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짜증의 계절

샌. 2007. 8. 14. 14:54

"당신, 왜 이렇게 짜증만 내는 거야?"

요사이 아내로부터 자주 듣는 짜증 섞인 대꾸다. 그러면 되돌아가는 내 말투 또한 투박해지고,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응답은 뻔한 것이다. 어제 저녁에도 사소한 데서 발단이 되어 둘은 냉전 상태로 들어갔다. 같이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들어왔건만 불안한 평화는 고작 몇 시간을 지탱하지 못하고 다시 깨졌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자탄을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하고 있다.

아내의 불만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것까지 짜증으로 몰아가는 아내의 태도가 나로서는 기분 나쁘다. 그러니 아내에게 타박을 하고 그것이 아내로서는 원망스러울 법하다. 둘은 요사이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다.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고쳐지지도 않는다.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아내가 나 또한 원망스럽다.

무엇이 날 이렇게 짜증스럽게 하는지 나는잘 모른다.

뭔가 깊숙한 내면적 원인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그런 불만들이 쌓여 일상의 짜증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서로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갈등은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날 더욱 우울하게 한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연 십여 일째 계속 비가내린다.

사람 기분이 날씨에 좌우되는 것은 물론일 텐데, 그래서 요사이 부쩍 심해진 짜증을 괜히 날씨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한여름인데 햇빛을 보지 못했으니 사람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럴 때는 서로간에 더욱 조심을 하는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여튼 요사이 내 기분은 아주 심하게 우울하고 답답하다.

이럴 때 내 마음을 터놓고 같이 공감하고 울어줄 사람 하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돌아보아도 그런 친구가 없으니,이럴 때는 내가 인생을 헛 산 것만 같이 느껴져 더욱 쓸쓸하다. 외로움을 벗한다고 하지만 오늘의 이 쓸쓸함은 소태처럼 쓰다. 홀로든 누구와 함께든 저녁에는 한 잔 술로 내 마음의 상채기를 달래야겠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지금의 이 짜증의 계절도 찬바람이 찾아오면 자연히 사라지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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