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3

보신탕 한 그릇

염제(炎帝)의 위력이 대단하다. 매일 에어컨 신세를 지는 게 어느덧 두 주째다. 무더위 속에서 무리할 일은 없지만 활동량이 적으니 몸의 기력이 떨어지는 게 확연하다. 에너지 보충을 위해 아내와 보신탕 집을 찾았다. 근년에는 보신탕 먹을 기회가 한 해에 한두 번밖에 안 된다. 전에 비해 확 줄었다. 대신 추어탕을 주로 한다. 그래도 한여름이 되면 가끔 보신탕에 구미가 당긴다. 아내가 뇌 수술을 받은 뒤에 조리를 하면서 보신탕을 참 많이 먹었다. 의사도 기력 회복과 상처가 빨리 아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 거의 한 달은 상식을 했을 것이다. 나는 퇴근하면서 보신탕을 사 가지고 가는 게 일과였다. 아내가 회복하는 데 보신탕의 도움이 컸다고 확신한다. 어느 신부님이 하는 말을 들었다. 오래전 신학교에 다닐..

사진속일상 2021.07.30

여게가 도솔천인가 / 문성해

칠성시장 한켠 죽은 개들의 나라로 들어선다 누렁개, 흰 개 할 것 없이 검게 그슬린 채 순대처럼 중첩되어 누워 있는 곳 다 부질없어라. 살아서 쏘다녔던 거리와 이빨을 드러내던 증오 쓰레기통 뒤지던 욕망들이 결국은 이 몇 근의 살을 위해 바쳐진 것이라니. 뒹구는 눈알들은 바라본다 뿔뿔이 흩어져 잘려 나가는 팔다리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날렵하게 춤추는 저 검은 칼을, 이제는 검은 길을 헤매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발길에 차여 절뚝거리는 일도 마음에도 없이 꼬리 흔드는 일은 더더욱... 좌판들 위에서 꾸덕꾸덕해진 입술들이 웃는다 이제는 물고 뜯는 일 없이 한통속이 된 검은 개들의 나라에서 살아서 오히려 근심 많은 내가 거추장스런 팔다리 휘적이며 걸어간다. - 여게가 도솔천인가 / 문성해 여름으로 접어들 ..

시읽는기쁨 2011.07.24

보신탕

식성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다. 그러나 위장이 약한 탓에 약간은 조심해야 하는 음식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 않다면 먹는 것에 대해 까다롭지는 않다. 그런데 한때 보신탕을 멀리 한 적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개와 연관된 껄끄러운 사건이 벌어지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겨울에 고향에 내려가 있을 때였다. 마당에서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를 혼낸다고 신발을 던졌는데 개다리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뜻하지 않은 변고에 무척 마음이 아픈 터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묘하게도 외할머니가 밖에 나가셨다가 자전거에 부딪쳐 다리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아흔이 넘으셨던 외할머니는 그 사건 때문에 엄청 고생하셨다. 두 사건은 ..

길위의단상 201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