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걸림돌 / 공광규

샌. 2009. 4. 15. 09:27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되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 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 걸림돌 / 공광규

 

나에게 진실로 유익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으로 성숙되어지는가?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진정한 스승은 장애물이나 걸림돌이라 생각되는 그것인지 모른다. 지금의 걸림돌이 결국은 디딤돌이었음을, 그래서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보다.

 

이 시와 함께'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을 읽으며 오늘의 마음자리를 다시 다듬는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病苦)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수행하는데 마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魔軍)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일을 꾀하기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서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園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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