쓸하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어제는 직장과 군대 꿈에 시달렸다. 둘 모두에서 나는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나온다. 직장은 학교 교무실과 교실이 주무대다. 늘 나는 수업에 들어가는 게 늦거나 교실을 찾지 못해 허둥댄다. 시간표를 착각해서 아예 수업을 빼먹기도 한다. 교실에 들어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서툴다. 수업 준비를 안 해서 무엇을 가르칠지 몰라 진땀을 흘린다. 나는 교무실 동료나 교실의 아이들한테서나 왕따 신세다. 35년 동안 한 선생 노릇이다. 어떤 강박관념이 있길래 퇴직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이따위 꿈에 계속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교직이 적..

참살이의꿈 2021.09.04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이 물을 마시는 이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입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은 옳다. 영혼의 측면에서 인간은 갈증을 느끼는 존재다. 물은 잠시의 해갈일 뿐 다시 갈증이 찾아온다. 잘못 소금물..

시읽는기쁨 2019.11.28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울지 마라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프게 흔들리는 일이다 영원히 빛나는 별을 꿈꾸지 마라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들판의 꽃들도 흔들리면서 피어나고 나침반의 바늘도 흔들리면서 제 자리를 찾아간다 별이 반짝이는 것도 흔들리기 때문이며 네가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아프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종소리도 자신을 때리며 온 마을로 퍼져 나간다 나무도 흔들리면서 자라난다

참살이의꿈 200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