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13

낙산사 복수초

낙산사에서 처음 복수초를 본 게 화재 전이었으니 거의 20년 전이었다. 이른 2월에 강원도에서 복수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때에 맞춰 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속초에 가는 길에 찾아가 보았다. 과연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과연 보타전 뒷편 양지바른 비탈에 복수초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예전의 그 장소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복수초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낙산사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이곳은 모르는 듯 오직 아내와 둘이서 보물을 감상하듯 했다. "여기 꽃 보러 오세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면 이마저 훼손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앞으로 복수초가 피는 한 이곳은 나의 비밀의 정원이 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1.02.17

홍릉수목원 복수초(2021)

홍릉수목원에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에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S, Y 형에게 연락하여 셋이 만나 2021년의 첫 꽃을 영접했다. 지난주부터 홍릉수목원의 복수초 소식이 들렸으니 올해는 일찍 개화한 셈이다. 남도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이렇게 빨리 피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더욱 귀한 복수초다. 사람 마음은 비슷한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 복수초 둘레에는 나무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더 예쁘게 찍게 위해선지 누군가 눈을 퍼다가 복수초 주위에다 뿌려 놓았다.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워 도리어 역효과를 내어 언짢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꽃들의향기 2021.01.31

봄내길 2코스를 걷다

코로나19로 멀리 나가는 걸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동네 밖으로 나갔다. 강촌에 있는 봄내길 2코스를 걷기 위해서였다. '봄내길'이라는 이름이 왠지 이 봄과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길이었다. 아내와 함께 손주가 동행했다. 봄내길은 춘천 지역의 트레킹 길이다. 전부 일곱 개 코스가 있다. 이번에 걸은 2코스는 별칭이 '물깨말구구리길'이다. 안내판 설명에 나온 대로 '물깨말'은 '물가 마을'이란 뜻이고, '구구리'는 '골 깊은 아홉 굽이를 돌아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물깨말과 구구리를 거치는 길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길게 올라야 한다. 봄내길 2코스는 전체 길이가 7.2km이고, 소요 시간이 두 시간 반으로 나와..

사진속일상 2020.04.14

손주와 남한산성에서 놀다

손주를 데리고 남한산성에 갔다. 산성마을에 주차하고 현절사를 지나는 산길에 들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처음에는 무척 차가운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력이 엄청 좋다. 어른 눈에는 띄지 않는 것을 무척 잘 잡아낸다. 또한, 움직이는 것에도 매우 예민하다. 슈퍼 레이더이다. 아이 눈에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한가 보다. 나는 사소한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아이를 신기해 한다. 손주는 다른 아이에 비해 자연물에 호기심이 많다. 동네 놀이터에서도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이든 움직이는 걸 찾아내고 놀려고 한다. 아이들이 '개미 박사'라고 불러줄 정도다.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번 산길에서도 새로운 꽃 이름을 여러 개 알려 주었다. 할머니와 손 잡고 성곽길을 걷는다. 이만큼 컸으니 이젠 어디든 ..

사진속일상 2020.04.09

천마산의 3월 봄꽃

봄꽃을 보기 위해 4월 초중순 경에 천마산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좀 일찍 발걸음을 했다. 올해는 꽃 개화 시기가 열흘 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에 들어가 보니 꽃마다 들쑥날쑥이다. 이 시기에 개화의 정점은 복수초다. 덕분에 천마산 꽃산행 중에서 제일 많은 복수초를 보았다. 다른 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늘 천마산에서 만난 꽃 - 복수초,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노루귀, 고깔제비꽃, 점현호색

꽃들의향기 2020.03.24

홍릉수목원 풍년화와 복수초

Y 형과 홍릉수목원에 들리다. 나무꽃인 풍년화와 풀꽃인 복수초를 만나다. 풍년화는 홍릉수목원에서 제일 번저 피는 꽃이다. 원산지는 일본으로 잎보다 먼저 진한 노란색의 꽃이 피며, 일찍 필수록 풍년이 온다는 얘기가 전한다. 꽃이 형태가 특이하다. 우리나라에는 1931년에 들어왔다. 복수초 역시 꽃을 피우고 있다. 남녘까지 못 찾아가니 가까운 여기서 이른 봄을 느낀다.

