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4

범어사 등나무 군락

부산 범어사(梵魚寺) 옆 계곡에는 등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는 군락지가 있다. 6.5ha 면적에 6,500여 그루가 자라는 엄청난 규모다. 그래서 이 계곡의 다른 이름이 등운곡(藤雲谷)이다. 전에는 베어 쓰기를 반복한 탓에 제일 오래된 등나무라도 나이가 100년 남짓 된다고 한다. 큰 것은 줄기 둘레가 140cm, 길이가 15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되어 있다. 등나무는 혼자 곧바로 서지 못하고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굽히지 않고 꿋꿋한 지조를 지켜온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런 특성을 싫어하여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에 등나무 그늘이 만드는 시원함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 평상에 누워 기묘하게 비틀어진 등나무 줄기를 감상하는 맛도 좋다. 지금이 등나..

천년의나무 2013.05.22

1,000km를 달린 여행

지난 토요일에 울산에서 친척 결혼식이 있었다. 먼 거리를 가면서 고작 결혼식만 달랑 참석하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부산에 있는 친구도 만나보고, 황매산 철쭉도 구경하고, 주변의 나무도 찾아보기로 했다. 2박3일 일정의 동선이 마련되었다.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섰는데 5시간이 걸려 울산에 도착했다. 사월 초파일이 들어간 사흘 황금연휴의 딱 중간 날이었다. 어렸을 때는 이웃에서 함께 자란 고종사촌들인데 이젠 각자 일가를 이루고 먼 곳에 흩어져 산다. 오랜만에 만나서 듣는 사연에는 세월의 신산함이 묻어 있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범어사에 들러 연등을 구경했다. 마침 저녁때라 연등에 환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범어사 앞 모텔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오전에 부산에 있는 한 교회에서 사목을 ..

사진속일상 2013.05.21

범어사 반송

범어사(梵魚寺)는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있는 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 1300여 년이 된다. 오래 된 고찰답게 범어사에는 멋진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성보박물관 앞에 있는 이 반송은 단아한 모양새로 인하여 눈길을 끌었다. 수령은 100년도 채 안돼 보이는 어린 나무지만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고, 또한 날렵하면서도 고결한 품위가 느껴졌다. 아마 몇 백년 뒤에 여기를 찾는 후세 사람들에게는 명목으로 받아들여질 게 틀림 없다. 범어사에 들렀을 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다른 나무들은 주의 깊게 살피지를 못했다. 그들은 나중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그때는 하루 정도 날을 잡아 금정산 등산도 하면서 범어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08.01.28

경남 지역으로의 짧은 여행

아내와 함께 경남 지역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첫날은 진주에 들러 진주성을 보고, 의령에 있는 나무들을 만났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 우포늪에 들렀다가 부곡 온천에서 일박을 했다. 둘째날은 J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갔다. 셋이서 함께 몇 군데 천주교 시설들을 돌아본 뒤에 범어사에 잠깐 들린 뒤에 귀경했다. 내려가는 길에 익산에 있는 나바위 성지에 들렀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1845년에 중국에서 건너와 처음 전도를 시작한 곳인데, 오래된 화산천주교회가 있다. 경내는 정갈하고 단아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 좁은 경내지만 둘러보는데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경남 내륙지방은 나에게는 무척 먼 곳이다. 이때껏 발걸음을 하지 못한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진주는 꼭 가보고 싶었다. 진주라는 ..

사진속일상 2008.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