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무슨 생각하나요 / 황진이

샌. 2011. 8. 3. 10:31

蕭寥月夜思何事

寢宵轉輾夢似樣

問君有時錄忘言

此世緣分果信良

悠悠憶君疑未盡

日日念我幾許量

忙中要顧煩惑喜

喧喧如雀情如常

 

    - 蕭寥月夜思何事 / 黃眞伊

 

달 밝은 밤에 그대는무슨 생각하나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나요

붓을 들면 때로는 내 얘기도 쓰나요

이승에서의 우리 인연이 행복한가요

그대 생각 하다보면 모든 게 궁금해요

하루에 내 생각은 얼마만큼하나요

바쁠 때 나를 돌아보라 하면 괴롭나요 반갑나요

참새처럼 떠들어도 여전히 정겨운가요

 

    - 달 밝은 밤에 그대는무슨 생각하나요 / 황진이

 

황진이가 당대의 뛰어난 사대부들과 교류를 하고 풍류를 즐겼지만 진실로 사랑했던 사람은 소세양(蘇世讓)이었다고 한다. 소세양은 황진이가 절색이라는 풍문을 듣고는 자신은 한 달만 같이 살고미련없이 헤어질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황진이를 만난다. 그러나 그 역시 헤어지는 날 황진이가 전해준 시 한 수에 무너졌다.

 

이 시는 한양으로 떠난 소세양을 그리워하며 황진이가 인편으로 보낸 시다. 사랑에 빠진 한 여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데 500년 전의 시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각이 현대적이다. 인간의 마음이야 고금이 따로 없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이 시의 특징이다. 역시 황진이답다.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라는 노랫가사가 이 시를 닮았는데 한때 표절 시비도 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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