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67

온몸으로 기뻐하기

7개월 된 둘째 손주가 있다. 태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신비에 경탄하게 된다. 아직 제힘으로 자리를 옮기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저를 돌봐주는 사람은 알아본다. 얼마 전까지도 날 보면 무섭다고 울었는데 지금은 낯이 익었다. 가끔 만나도 처음에는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좋아라 한다. 그런데 아기가 사람을 반기는 모습을 보면 놀라운 데가 있다. 얼굴로 환하게 웃는 건 물론이고 입을 벌리면서 두 팔을 허공에 뒤흔든다. 좋아하는 마음이 온몸으로 드러난다. 기쁨이 전신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작은 존재가 즐거움에 온전히 젖어 있는 걸 느낀다. 반면에 어른은 무엇이 좋다고 이렇게 환호하지를 못한다. 내숭을 떨기도 하고, 밀당의 줄다리기를 잘하는 비결을 배우기도 한다. 좋다는 감정에 ..

길위의단상 2015.06.09

다 한때인 걸

내 나이 즈음이 되면 손주 키우는 문제와 대면하게 된다. 자식을 출가시키면 홀가분해질 줄 알지만, 손주가 태어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요즈음은 대부분이 맞벌이라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자면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 사정 뻔히 아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공무원이면 육아 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지만 회사원은 다르다. 법적으로 보장되었다고는 하나 3개월 정도만 애기를 돌보라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눈치가 보여서 더 있을 수가 없게 한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만 하지 말고 이런 걸 확실히 보장해 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여성 대통령이 당선돼서 기대했는데 나아진 것 하나 없다. 일본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충분한 육아 휴직이 보장되고, 지자체에서 돌보미를 지원해 주어 아기 기르기가 수월하다는 ..

길위의단상 2015.03.22

둘째 손주

둘째가 출산하고 친정에 와서 한 달간 조리를 한 후 돌아갔다. 집이 같은 단지 안에 있으니 몇 걸음밖에 안 되는 거리라 아내는 거의 매일 왔다갔다 한다. 떨어져 있던 딸이 아이 때문에 가까이 이사 왔다. 그러나 석 달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게 되면 아이를 돌보는 문제가 시급하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봐주고 싶지만 우리 둘 다 체력이 달려 비실거리기 때문에 사람을 쓰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될지는 닥쳐봐야 알 일이다.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가서 사진을 몇 장 찍어 보았다. 아직은 생긋 웃을 줄을 모르니 귀여운 얼굴을 잡기가 어렵다. 보챌 때는 힘들다가도 혼자서도 잘 노는 모습을 보면 천사가 멀리 있지 않다. 내 품에 안긴 애기의 숨결을 들으면서 이 세상에 찾아온 여린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사진속일상 2014.12.18

아내가 활짝 웃을 때

아내가 활짝 웃을 때는 손주와 함께 있을 때다. 숨어 있던 생의 에너지가 마구 폭발하는 것 같다. 둘이 같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구경거리다. 핏줄의 힘은 무섭다. 다들 손주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왜 그런지 나는 별로다. 그래서 별종이라는 말도 듣는다. 이놈은 외할머니와는 잘 놀면서 나만 마주치면 얼음이 된다. 말은 못해도 눈치는 9단이다. 웃는 얼굴을 찍자면 시간이 더 흘러야 가능하겠다. 돌이 갓 지난 손주는 아직 걷지는 못하고 다른 데를 의지하고 일어설 정도다. 그러다가 넘어지면서 얼굴을 부딪쳐 상처가 났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이놈이 아장아장 걷게 될 따스한 봄이 기다려진다.

사진속일상 2013.12.22

손주와 창덕궁 나들이

9개월 된 외손주를 데리고 창덕궁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한 첫 외출이었다. 어느새 유모차를 따라가는 할아버지가 되다니, 내 자식이 유모차에 앉아 있었을 때가 자꾸 생각났다. 손주는 이제 막 길려고 한다. 팔과 무릎으로 버티기는 하는데 아직 앞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아이가 크는 걸 보면 무척 빠르다. 그래도 저걸 언제 키워서 사람으로 만들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창덕궁은 전과 달리 자유 입장이었지만, 후원은 여전히 가이드 인솔하에만 관람이 가능했다. 후원을 자유롭게 다니는 특별 관람이 없어져 아쉬웠다. 우리는 애련지까지만 따라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런데 후원에서는 통제가 너무 심해 마음 놓고 의자에 앉아 쉬지도 못했다. 잘 보전이 되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창덕궁은 조선 시대..

사진속일상 2013.09.06

외손녀

첫째가 출산을 한 뒤 친정에 와서 몸조리하고 있다. 아기는 하루의 8/10은 자고, 1/10은 먹고, 1/10은 놀거나 운다. 깊은 잠에 빠진 이 녀석이 나를 한순간에 할아버지로 만들었다. 아기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 자그마하고 연약한 생명이 어디에서 어떻게 우리를 찾아왔는지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또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내야 할 걸 생각하니 안스럽기도 하다. 네가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구나. 이 할아버지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너와 내가 만난 귀한 인연에 감사한다. 이 지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 예쁜 꿈 많이 꾸고 많이 웃자. 옆에서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할아버지는 무척 행복하단다. 아가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거라....

사진속일상 201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