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394

강원도(3) - 묵호 등대마을

가을 하늘이 맑게 열린 날, 손주를 데리고 묵호항의 등대마을을 찾았다. 등대마을은 등대가 있는 바닷가 언덕에 있는 마을인데 최근에 새롭게 단장했다. 아직도 일부는 공사중이다. 집은 원색으로 단장하고 벽화도 그렸다. 벽화를 '담화(談畵)'라 부르고, 동네를 따라 난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논골담길'이라 한다.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경치 좋은 곳에는 카페도 있다. 전에는 달동네였을 텐데 등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는 관광 수입을 올리고, 외지인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런 사업들이 지자체의 지원 아래 펼쳐지고 있다. 묵호등대는 높이 12m로 1963년에 건립되었다. 여기서 쏘는 불빛은 42km 떨어진 곳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등대마을의 중심이 이 묵호등대다. 이 날은 하늘이..

사진속일상 2016.10.17

강원도(1) - 주전골

오색 만경대가 1968년에 폐쇄된 이후 48년 만인 10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었다. 주전골을 따라 올라가 만경대를 통해 내려오는 약 5km의 순환 코스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평일에 단풍철을 피했으니 설마 들어가지 못하랴 싶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주차 전쟁으로 시작해서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올라갔다가 인파에 밀려 결국 만경대 입구에서 되돌아왔다. 입장하는 데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 난 데는 가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덕분에 설악산 주전골에 다녀왔다. 오래 전 아내와 점봉산에 오를 때 주전골을 통과한 이후로 27년 만이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에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성국사에서 스님이 휘파람을 부니 산새가 날아와서 손바닥에 앉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

사진속일상 2016.10.15

봉평 메밀밭

메밀꽃 축제를 앞둔 봉평은 이제 막 메밀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분위기는 덜 살아도 축제 전이라 한산해서 좋았다. 파란 가을 하늘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러나 강원도로 들어서니 잔뜩 흐려지면서 비까지 뿌리기 시작했다. 선재길을 걸으러 월정사에 갔더니 어제 내린 비로 길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벌써 세 번째다. 왠일인지 선재길과는 인연이 트이지 않는다. 대신 봉평에 들러서 마을 둘레길을 걸었다. 일찍 파종한 메밀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둘레길은 이효석 문학관, 이효석 생가터 등을 지나 이효석 문학의 숲을 돌아오게 되어 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내내 비가 흩뿌렸다. 그러나 우산을 쓰고 산책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길은 중간에 끊어지기도 하는 등 관리 부..

사진속일상 2016.08.30

장가계(3) - 황석채, 원가계

장가계 여행 셋째 날은 황석채, 양가계, 원가계를 구경했다. 역시 오전은 쇼핑으로 보내고, 오후에 세 군데를 부리나케 돌아다녔다. 어제까지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지나가고 하늘이 깨끗해졌다. 이틀 전까지 계속 비 예보였는데 기적처럼 맑은 하늘이 열렸다. 이처럼 장가계 날씨는 한 시간 앞을 예측 못 할 정도로 표변한다고 한다. 황석채(黃石寨) 들어가는 입구. 가이드가 장가계의 중심이 황석채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황석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우리가 탄 케이블카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었다. 재수 좋으면 걸린다는 유리 케이블카가 우리 몫이 되었다. 황석채에는 유달리 원숭이가 많이 산다. 음식을 얻어 먹으려 관광객 옆까지 접근한다. 가방을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날쌔게 달려드니 조심해야 한다. 황석채에서는 원..

사진속일상 2016.07.02

장가계(2) - 보봉호, 천문산

둘째 날 오전은 가게 두 군데를 들렀다. 패키지 여행에서 쇼핑은 의무 사항이다. 이젠 그러려니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총 네 번의 쇼핑이 있었다. 물건을 하나도 안 사면 가이드 눈치가 보이긴 한다. 어쩔 수 없이 라텍스 매장에서 배개 두 개를 샀다. 이른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이 보봉호(寶峯湖)였다. 협곡을 막아 댐을 만들고 물을 가둔 인공호수다. 유람선을 타고 20분 정도 돌아다닌다. 장가계는 토가(土家)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우리 버스 기사도 토가족이었다. 배를 타면 토가족 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타고 노래를 불러준다. 관광객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한다. 거의 관광버스 수준이다. 이번 여행 코스 중 보봉호가 제일 별로였다. 옵션 비용 30달러 값을 못했다. 잠깐 배를 탔을 뿐이었고, 경치가 볼 만한 것..

