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여게가 도솔천인가 / 문성해

샌. 2011. 7. 24. 11:16

칠성시장 한켠

죽은 개들의 나라로 들어선다

누렁개, 흰 개 할 것 없이 검게 그슬린 채

순대처럼 중첩되어 누워 있는 곳

 

다 부질없어라.

살아서 쏘다녔던 거리와

이빨을 드러내던 증오

쓰레기통 뒤지던 욕망들이

결국은 이 몇 근의 살을 위해 바쳐진 것이라니.

 

뒹구는 눈알들은 바라본다

뿔뿔이 흩어져 잘려 나가는 팔다리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날렵하게 춤추는 저 검은 칼을,

 

이제는 검은 길을 헤매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발길에 차여 절뚝거리는 일도

마음에도 없이 꼬리 흔드는 일은 더더욱...

 

좌판들 위에서

꾸덕꾸덕해진 입술들이 웃는다

이제는 물고 뜯는 일 없이 한통속이 된

검은 개들의 나라에서

 

살아서 오히려 근심 많은 내가

거추장스런 팔다리 휘적이며 걸어간다.

 

     - 여게가 도솔천인가 / 문성해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몇이서 놀러가며 개 한 마리를 잡기로 했다. 미리 약속을 해 두었더니 도살된 고기가 비닐에 담겨왔다. 토막 난 고깃덩이 가운데 목 잘린 머리도 있었다. 금방 잡았는지 피는 계속 배어 나왔다. 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양은솥에 김이 오르고 사람들은 입맛을 다셨다. 나는 고기 몇 점 집어보다가 젓가락을 놓았고 그날 밤에는 개한테 쫓기고 물리는 악몽을 꾸었다.

 

개고기에 대한 단편적인 논쟁보다는 육식에 대한 전체적인 성찰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결국은 인간의 탐욕과 연관된 문제다. 먹는 데도 절제와 품위가 필요한 게 아닐까. 만약 육류 소비를 현재의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식량이나 건강, 지구 환경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특히 공장식 대량 사육이라는 반생명적인 현대의 축산업은 동물을 그저 인간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 재료로 취급하고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육식 선호 습관을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모든 것이 돈 중심으로 돌아가고 인륜조차 실종되어가는 시대에 동물을 다루는 마음에 자비심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지 모른다. 그러나 저 참혹한 저잣거리의 풍경에서 말 없는 동물들의 외침을 듣지 못한다면 이곳이 이미 무간지옥이 아니겠는가. 오늘이 중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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