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어사(梵魚寺) 옆 계곡에는 등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는 군락지가 있다. 6.5ha 면적에 6,500여 그루가 자라는 엄청난 규모다. 그래서 이 계곡의 다른 이름이 등운곡(藤雲谷)이다. 전에는 베어 쓰기를 반복한 탓에 제일 오래된 등나무라도 나이가 100년 남짓 된다고 한다. 큰 것은 줄기 둘레가 140cm, 길이가 15m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되어 있다. 등나무는 혼자 곧바로 서지 못하고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굽히지 않고 꿋꿋한 지조를 지켜온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런 특성을 싫어하여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에 등나무 그늘이 만드는 시원함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 평상에 누워 기묘하게 비틀어진 등나무 줄기를 감상하는 맛도 좋다. 지금이 등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