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8

고야의 유령

스페인 여행 중에 가이드가 스페인 역사 이해를 위해 버스에서 틀어준 영화다. 화면이 작고 흔들려서 눈이 아파 그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귀국하고 나서 올레 영화에서 다시 뽑아 보았다. 이 영화가 그리는 스페인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고야의 유령'은 18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걸친 스페인이 무대다. 궁정화가인 고야(Goya, 1746~1828)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의 혼란상과 인간의 사악함, 그중에서도 가톨릭의 부패와 음모를 잘 그려낸 수작이다.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던 '유령'은 진리를 내세우면서 인간을 억압한 가톨릭이었다. 스페인 가톨릭계는 교리 수호를 위해 악명 높은 종교재판소를 다시 가동한다. 로렌조 신부의 마수에 이네스가 걸려들고, 저녁 식사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대교인으로 몰..

읽고본느낌 2019.07.12

세상에 이런 일이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고, 침대는 90도로 발딱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 여행 중 새벽 3시에 어느 호텔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것이 그때의 황당한 상황이다. 아무리 가장자리에 누워 있다 하더라도 침대가 뒤집어질 수 있겠는가. 소리에 놀라 옆 침대에서 자던 아내도 일어났다. 둘 다 어이없어했다. 아내는 침대 다리가 부러진 게 아닌지 살펴봤지만 철제 다리는 이상 없었다. 설령 다리가 부러졌대도 한 편으로 무너지기만 하지 저렇게 발딱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기며 침대를 바로 세워 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라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침대는 구조상 ..

길위의단상 2019.07.10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5) - 바르셀로나

여행 여덟째 날,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다. 9시에 출발하니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다. 이번 여행은 바삐 시간에 쫓기지 않아 좋다. 숙소에서 본 발렌시아의 아침 주택가 풍경. 숙소는 대체로 이런 수준이다. 값싼 패키지니 숙소나 음식은 마음에 안 들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휴게소.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건물 벽에 걸린 노란 리본이 자주 눈에 띈다.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과 문화나 언어가 다르다. 500년 전에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자 통합을 했지만 아직 융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독립을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중앙 정부의 강제 진압으로 실패했다. 독립 운동으로 수감된 사람의 석방을 기원하는 마음을 노란 리본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다. 바르셀로나는..

사진속일상 2019.07.07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4) - 론다, 미하스, 그라나다

여행 여섯째 날,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론다로 출발하다. 아침 식사 전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세비야 교외 주택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집들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행. 론다로 가는 길에는 해바라기 밭이 많이 보인다. 꽃이 지고 있어 볼 품이 없어 차를 세우지는 않다. 스페인은 5월에 와야 많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론다(Ronda)는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로 집은 하나 같이 하얗다. 파란 하늘과 어울려 이국적인 느낌이 확 풍긴다. 론다에는 데레사 수녀(1515~1582)가 설립한 맨발의 가르멜 수도원이 있다.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봉쇄 수도원이다. 시원한 초록의 가로수 길을 걸어간다. 론다는 투..

사진속일상 2019.07.06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3) - 세비야

여행 다섯째 날, 세비야로 가다. 리스본에서 세비야까지 400km, 고속도로를 달려 4시간 30분이 걸리다. 세비야(Sevilla)는 여행 오기 전 스페인 역사를 읽으면서 책에 제일 자주 등장하는 도시였다. 신화적 요소가 있지만 헤라클레스가 세운 도시가 세비야이고, 여기서 스페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로도 세비야는 스페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슬람 지배 시대는 물론이고 대항해 시대에는 신대륙과의 무역항으로 영화를 누렸다. 세비야 가로를 따라 대성당으로 가다. 세비야 대성당은 이슬람인이 자신들의 사원으로 처음 세웠고, 이슬람을 몰아낸 가톨릭 세력이 100여 년의 대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폭이 넓은 모양은 원래 이슬람 사원이었기 때문이다.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 성당, 런..

사진속일상 2019.07.05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2) - 포르투, 파티마, 리스본

여행 셋째 날, 포르투갈 포르투로 이동하다. 포르투(Portu)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로 오래전부터 항구도시로 번성한 지역이다. 대항해시대에는 해상 무역의 거점 도시였으며, 포트와인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도 '포르투'에서 나왔다. 수백 년 전 건축물이 남아 있는 히베리아 구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포르투 역사 지구의 중심에 있는 리베르다드 광장이다. 보이는 사람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중앙에 동 페드로 1세의 기마상이 있다. 여기서 산티아고 길을 걷는 한국인 60대 부부를 만나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 새까맣게 탄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타일 벽화로 유명한 포르투 기차역. 기차역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포르투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탑 3에 들어간다고 한다. 가이..

사진속일상 2019.07.04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1) - 마드리드, 톨레도, 살라망카

스페인으로 가는 길은 멀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10시간, 도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8시간이 걸렸으니 비행 시간만 18시간이었다. 경유하면서 대기한 시간까지 합하면 가는 데만 꼬박 22시간이 걸린 긴 여정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새벽에 건넜다. 며칠 전에는 미군 드론이 격추되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트럼프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가 취소했다는 보도가 출발 직전에 있었다. 이번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했는데 국가에서 지원을 많이 해 주는 것 같다. 도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환승 공항으로 많이 활용된다. 고객은 항공료가 싼 카타르 항공을 선호한다. 카타르는 워낙 석유 부국이라 다른 민간 항공사가 경쟁할 수 없다. 도하에서 여행 팀원끼리 인사하다. 전체 23..

사진속일상 2019.07.03

스페인: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이달 하순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가는 나라의 개략적인 역사는 알아야 할 것 같아 이 책을 읽었다. 부제가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이다.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서희석 작가와, 역사학을 전공한 스페인 사람인 팔마 씨가 공저자다. 스페인 역사는 몇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기원 전후의 로마 제국 시대, 5세기 무렵의 서고트 왕국 시대, 8세기부터 13세기경까지 이슬람 점령 시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전성기, 합스부르크 왕조의 몰락과 쇠락기, 1900년대의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정권의 근현대 등이다. 에서는 1700년대까지의 스페인 역사가 서술된다. 근현대사가 빠진 것이 아쉽다.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는데 전혀 설명이 없다. 대신 왕권 투쟁이나 ..

읽고본느낌 201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