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7

오백년 도읍지를 / 길재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 오백년 도읍지를 / 길재 길재(吉再, 1353~1419)는 고려 말과 조선 초를 살았던 성리학자다. 고려가 망해가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선산으로 내려가 초야에 묻혔다. 선생의 나이 40세 때 고려가 망했고, 교분이 두터웠던 이방원이 그를 개경으로 초대하여 함께 일하자고 했으나 뿌리치고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지켰다. 응하기만 했다면 부귀영광은 절로 굴러들어왔을 것이다. 이 시조는 이방원의 초청으로 옛 왕도였던 개경을 방문했을 때 지은 것이 아닌가 싶다. 초야에 묻혀 곧게 살아간 선생의 맑은 기상이 드러나는 한시 '한거(閑居)'다. 臨溪茅屋獨閑居 月白風淸興有餘 外客不來山鳥語 移床竹塢臥看書 개울가..

시읽는기쁨 2024.01.29

앙코르와트의 옛 모습

앙코르 와트를 만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왕조는 802년에 시작되어 1431년에 아유타야 왕국의 침략을 받아 멸망했다. 그리고 앙코르 와트는 밀림 속에 묻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100년 뒤 왕족의 후손인 앙찬 1세가 코끼리 사냥을 나갔다가 다시 발견했다고 한다. 불과 백 년 차이밖에 안 나는데 선조가 세운 이 거대한 구조물을 보고 몰라서 놀라워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다. 그때부터 소문이 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찾지 않았을까 싶다. 1586년에 스페인 탐험가였던 안토니오 다 마달레나가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이곳을 찾았다. 앙코르 와트가 유명해진 것은 1860년에 프랑스의 식물학자 겸 탐험가인 앙리 무오가 이곳을 방문하고 탐험록을 출판한 결과였다. 앙리 무오는 이렇게 썼다. "이 사원은..

길위의단상 2024.01.28

씨엠립(6) - 반띠에이쓰레이, 반띠에이쌈레

씨엠립 북동쪽에 있는 이 두 유적은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유적에 어지간한 관심이 없으면 여기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보석은 눈에 잘 안 띄게 숨겨져 있는 법이다. 반띠에이 쓰레이(Banteay Srei)는 10세기 후반 라젠드바라만 2세 때 세워졌다. 규모가 작지만 정교한 조각이 아기자기하면서 아름다운 여성적인 사원이다.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성소에 이르는데 가장 바깥 대문에서부터 섬세한 조각이 눈길을 당긴다. 문 상단에 코끼리를 타고 있는 인드라가 보인다. 성소로 향하는 참배로가 100여 미터 정도 뻗어 있다. 양쪽에 남아 있는 기둥으로 보아 원래는 회랑이 있었을 것이다. 참배로 옆에 있는 작은 건물 문 위에는 칼라가 선신을 잡아먹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성소에 들어가는 입..

사진속일상 2024.01.26

씨엠립(4) - 앙코르와트, 쁘레아칸, 네악뽀안, 따솜, 이스트메본, 쁘레룹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와트 입구까지 가서 휴대폰 불빛을 의지해 일출을 보는 장소인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과 주변은 이미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앙코르 와트 일출은 너무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 분주하고 어수선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관이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적은 호젓한 곳을 고를 것이다. 사람들에 부대끼며 굳이 연못에 비치는 반영 앞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일출을 보고 그저께에 이어 다시 앙코르 와트에 입장했다. 일출을 본 사람들은 돌아가기도 하고 우리처럼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눈 앞에서는 서양인 단체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양인은 혼자나 둘씩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패키지로 오는 경우는 드문드문 눈에 띈..

사진속일상 2024.01.24

앙코르 인문 기행

씨엠립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읽은 책이다. 인천공항에서 씨엠립까지 다섯 시간 정도 걸리니 책 한 권 읽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다. 일부러 집에서 읽지 않고 배낭에 넣어 비행기 안으로 가져간 책이다. 은 대만의 쟝쉰(蔣勳) 선생이 썼다. 선생이 앙코르 유적지에서 친구에게 쓴 편지들을 엮었다. 선생은 앙코르를 14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앙코르 사랑에 빠진 분이다. 그는 폐허가 된 앙코르 유적을 보면서 문명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폐허 구석에 앉아 가만히 눈물을 흘리는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앙코르 유적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찾은 책은 대부분 여행 안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단순한 여행의 감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깊숙한 부분을 건드리는 인문서다. 인간의 가..

읽고본느낌 2024.01.23

씨엠립(2) - 앙코르톰, 따프롬, 앙코르와트, 프놈바켕

앙코르 유적 입장권은 필요에 따라 1일권(37$), 3일권(62$), 7일권(72$)을 구입하면 된다. 유적 입장료가 캄보디아인은 무료지만 외국인한테는 비싼 편이다. 우리는 3일권을 끊었다. 열흘 동안에 아무 날이나 사흘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첫날은 앙코르 유적의 중심인 앙코르 톰, 따 프롬, 앙코르 와트, 프놈 바켕을 찾기로 했다. 한국어 가이드와 차량은 미리 예약해 두었다. 첫날만 가이드를 이용하고 나머지 날은 우리끼리 가이드북을 들고 찾아다닐 것이다. 앙코르 톰(Angkor Thom)은 12세기에 인도차이나를 지배하던 앙코르 제국의 수도였다. 당시에 무려 백 만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해자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남문으로 향한다. 다리 양쪽에는 54개의 신이 뱀 몸통을 잡고 있는 모습이 세워져..

사진속일상 2024.01.22

앙코르와트

얼마 전에 앙코르와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모 여행사에서 앙코르와트 자유여행 4박6일에 40만원 하는 파격적인 상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친구와 가기로 하고 계획까지 세웠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친구 쪽에서 사정이 생겨 취소하고 말았다. 혼자라도 가려고 했으나 몇 가지가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앙코르와트는 하루 이틀 들러보는 패키지로는 미흡하다. 최소한 5일 이상은 있고 싶은 곳이다. 그러니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이라는 책까지 사서 연구해 두었는데 아쉽게도 내년으로 미루어졌다. 책이 추천한 6일 일정은 대략 이렇다. 1일차 오전; 서 바라이 자전거 투어 오후; 씨엠립 시내 관광 2일차 오전; 앙코르톰 오후; 톰마논, 따께오, 따프롬, 쁘레롭 일몰 3일차 벵밀리아, 똔레삽..

길위의단상 201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