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38

소음 수행

'소음 수행'이라 부르기로 한다. 아파트 이웃을 잘 만난 덕분이다. 층간소음을 경험한 사람은 그 괴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 것이다. 뾰족한 해결 방안도 없이 그저 견뎌내야 한다. 소음을 이젠 마음 다스리는 기회로 삼기로 한다. 수행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죽음을 명상하려고공동묘지를 찾기도 한다. 극한 환경을 일부러 찾아 나선다.층간소음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어떤 소음이나 방해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훈련의 기회이다. 선원이나 수도원에서만 수행하는 게 아니다. 생활의 모든 장소가 수행 도량이다. 화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내 마음을 살핀다. 소음 방향으로 쏠리는 마음을 피해 호흡에 집중한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을 바꾸는 방법밖에는 없다. 원망과 짜증을 부려봐야스트레스를 ..

참살이의꿈 2012.01.29

조용히 살고 싶어라

집 앞에 태권도 학원이 생겼다. 덕분에 시끄러운 소음을 견뎌야 한다. 초기여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지 기합 소리가 요란하다. 위층에서는 쿵쿵거리고 밖에서는 아이들 함성이 신경을 자극한다. 집에 주로 있다 보니 소음에 더 예민해졌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마음은 더 시끄러워진다. 이곳 아파트 단지는 젊은 가구가 대부분이다. 우리 윗집, 아랫집, 옆집에는 전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놀이터에도 언제나 아이들로 시끌벅적하다. 전에 서울에 살 때는 양로원이라 할 정도로 아이들 보기가 어려웠다. 엘리베이터에 타도 항상 나이 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이쁘게 보면 활기차서 좋고, 밉게 보면 너무 소란하다. 처음 이사 와서는 위층에서 아이들..

길위의단상 2011.10.07

소음에서 벗어나는 법

한 늙은 학자가 요양을 하기 위해 작은 시골마을로 이사를 왔다. 노인은 주위가 고요한 이 마을이 썩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을 아이들이 집 주위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놀기 시작했다. 노인은 아이들 소리 때문에 낮잠조차 편안히 잘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나가서 조용히 하라고 타일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이 동네 아이들을 집에 초대했다. 노인은 용돈을 가지고 나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부터 내 앞에서 고함을 질러주지 않겠니? 소리가 큰 아이에게는 더 많은 용돈을 주마.”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댔다. 노인은 약속한대로 소리의 크기에 따라 아이들에게 용돈을 나누어주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나가는 동안 아이들은 고함을 지르고 용돈을 받는 것이 습관이..

길위의단상 2011.05.31

이 일을 어찌 할까

어젯밤이었다. 밤 10시에 잠들었다가는 금방 깼다. 아파트 윗집의 소음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뛰는 소리, 물건 끄는 마찰음이 너무 컸다. 아이들의 찢어지는 듯한 고함과 비명소리도 견디기 힘들었다. 전날 밤에도 조용히 해 달라고 인터폰을 넣었었다. 연속 이틀 간섭하기도 뭣해 참고 참으며 두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밤 12시 30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자책과 원망이 오가며 이러다간 내가 미칠 것 같았다. 다시 인터폰을 넣고 이럴 순 없다고 항의했다. 죄송하다고, 두 살 된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 우린 어떡하란 말인가. 왜 이웃간에 소음문제로 욕설이 오가고 고소를 하고 살인까지도 가는지 당해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온갖 험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서로 벽을..

길위의단상 2011.04.22

만약에

나는 소리에 너무 민감하다. 소음을 참지 못한다. 신경을 거슬리는 작은 소음일수록 더하다. 다른 것은 대체로 무난한 편인데 유독 소리에만 노이로제가 심하다. 그렇다고 음감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아예 제로다. 그러면서 주변 소리에는 예민한 게 내가 보아도 과민반응이 지나치다. 이것만 보면 사람들은 날 아주 까칠한 사람으로 안다. 옆 사람의 타닥거리는 컴퓨터 자판 소리, 전화 소리, 잡담들, 사무실에서는 이런 것들 때문에 정신집중이 안 되었다. 사무실에게 받았던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나에게는 소리였다. 한번은 옆 동료에게 자판 좀 곱게 두들기라고 말했다가 눈물을 흘리게까지 만들었다. 뭐 저렇게 예민한 사람이 있느냐고 속으로 욕을 많이 했을 것이다. 내가 큰 사무실을 피하고 홀로 사무실 생활을 즐긴 건 이런 이..

길위의단상 2011.04.01

소음 스트레스

성격이 별난 탓인지 나는 유달리 소음이나 번잡함을 견디지 못한다.자신을 방해하거나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의 인지상정이지만 다른 사람은 잘 견뎌내는 것도 나는 참지를 못하니 아무래도 유별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지하철을 탈 때 사람으로 꽉 차있으면 나는 타지를 않는다. 어떤 때는 20분 이상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각을 하더라도 좀 덜복잡한 다음 차를 기다리는데 동행한 사람은 이런 나의 습성을 이해하지를 못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 몸과 몸이 부딪치며끼여 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휴가철에 유명 관광지의 사람들로 북적대는 풍경은 나에게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 구경하러 일부러 찾아간다는데 내 뇌 구조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보다 ..

길위의단상 2007.08.17

조용한 곳에 숨고 싶다

조용한 곳이랍시고 만족하며 이사를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난 달부터 바로 옆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땅파기와 기초공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한여름이어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으니 방안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낮에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다. 이놈의 소리 때문에 에어컨이라도 사야지 싶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녁 6시가 되면 모든 작업 소리가 뚝 그치는 것이다. 요사이는 현장의 작업 시간도 철저히 지켜지는 것 같다. 휴가 기간이지만 부득이하게 직장에 나올 일이 생겨서 오전에만 근무를 하게 되었다. 일의 성격이 나로서는 즐겁게할 성질이 아니어서 이 또한 엄청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몸살이 나고 일주일째 골골거릴 정도로 시달리고 ..

사진속일상 2007.08.03

뒷산으로 피하다

집 앞에서 도로의 경계석을 바꾸고 다시 포장을 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중장비의 소음과 먼지로 이 한여름에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의미있게 생각되는 작업이라면 어떤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만, 도대체 안 했으면 더 나을 것 같기에 스트레스가 더하다. 아직 멀쩡한 시멘트 경계석이고 포장 상태도 깨끗한데 무엇 때문에 화강암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도시에서 시행되는공사들 중 이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미관을 위해서 엄청난 낭비를 하는 셈이다. 아니면 이런 사업이라도 벌려야 경기가 활성화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유지되는 경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대규모로 에너지 소비를 하면서 살아갈 ..

사진속일상 200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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