사진속일상 2016.07.01

장가계(1) - 십리화랑, 대협곡

갑작스레 장가계를 가게 되었다.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서 값싼 장가계 여행 상품이 있어서 아내와 같이 신청했다. 옵션까지 포함하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처음에는 싼 맛에 솔깃했다. 어찌 됐든 그 덕분에 장가계를 구경했다. 주위에 보면 장가계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한국 사람만 한 해에 80만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가 보니 현지인과 한국인밖에 없다. 안내문에는 한글이 병기되어 있고, 한국 돈이 어디서든 통한다. 가뭄에 콩 나듯 한둘의 서양인이 보일 뿐이다. 왜 한국에서만 이렇게 소문이 났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인천공항에서 장사(長沙)까지는 3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중국동방항공편으로 밤 10시 30분에 공항을 떠나 다음날 새벽 3시에 호텔에 도착했다. 잠깐 눈 붙이고 5시 ..

사진속일상 2016.07.01

죽산 성지

죽산(竹山) 성지는 경기도 안성에 있다.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부터 1871년 신미양요 때까지 스물네 명이 순교한 장소다. 처형지는 고려 때 몽고군이 진을 친 곳이라 하여 이진(夷陣)터라 불렸다. 당시 신자들 사이에서는 이진터에 끌려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잊은 터'라 했다고 한다. 거의 20년 만에 죽산 성지에 들러보다. 그때는 성지가 조성되기 초창기여서 잔디만 깔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여러 시설도 많이 들어섰고 조경도 잘 되어 있다. 성지의 중심은 순교자 묘역이다. 가운데 무명 순교자 묘가 있고, 좌우로 24기의 순교자 묘가 있다. 신앙면에서 나는 지금 냉담 중이다. 아내는 열심히 기도하지만 지켜보는 나는 냉랭하다. 성지에 와도 별다른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계속 무신..

사진속일상 2016.05.13

한택식물원의 봄

봄 향기를 맡으러 아내와 한택식물원에 갔다. 신록 사이를 걸으며 다양한 봄꽃을 구경했다. 한택(韓宅)식물원은 1979년에 설립된 국내 최대의 식물원이다. 자생식물 2,400여 종과 외래식물 7,30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한 바퀴 돌아보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지만 점심을 싸가지고 와서 하루 종일 놀아도 괜찮은 곳이다. 너무 꽃이 많으면 세세하게 들여다 보지 않게 된다. 이곳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맛보면 된다. 인공의 정원이라 야생의 꽃과는 다른 느낌이다. 각각의 즐거움이 있는 법이다. 이번 나들이에는 아내와 함께 개량한복을 커플룩처럼 같이 입었는데, 사람들 시선을 좀 받았다. 그런데 개량한복을 입어 보니 무척 편하다. 앞으로 애용하게 될 것 같다. 한택식물원에서는 바오밥나무를 볼 수 있다. 에 나오..

꽃들의향기 2016.05.12

태안 나들이

꽃향기를 맡고 싶어 아내와 태안으로 하루 나들이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천리포수목원과 태안 튤립 축제장이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4월 한 달동안 목련 축제가 열리고 있다. 수목원 안에는 600여 종의 목련이 있다고 한다. 3월부터 종에 따라 피고 지기를 계속하고 있다. 목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없을 것 같다. 목련이 아니어도 천리포수목원은 봄의 향기로 가득하다. 정성들여 가꾼 풀꽃들이 많다. 느리고 행복하게 꽃길을 걸었다. 이름표에 큰별목련이라고 적혀 있다. 별목련은 이보다 꽃이 더 작다. 목련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여러 종류의 수선화도 볼 수 있다. 한두 시간 훌쩍 보고 가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흰색과 붉은색 꽃이 동시에 피는 명자나무도 흥미로웠다. 화분 사람. 수..

