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한국인의 마음

샌. 2007. 8. 21. 10:55

유엔 인종차별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를 우려하는 내용이 보도 되었다. 단일민족의 강조가 이주노동자와 주로 동남아에서 온 결혼여성 등에 대한 인권 침해의 요인이된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한 사회의 구성원을 결집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유연성을 잃고 이데올로기화 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민족주의는 히틀러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민족 의식이 배타성을 띄기 시작할 때 위험해진다. 인간 유전자 안에는 편을 가르는 본능이 숨어있는지 지금은 종파주의가 이곳저곳에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한 동네가 되어 가는 흐름에서 이제 민족주의는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유엔이 우리나라의 단일민족 의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 국민의 의식도 그만큼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민족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미국 사람,태국 사람이 아니라, 이젠 뉴욕 시민, 방콕 시민으로 불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럽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듯이 이젠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만 보인다. 도리어 걱정해야 할 것은 각 나라나 민족의 고유한 전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인 고유의 정서가 있다. 한국인의 핏줄에 내재된 이 코드를 이어령 님은 64개의 대표적인 물상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와 비슷한 공감을 느낄지는 의문이다. 핏줄은 같지만 어릴 적 문화적 경험은 다르기 때문에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문화나 정서의 단절은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같은 한민족이지만 외국에서 태어난 2세대 아이들은 겉은 우리와 같아도 생각은 완연히 다르다. 그들이 우리 문화에 친근감을 느낄 수는 있어도 공감하기는 어렵다.

전통적인 한국인의 정서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라지는데 앞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서구화되고 있다. 세상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유년의 따스했던 경험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다. 밑에 나오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64개의 표상들도 이젠 접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한국인이 누구이고 한민족의 정서가 어떠한지는 이 목록이 일정 부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이런 것들이 박물관의 유물 정도로밖에는 생각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잘못 오용될 가능성이 많은 '민족'이라는 말조차 이제는 더없이 가엾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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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머리의 언어

거문고 누워 있는 악기

계란꾸러미 포장문화의 원형

고봉 무한한 마음을 담는 기법

골무 손가락의 투구

나전칠기 어둠 속에 빛을 상감하는 법

낫과 호미 자기로 향한 칼날

논길팽창주의를 거부하는 선

다듬이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일인칭 복수의 문화

담뱃대 노인들의 천국

돗자리 하늘을 나는 융단

뒤주집안의 작은 신전

떡 마음의 지층

ㄹ 통합 그리고 연속의 무늬

매듭맺고 푸는 선의 드라마

맷돌 분쇄의 기술

무덤 죽음의 순서

문 문풍지 문화

물레방아환상의 바퀴

미륵오십억 년의 미소

바구니뽕도 따고 님도 보고

바지치수 없는 옷

박초가지붕 위의 마술사

버선오이씨가 된 발

베갯모우주와 사랑의 꿈

병풍움직이는 벽

보자기탈근대화의 발상

부채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

붓정신의 흔적

비녀마음의 빗장

사물놀이우주와 사계절의 소리

상억제와 해방의 미각

서까래안과 바깥의 매개 공간

수저짝의 사상

신발문화의 출발점

씨름긴장 속의 탈출구

연빈 구멍의 비밀

엽전우주를 담은 돈

윷우연의 놀이

이불과 방석사람과 함께 있는 도구

장롱심연의 밑바닥

장독대가정의 제단

장승수직과 짝을 염원하는 삶

종여운을 만들어내는 정신

지게균형과 조화의 운반체

창호지나무의 가장 순수한 넋

처마욕망의 건축학

초롱밤의 빛

치마감싸는 미학

칼무딘 칼의 철학

키이상한 돛을 지닌 배

탈삶의 볼록 거울

태권허공에 쓰는 붓글씨

태극가장 잘 구르는 수레바퀴

팔각정에콜로지의 건축학

팔만대장경칼을 이긴 인쇄문화

풍경대기를 헤엄치는 물고기 소리

한글기호론적 우주

한약생명을 위안하는 상형문자

항아리불의 자궁에서 꺼낸 육체

호랑이웃음으로 바뀌는 폭력

화로불들의 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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