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소음 스트레스

샌. 2007. 8. 17. 19:43

성격이 별난 탓인지 나는 유달리 소음이나 번잡함을 견디지 못한다.자신을 방해하거나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의 인지상정이지만 다른 사람은 잘 견뎌내는 것도 나는 참지를 못하니 아무래도 유별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지하철을 탈 때 사람으로 꽉 차있으면 나는 타지를 않는다. 어떤 때는 20분 이상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각을 하더라도 좀 덜복잡한 다음 차를 기다리는데 동행한 사람은 이런 나의 습성을 이해하지를 못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 몸과 몸이 부딪치며끼여 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휴가철에 유명 관광지의 사람들로 북적대는 풍경은 나에게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 구경하러 일부러 찾아간다는데 내 뇌 구조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소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데 나는 신경이 쓰여 힘들어하는 경우가 흔하다. 나는 시끄러운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올 여름은 소음과의 전쟁중이다. 바로 집 옆에서 아파트 건축 공사가 시작되어 하필 한여름에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다. 쿵쾅쿵쾅 하는 기계음에 아침부터 미칠 지경이 된다. 그래서 휴가기간이었지만 낮시간에 단 하루도 집에 있어보지를 못했다. 조용한 집을 찾아 여기까지 이사를 왔는데 이런 돌발 변수가 생길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 인생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말 그대로의 피정(避靜)을 위해서 고향집을 찾았었다. 일주일간 있었는데 제일 행복했던 것이 바로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인공의 소리가 없는 시골은 자연의 소리로 가득했다. 들리는 것은 주로 빗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들이었다. 아침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깨는 행복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꿈 같았던 일주일간의 생활이 한 순간에 지나갔지만 다시 돌아온 도시 생활은 나에게는 소음과의 전쟁이고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딜 가든 공사장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시골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 공화국, 토목 공화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일인당 시멘트 사용량이 한창 건설붐이 일고 있는 중국의 3배라고 한다.'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이제 전설로 되었다. 이런 게 발전이라면 제발 사양하고 싶다. 이것은 유별나게 소음을 견디지 못하는 별난 사람의 괴벽이 아니다.시골에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욕망 충족형 사회는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고, 건설해야 하고, 파괴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집 밖의 시끄러운 기계음도 다행히 저녁이 되니 사그라졌다. 그 소리가 그치니 그제야 매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제발 좀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 번잡한 시장 복판에서도 마음만 고요하면 산중과 같다지만 나 같은 범인이 어찌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당장 도시에서의 거처를 옮기지 못할 처지인데 불평을 해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빨리 서늘한 바람이라도 불어야 창문을 닫고 저 날카로운 소리를 좀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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