사진속일상 2016.04.20

동해

딸은 손주 재롱을 보여주려고 자주 영상 통화를 이용한다. 그런데 영상은 실물을 더 보고 싶게 만든다.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이 더 생기듯이. 어느 날 아침, 영상으로 손주 얼굴을 보다가 직접 가보자, 하고 동쪽으로 차를 몰다. 세 시간을 달려야 닿는 바닷가 작은 마을이다. 손주와 한참 깔깔거리다 보면 누가 재롱을 부리는 건지 헷갈린다. 동선을 같이 따라다니느라 나중에는 내가 먼저 지친다. 그래도 즐거운 중노동이다.

사진속일상 2016.02.03

2016 제주도(5) - 기타

8박9일이라는 긴 일정 탓에 제주도를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의 명소를 주로 찾아다녔다. 이번 여행은 첫째와 함께 한 데 의미가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함께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덕계곡 산굼부리 아쿠아리움 쇠소깍 큰엉 외돌개 비자림 6박한 숙소, 금호리조트 2박한 숙소, 팜힐 이중섭 거리의 카페 제주공항 이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제주도의 맛있는 음식을 맛 본 것이었다. 흑돼지 / 돈사돈 갈치구이 / 해마루 옥돔구이 / 길섶나그네 방어회 / 동성수산 보말칼국수 / 수두리 모듬회 / 쌍둥이횟집

사진속일상 2016.01.21

할아버지도 필요해

여자를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손주 보기다. 아내는 몸이 아프다 하면서도 손주만 옆에 있으면 생기가 살아난다. 울고 보채도 불평 없이 다 받아준다. 손주가 귀여운 건 마찬가지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두세 시간이 한계로 그 뒤부터는 손주라도 귀찮아진다. 빨리 가라고 눈짓을 하는 때가 잦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있는 걸 보니 누구나 비슷한가 보다. 아내가 줄기차게 손주를 봐주려는 건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요사이 젊은이들은 제 새끼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한다고 혀를 차면서도 무엇이든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다. 딸이 먹을 반찬을 준비하는 것도 일 중 하나다. 남자라면 도저히 그렇게 챙기지 못한다. 제 자식을 향한 여자의 본성은 감탄스러운 데가 있다. 귀여워는 하지..

길위의단상 2016.01.21

2016 제주도(3) - 송악산 주변

제주도에 있는 내내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이어졌다. 어떤 날은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거센 소리에 새벽잠을 깨기도 했다. 삼다도에서 바람만은 기세가 여전한 것 같다. 딱 하루 송악산과 용머리해안에 간 날은 해가 나고 바람도 잦아들어 따스했다. 여행은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송악산 분화구는 출입이 금지되었고, 대신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이 잘 만들어졌다. 길이가 2.8km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해안 산책로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이 아닌가 싶다. 송악(松岳)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옛날에는 소나무가 많았던가 보다. 지금은 일부에만 소나무 숲이 남아 있다. 썰물이 되어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여를 대기했다가 용머리해안에 입장했다. 그동안은 물때를 맞추지 못해 들어가 보지를 못한 ..

사진속일상 2016.01.19

2016 제주도(2) - 곶자왈

제주도 말로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자갈을 가리킨다. '곶자왈'이란 화산암 바위 덩어리와 나무, 이끼,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숲이란 의미다. 제주도의 특유한 풍경 중 하나다. 이번 여행에서 곶자왈은 두 군데를 찾아 보았다. 교래곶자왈과 화순곶자왈이다. 거문오름 탐방 때 지난 곶자왈과 비자림을 포함하면 총 네 군데다. 교래곶자왈은 한라산 동쪽 중산간지대에 있는데, 교래자연휴양림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되고 있다. 큰지그리오름까지 다녀오는 왕복 8km의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흙길은 부드럽고 폭신하다. 오름 아래까지 이런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서귀포는 따스했는데 산간지대인 이곳은 싸늘하고 흐린 날씨다. 대신 찾는 사람이 적은 장점은 있다. 돌, 나무에는 이끼가 자욱하다. 색다른 풍경이다. 작년에 ..