꽃들의향기 2019.02.23

천마산 봄꽃

어느 때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 천마산의 봄이다. 이번에는 신현회원 세 명과 동행했다. 봄꽃을 보러 천마산을 찾은 건 7년 만이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천마의 집을 지나 팔현계곡 상류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꽃 산행길이다. 초입의 점현호색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꽃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꽃 호사를 누렸다. 이번 산행에서는 노랑미치광이풀 꽃을 보여주겠다는 분을 만났다. 미치광이풀 꽃은 대부분이 자주색인데 노란색 꽃은 희귀종이라고 한다.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나는 포기했고, 일행 중 한 사람이 따라가서 결국 사진을 찍어 왔다. 결과물을 보니 번거로웠어도 따라가 볼 걸 싶었다. 이번 길에서는 약 20종 가까운 꽃을 만났다. 그중 일부를 사진으로 남겼다. 점현호색, 현호색, 큰괭이밥, 얼레지, 만주바람..

꽃들의향기 2018.04.03

남한산성 복수초

남한산성에서 복수초를 만나다. 성벽 바깥쪽을 걷다가 혹시나 했는데 노란 복수초가 있었다. 이미 잎이 많이 자란 만개 상태였다. 늘 사람으로 붐비는 남한산성 길옆에 복수초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진을 찍느라 생육 환경이 망가지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아예 카메라를 갖고 다니지 않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예쁜 모습을 담고 싶은 욕망 앞에서 언제나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봄꽃 중에서 제일 찍기 어려운 게 복수초다. 배경 정리가 너무 힘들다. 이제껏 한 번도 마음에 드는 복수초 사진을 찍어보지 못했다. 눈을 뚫고 핀 복수초를 만나지 않는 한 이런 실망감은 계속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6.03.29

1월의 복수초

1월인데 벌써 복수초의 개화 소식이 들린다. 평년 같으면 제주도에서 필 시기인데 이젠 내륙에서도 한겨울에 복수초를 볼 수 있다. 서울 홍릉수목원에서도 예년보다 20일 일찍 복수초가 피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 겨울은 12월에 반짝 추위가 왔다가 그 뒤로는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난 올해의 첫 꽃, 복수초다. 1월에 핀 복수초가 신기해서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다.

꽃들의향기 2015.01.28

청계산에서 봄꽃과 놀다

산에 들어 꽃과 놀 때가 제일 행복하다. 꽃을 찾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이다. 잡념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깊은 명상에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사람의 마음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맑고 투명해진다. 오늘은 청계산 옛골에 들었다. 골짜기에는 환상적일 정도의 아름다운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는 원 없이 만났다. 가까운 곳에 이런 야생의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꽃들의향기 2014.03.25

청계산의 봄꽃 삼총사

청계산 바람골에서 숨어 있는 꽃밭을 발견했다. 꿩의바람꽃, 복수초, 노루귀가 어우러져 피어 있는 작은 화원이었다. 이렇게 여러 송이가 다양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청계산에서도 보기 드물다. 원래바람골에는 앉은부채와 꿩의바람꽃이 많다. 그러나 복수초와 노루귀 보기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 봄꽃 사진 찍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특히 배경 정리가 난감하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너무 시선을 어지럽힌다. 일부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낙엽을 걷어내는 이유를 이해할 것도 같다. 현장에서 느낀 아름다움과 감동의 십 분의 일이라도 제대로 담아내고 싶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잘 안 된다. 우리의 비밀 화원을 내년에도 다시 찾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사진 공..

꽃들의향기 2011.04.02

천마산 팔현계곡

오늘은 봄꽃을 만나러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았다. 나에게 천마산은 무척 고마운 산이다. 대부분의 산들이 봄철 화재 예방으로 입산을 통제하는데 천마산은 예전부터 완전 개방되고 있다. 봄철의 화야산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지만 입산 금지로몇 년째 아쉬움만 달래고 있다. 삼림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무조건의 통제는 재고해줬으면 좋겠다. 사전 신청을 받아 제한된 인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산에 오르는 것도 거의 1 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소픙 가듯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어제보다도 더 맑고 따뜻해진 완연한 봄날이었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을 비롯한 여러 꽃들이 반겨주었다. 역시 천마산은 달..

꽃들의향기 2010.04.08

복수초

복수초는 봄의 전령사이다. 제주도에서는 2월 초순이면 눈 사이에서 피어나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알려 준다. 그러나 서울 지방에서는 3월 하순이 되어야 산에서 피어나는 이 꽃을 볼 수 있다. 처음 이 꽃 이름을 들었을 때는 '복수'를 앙갚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 꽃 이름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 뒤에 한자로는 福壽草라고 쓰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이 꽃은 복과 장수를 상징한다.꽃말도 '영원한 행복' 또는 '봄의 미소'라고 한다. 이른 봄이 되면 신문에는 의례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 사진이 실린다. 그래서사람들에게는 눈 속에서 피는 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내 경우는 불운하게도 눈 속에서 핀 복수초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키가 작은..

꽃들의향기 200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