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왕삼매론 5

고향은 무겁다

묘한 일이다. 짐을 덜 줄 알고 환영했는데 결국은 무거운 짐을 더한 꼴이 되었다. 인간 세상에서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겠는가. 좋아서 기뻐하다가 눈물을 흘리게 되고, 슬퍼 울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으로 변하는 게 인생사다. 고로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고향에 내려가서 사흘을 지냈다. 어머니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뒤라 뒤를 보살펴 드렸다. 그나마 어머니가 꿋꿋하신 게 고맙고 다행한 일이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 겹쳤다. 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는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處世不求無難].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사진속일상 2021.05.21

산다는 건 힘들어

가끔 아내와 막걸릿잔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눈다. 신변에서 일어난 일부터 이웃과 자식 등 사람에 관한 얘기가 주된 화제다. 그러다가 공통으로 맺어지는 결론이 있다. "산다는 건 힘들어!" 모르는 사람은 날 보고 팔자 편하게 산다고 할지 모른다. 자식은 모두 출가시켰고, 연금을 받으니 돈 벌 걱정 없고, 무슨 염려 있겠느냐는 것이다. 블로그만 보면 신선 같이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사람 살아가는 양태는 비슷하다. 부모와 자식, 형제 사이 등 근심 걱정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층간소음은 요사이 내 일상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다. 이웃을 미워하는 내 모습이 두렵다. 어제 아내는 위층을 다시 방문했다. 그쪽에서는..

참살이의꿈 2020.02.12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오늘은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을 찾아 읽는다. 옆 방에 들릴까 봐 혼자 작은 소리로 음송하니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특히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말씀에 울컥해진다. 세상만사 새옹지마가 아니던가. 궁(窮)이 통(通)이요, 통이 궁이다. 잔물결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 무슨 바람이든 고맙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뿐이다. 바위처럼 진중해지자.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

참살이의꿈 2017.12.16

걸림돌 /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되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 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 걸림..

시읽는기쁨 2009.04.15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녀님, 그간 소식이 뜸했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옛말이 있지만 프란체스카 편으로 듣는 소식은 그렇지도 않은 듯해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코가 석자라고도 하잖아요. 자신도 헤매는 주제에 다른 이에게까지 신경 쓰기에는 제 마음의 여력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보내달라는 부탁은 진즉에 들었는데 앞의 논리로 변명을 삼겠습니다. 어제는 마음먹고 서점에 나가서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정말 요사이는 뭐에 그리 쫓기는지 서점 출입한 지도 오래되었답니다. 책 볼 마음의 여유도 없구요. 언젠가 수녀님과 목아박물관에 갔을 때가 떠오르네요. 그때 뜰에 있는 돌에 새겨져있던 ‘보왕삼매론’을 같이 읽던 기억이 나시는지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

길위의단상 2007.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