사진속일상 2016.01.16

2016 제주도(1) - 오름

회사에 다니는 첫째가 연초에 시간 여유가 생겨 아내와 셋이서 제주도에 다녀왔다. 4박5일을 계획했으나 상황이 변해서 다시 4박을 연장해 총 9일이 되었다. 이번에는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 맛있는 걸 먹으며 쉬는 위주로 컨셉을 잡았다. 그냥 현지 날씨에 맞추어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 이번에 오름은 세 곳을 올랐다. 정물오름, 거문오름, 큰지그리오름이었는데 그중에서 정물오름은 나 혼자서 찾아간 곳이다. 정물오름은 제주도 서쪽 이시돌목장 옆에 있다. 남쪽 방향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참 좋은 표고 469m의 오름이다. '정물'이라는 샘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오름의 형태는 남서쪽에서 다소 가파르게 솟아올라 꼭대기에서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뻗어내렸다. 북서쪽으로 넓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지고 ..

사진속일상 2016.01.15

경안천 걷다

몸을 너무 사리면 안 되겠다 싶어 경안천에 나갔다. 아무리 쉬어도 차도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험하게 굴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저도 슬그머니 달아날지 모른다. 지난봄 이래 경안천 걷기는 처음이다. 바로 옆에 두고도 이 모양이다. 먼 나라 걸을 생각만 궁리하고 있었지 정작 동네 길은 소홀히 한다. 반성할 일이다. 트레커에서는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과 밴 여행 계획이 거의 세워졌다. 26일의 일정이다. 결심했지만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며칠 계속된 영하의 기온이 오늘은 누그러지고 햇빛이 나왔다. 걸으니 상쾌하고 좋았다. 오래 멈추었던 기계가 삐거덕거리며 작동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새로 신은 운동화에 발가락이 아팠고, 긴 걸음에 허벅지가 땅겨오는 것도 즐겁게 참을 만했다. 전철 ..

사진속일상 2015.11.30

원대리 자작나무 숲

알록달록 단풍도 좋지만 하얀 자작나무 숲의 가을도 아름답다. 자작나무를 보러 강원도 인제까지 먼 길을 달렸다. 가는 길에 잠시 용문사에도 들렀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이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원대리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한 시간 정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 인공 조림한 이 자작나무 숲에 이른다. 자작나무 하면 백두산에 갔을 때 버스로 관통해 간 자작나무 숲이 잊히지 않는다. 본 고장의 자작나무와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만하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에 넉넉하다. 이곳은 자작나무 숲을 중심으로 네 개의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어 다양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원정임도, 1코스, 3코스, 원대임도를 돌아오는 짧은 코스를 택했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2코스와 4코스를 포함하는 트레킹을 ..

사진속일상 2015.10.29

단출한 추석

올해는 동생네가 일이 생겨 못 오는 바람에 단출한 추석이 되었다. 처음으로 아내와 둘이서 차례를 지냈다. 시끌벅적해야 명절다운 분위기가 난다지만 요사이는 그렇지도 않다. 사람이 많으면 신경 쓸 일도 많아진다. 오랜만에 만난다고 꼭 반가운 것도 아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형제들 만날 일도 더 뜸해질 것 같다. 각자의 집에서 제 자식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명절에도 이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루 날을 정해 대이동을 하는 풍습도 앞으로는 개선될 것이다. 전통은 옛 그대로 지켜야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어려운 게 형제들 사이의 우애다. 그런 삐걱거림이 있는 집을 보면 동병상련을 느낀다. 어머니 얼굴을 뵐 때마다 면목이 안 선다. 어쩔 수 없이 감내해..

사진속일상 2015.09.28

태백산에 오르다

강원도에 간 둘째날, 홀로 시간을 내어 태백산에 올랐다. 그동안 이상할 정도로 태백산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도 가족과 함께 한 길이었지만 따로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태백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미룬 숙제를 하나 해결하듯 가뿐한 마음으로 오를 수 있었다. 태백산 등산 시작점은 유일사, 백단사, 당골이 있는데 원점 회귀로는 비교적 긴 편인 당골을 골랐다. 당골에서 천제단,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는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순환 코스다. 태백산은 1,500m급이지만 출발 지점이 고도가 높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당골 광장에서 출발하면 반재 밑까지 계곡과 함께 한다. 가을 아침의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 했다.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지 하산하는 등산객이 많았다...

