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이 일을 어찌 할까

샌. 2011. 4. 22. 20:02

어젯밤이었다. 밤 10시에 잠들었다가는 금방 깼다. 아파트 윗집의 소음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뛰는 소리, 물건 끄는 마찰음이 너무 컸다. 아이들의 찢어지는 듯한 고함과 비명소리도 견디기 힘들었다. 전날 밤에도 조용히 해 달라고 인터폰을 넣었었다. 연속 이틀 간섭하기도 뭣해 참고 참으며 두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밤 12시 30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자책과 원망이 오가며 이러다간 내가 미칠 것 같았다. 다시 인터폰을 넣고 이럴 순 없다고 항의했다. 죄송하다고, 두 살 된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그러면 우린 어떡하란 말인가. 왜 이웃간에 소음문제로 욕설이 오가고 고소를 하고 살인까지도 가는지 당해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온갖 험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서로 벽을 맞대고 사는 사이에 밤늦게까지 소란을 피우는 게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한 바탕 실랑이를 하고나면 다음날은 기진해 아무 일도 못한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뇌수술을 받은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는데 겨우 수면제에 의지해 지내고 있다. 귀마개를 해 보지만 별 소용이 안 된다. 아이들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위층 집의 생활 스타일이 변하기를 기대하기도 난망하다. 이 일을 어찌 할까.

그동안 아파트 생활을 20년 이상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저녁에는 소란해도 밤이 되면 별 문제가 없었다.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별 대책이 없다는 데서 절망적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예민함도 문제일 수 있지만 소음을 유발하는 쪽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도 유감이다. 세계 유수의 뛰어난 건축기술로 소음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호텔을 이렇게 지었다면 영업을 할 수 있겠는가. 겉만 번드르르하게 지을 게 아니라 입주자들의 삶의 질 문제를 우선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이 문제다. 자신들의 사생활이 중요한 만큼 이웃의 사생활도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건 상식이다. 내 가족이 웃고 떠들며 행복해 하는 동안에 고통스러워하며 잠 못 드는 이웃이 있다는 점도 상기해주면 좋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없는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웃과 낯을 붉히며 티격태격하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내 자신이 견디지 못하겠다. 우리의 상태를 전했으니 위층에서도 무언가 대책을 세울 것을 기대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우선은 충격을 차단하는 완충매트라도 깔아주었으면 좋겠다. 금방 입주해 왔는데 다시 집을 옮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 일을 어찌 할까.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문 없는 한 달  (0) 2011.05.22
First of May  (0) 2011.05.01
이삿날의 해프닝  (0) 2011.04.20
비도 무서워진 세상  (0) 2011.04.07
만약에  (1) 201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