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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빠집시다 / 윤금초

난봉꾼 타고난 끼로 숱한 아녀자를 농락했다. 성난 주민들 관아에 고발, 심판 받게 된 것이다. 원님 가로되 "저놈이 다시는 나뿐 짓 못하게 거시기를 잘라 버리도록 해라!" 그러자 그 아비가 일어서서 간청했다. "나리. 저 녀석이 우리 집안 4대 독자입니다. 대를 이어가야 하므로 저 아이 대신 제 거시기를 자르십시오." 깜짝 놀란 어머니가 불쑥 원님 앞에 나섰다. "사또, 법대로 하옵소서." 그러자 큰일 났다 싶은 며느리가 손사래, 손사래 치며 "어머님. 남정네 하는 일에 여자들은 빠집시다." - 여자들은 빠집시다 / 윤금초 도지사, 부산시장, 서울시장만 해도 벅찬데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이 터졌다. 권력과 성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힘이 생기면 어디에든 과시해 보고 싶은 걸까. 성 욕망에는..

시읽는기쁨 2021.01.27

대단하다

오늘 뉴스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 사진을 보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의 영부인들이 찍은 기념사진이다. 그런데 남성이 한 명 끼어 있다.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의 동성 연인이라고 한다. 베텔 총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2015년에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유럽연합 국가 지도자 중 최초의 동성 결혼이어서 화제를 모았단다. 총리의 연인은 이날 영부인의 자격으로 당당히 사진을 찍었다. 서양 사람들 의식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와 비교하니 더욱 그렇다. 지난달 대선 토론회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느냐의 여부로 논란을 벌였다. 진보 성향의 후보조차 찬성한다고 밝힐 수 없었다. 아마 소신껏 말했다면 우수수 표가 떨어졌을지 모른다. 만약 자신이 ..

길위의단상 2017.05.29

열정의 습관

“섹스를 잘하는 남자와 하는 섹스죠. 여자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남자. 지식과 경험과 전술과 창조성이 풍부한 남자. 터부가 없는, 아주 자유롭고 성적 재능이 있고 대담하고 감각적인 남자와 하고 싶어요. 그에게도 성감대가 아주 풍부하다면 더욱 화려하겠죠.” “남자가 나를 함부로 대했으면 좋겠어요.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엉덩이를 때리고 몸을 묶은 뒤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체위를 구사하기를 바래요.” “한없이 오래 해보고 싶어요. 두 시간이나 세 시간쯤 계속. 어떤 상상의 힘도 빌리지 않고 완벽하고 감미로운 단계를 지나 오르가슴에 이르기까지 한순간도 그를 잊지 않고 의식하는 섹스. 그러니까 난 끝까지 사정하지 않는 남자를 기다려요.” “낯선 남자에게 반쯤, 거의 부드럽게 강간을 당하는 섹스를 원해요. ..

읽고본느낌 2009.12.28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치마 / 문정희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과 여, 그다사다난함의 배..

시읽는기쁨 2009.07.15

性 / 김수영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槪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憐憫의 순간이다 恍惚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憐憫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 性 / 김수영 김수영 시인도 이런 시를 썼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

시읽는기쁨 200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