사진속일상 2015.09.15

문장대에 오르다

법주사에는 몇 차례 갔으나 속리산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 마침 처가쪽 가족 모임이 법주사 인근에서 있어서 등산 장비를 챙겨 갔다. 다른 팀보다 일찍 가서 홀로 속리산에 올랐다. 속리산 최고봉은 천왕봉(1,058m)이지만 시간 관계상 문장대(1,054m)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문장대에 오른 뒤 신선대를 거쳐 하산했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천왕봉까지 걷는 능선길이 멋졌을 것이다. 법주사에서 세심정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 이런 길을 30분 넘게 걸어야 세심정에 닿는다. 세속의 때를 벗는 길인 듯하다. 지도에 나온 세심정(洗心亭)이라는 명칭을 보고 기대가 컸다. 계곡에 있는 단아한 정자를 연상했다. 그런데 정자는 없고 음식을 파는 휴게소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에는 옛날부터 속리산을 찾..

사진속일상 2015.08.24

손주와 나들이

손주가 찾아와서 나흘째 머물고 있다. 한 번은 서울대공원으로, 또 한 번은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나갔다. 자기 의사 표시가 분명한 아이인데, 아직은 낯선 광경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나이다. 내년쯤이나 되어야 동물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두 군데 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에버랜드는 방학이 끝난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밤이 될수록 더했다. 소음과 번쩍이는 조명에 나 역시 쉽게 적응이 안 되었다. 손주와 함께 나들이하는 건 기사에, 포터에, 지킴이가 되는 것. 그래도 즐거운 노동이라는 것.

사진속일상 2015.08.18

강변의 봄

집에 있기에는 몸이 간지러워 밖으로 나섰다. 환한 봄 햇살 때문이었다. 퇴촌의 한강변 벚꽃길을 가려고 했으나 차가 많이 막혀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직 가로수 벚꽃이 만개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이곳 벚꽃은 내주가 되어야 활짝 필 것 같다.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강변 풍경이 고왔다. 봄을 'spring'이라고 하지 않는가, 용솟음치는 생명의 기운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강을 따라 난 벚꽃 길을 걸을 때 두보 시의 한 구절인 '國破山河在'가 무심결에 떠올랐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이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사진속일상 2015.04.11

강릉 나들이

두 시간이면 강릉에 갈 수 있으니 동해도 하루 나들잇길로 넉넉하다.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데 의견이 일치되어 아내와 같이 동쪽으로 떠났다. 개인적으로는 오죽헌의 율곡매를 보고 싶었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에는 휴관한다는 걸 뒤에서야 알았다. 점심은 강릉 시내에서 친구가 추천해 준 '섭과 물망치' 식당에서 물망치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소문대로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안목 해변에 나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았다. 역시 동해는 장쾌하게 터진 전망과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장점이다. '안목 할리스'에는 평일인데도 창가 자리 잡기가 어려웠다. 오랜만에 경포대에도 올랐다. 경포대 하면 해수욕장이나 경포호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 경포대는 이 정자다. 지금은 주변 경치가 어수선해서 옛 정취를 감..

사진속일상 2015.03.17

곤지암리조트 화담숲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안에 있는 화담숲은 LG상록재단에서 만든 수목원이다. 약 23만편의 면적에 17개의 다양한 주제정원이 있어, 사계절내내 다양한 식물과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숲을 지나는 산책 코스도 잘 만들어져 있다. '화담(和談)'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집에서 멀지 않아 아내와 함께 오후에 가볍게 찾아가 보았다. 입장료가 8천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정성들여 잘 가꾸어 놓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너무 인공적이어서 아쉽지만 자연과 함께 하루를 즐기는 장소로는 괜찮을 듯하다. 우리는 숲속산책길을 걸어 올라가서, 제일 외곽의 힐링숲길 2코스를 돌아 테마원을 구경하며 내려왔다.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길 식물 분재 힐링숲길 2코스에 독바위 전망대가 있었다. 여기서 보면 곤지암 스키장..

사진속일상 2014.10.08

가을 산책

9월의 마지막 날, 광릉수목원과 동구릉으로 아내와 가벼운 나들이를 나갔다.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햇빛과 공기가 먼저 가을이 가까이 와 있다는 걸 전해 주었다. 걷는 게 좋아서 수목원과 동구릉을 한 바퀴 돌았다. 이번에는 광릉수목원에서 전에 가 보지 못했던 동물원까지 다녀왔다. 동구릉은 가족 추억이 쌓인 장소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동구릉에 여러 차례 놀러 왔다. 가을에는 낙엽에서 뒹굴고,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며 즐거워했다. 아내는 눈사람 만들 때 쓴 소도구까지 기억해 냈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이만큼 된 나이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아내가 불면증으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한다. 최근 들어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고민을 끊으라고 충고하지만 그게 쉽게 되지 않는 모양이다. 옆에서 ..

사진속일상 2014.10.01

에버랜드에서 놀다

기분전환을 위해 아내와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연간 회원권을 끊고 자주 다닌 곳인데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때는 에버랜드가 아니라 '자연농원'이라 불렀다. 한글이 영어로 바뀔 만한 한 세대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았다. 앞으로는 손주를 데리고 갈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 옛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내부는 상당히 달라졌다. 그런데 평일이라 조용하길 바랐는데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인기 있는 구경거리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해서 아예 포기했다. 휴일이면 어떨까 싶어 고개가 저어졌다. 북적거리는 걸 싫어해서는 아무래도 동심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사파리 투어는 예전이..

사진속일상 2014.09.23

광주 금봉산

예년 같으면 장마 기간이지만 기다리는 빗줄기는 행방불명이다. 장기 예보를 봐도 앞으로 열흘 안에는 비 소식이 없다. 기상 변화가 하수상하니 장마라는 말도 이젠 소멸되어 가는 것 같다. 태풍은 일본 내륙을 관통해 지나가고 한반도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아내와 인근에 있는 금봉산에 올랐다. 금봉산은 경기도 광주시의 팔당호를 끼고 있는 높이 233m의 야트막한 산이다. 날씨 탓인지, 너무 오랜만에 산에 올라선지, 2백 미터급 산을 오르는데도 무척 힘들었다. 들머리는 분원리 백자자료관이다. 자료관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이 길은 금봉산 외에 해협산 등 다른 산들과도 연결된다. 분원리를 중심에 두고 산줄기를 따라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산길이 순해서 산책 코스로 적당하다. 정상에서..

사진속일상 2014.07.11

제주도 4박5일 - 스마트폰 사진

어렵사리 다녀온 올들어 첫 여행이었다. 원래는 연초에 가기로 하고 숙소와 교통편을 모두 예약해 놓았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생활할 장기 숙소를 구할 계획이었다. 허나 늘 그렇듯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 탈도 많아서 일마다 어그러져 뜻대로 되는 게 없어라 젊었을 땐 집 가난해 아내 늘 구박하고 말년에 봉급 많으니 기생들만 따르려 한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개었을 땐 대부분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배불러 상 물리면 맛있는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오랜 병 낫고 나니 이웃에 의원 있네 자질구레한 일 맞지 않음이 이와 같으니 양주에서 학 타는 신선 노릇 어찌 바랄까 이규보의 '위심(違心)'이라..

사진속일상 2014.06.16

제주도 4박5일 - 한라산 사라오름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다가 체력이 방전되어 포기하고 샛길로 찾아간 사라오름이다. 꿩 대신 닭이었다. 성판악 코스가 이렇게 돌투성이로 험한 길인 줄은 미처 몰랐다. 20년 전 한겨울에 이 길로 백록담에 올랐는데 그때는 눈으로 다져져 있어 평탄했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성판악 코스를 너무 우습게 봤다. 9시에 성판악 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속밭 대피소, 사라악샘을 거쳐 진달래밭 대피소(1,500m)에 도착하니 오후 1시 가까이 되었다. 백록담 등정 제한 시간에는 겨우 맞추었으나 자신이 없었다. 흙길 4시간이었다면 무리가 되지 않았겠으나 돌길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더구나 등산화가 아닌 트레킹화를 신어서 발바닥도 아팠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곳이 사라오름이다. 사라오름은..

사진속일상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