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 17

논어[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 조상도 아닌데 제사를 모신다면 아첨하는 거다. 정의를 보고도 주춤거리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이야."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爲 無勇也 - 爲政 17 에서 '의(義)'자를 만나면 반갑다. 인(仁)과 의(義)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의가 빠진 인이란 절름발이다. 세상을 바로잡는 힘은 수오지심(羞惡之心)에서 나온다. 의를 강조한 사람은 맹자였다. 맹자는 말했다. "생명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의 역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양자가 함께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나는 목숨을 버리고 의를 선택할 것이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맹자에게 의는 목숨보다 앞서는 가치였다. '정의를 보고도 주춤거리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이다'는 나..

삶의나침반 2013.04.17

논어[26]

자장이 물었다. "여남은 세대 뒷일을 알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은나라는 하나라 제도를 바탕 삼았으니, 거기서 거기 감직하고, 주나라는 은나라 제도를 바탕 삼았으니, 거기서 거기 감직한다. 주나라의 뒤를 잇는 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비록 백 세대 뒷일일망정 알 수 있고말고." 子張問 十世可知也 子曰 殷因於夏禮 所損益可知也 周因於殷禮 所損益可知也 其或繼周者 雖百世可知也 - 爲政 16 주(周)나라는 공자에게 롤모델이 된 국가다. 공자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할 때의 '고(故)'는 아마 주나라의 제도나 문화를 가리키지 않았나 싶다. 주나라의 문물제도를 정비한 주공(周公)도 공자는 무척 존경했다. 꿈에서 주공을 자주 뵙지 못한 걸 슬퍼하는 대목도 에 나온다. 중국 역사에서 주나라가 과연 ..

삶의나침반 2013.04.12

논어[25]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 실없으면 그래도 좋을까 몰라! 소 수레나 말 수레나 멍에 없이 그래도 끌고 갈 수 있을까?" 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예 小車無월 其何以行之哉 - 爲政 15 문명이 발달하고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고독하고 우울하다. 가혹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된 살벌한 세상이 되었다. 인간에 대한 존경이나 유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 가정이 무너지는 것도 가족 사이에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간에도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의 남과 북 관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정과 신뢰가 있다면, 내 존재에 대해 세상에 대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면, 가난이나 다른 어려움은 별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삶의나침반 2013.04.07

논어[24]

어느 사람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정계에 나서지 않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 글에 '효도로다! 효도로 형제끼리 우애하며 집안일을 보살핀다' 하였으니, 이것도 다스리는 것인데, 왜 꼭 정계에 나서야만 되나?" 或 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 孝乎 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 爲政 14 공자에게 있어 사람살이의 기본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효제(孝弟)가 알파요 오메가다. 안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하는 마음이라면, 밖에서도 어른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믿고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확장되어 나간 사회가 공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공동체였다. 결국 정치의 근본도 효와 제다. 공자에게 가(家)와 국(國)은 규모만 다를 뿐 질적인 차이가 없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삶의나침반 2013.04.04

논어[23]

자장이 벼슬 구하는 길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점은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그러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많이 보되 갈피를 못 잡겠거든 아예 해볼 생각을 마라. 그러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말에 빈틈이 적고, 행동에 거침새가 적으면 벼슬이란 저절로 굴러들게 마련이다." 子張 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行寡悔 祿在其中矣 애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르게 됩니까?" 선생은 대답하기를 "곧은 사람을 골라 굽은 자 위에 두면 백성들이 따르고, 굽은 자를 골라 곧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조諸枉 則民服 擧枉조諸直 則民不服 - 爲政 13 벼슬을 구하려는 제자와, 사람을 쓰려는 애공의 서..

삶의나침반 2013.03.28

논어[22]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련?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爲政 12 학생들이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시험일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시험이란 아주 단순하다. 자기가 아는 것은 답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시험 결과에 따라 우열을 가르고, 상벌을 주고, 심지어는 앞날까지 결정되어 버리니까 심각해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한 개라도 더 맞히기 위하여 커닝도 불사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을 해야 한다. 한국의 현실 교육에서 평가란 학생을 성적순에 따라 줄세우기 하는 것이다. 원래 평가란 교육자의 교수 행위가 얼마나 피교육자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평..

삶의나침반 2013.03.23

논어[21]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기만 하고 따지지 않으면 속히고, 따지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갈피를 못 잡는다."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爲政 11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 '학(學)'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思)'와는 거리가 먼 것은 확실하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점수 잘 받는 기계로 훈련시키는 게 우리 교육의 실상이다. 늘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고 줄 세우니 아이들은 배우는 데 질려버렸다. 아예 깊은 사고하기를 싫어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족집게로 요점을 짚어주는 교사가 유능한 선생님이다. 이런 교육 방식이 초중등까지는 그런대로 효과가 있다. 국가간 성적 비교에서 고등학교까지는 우리나라가 수학, ..

삶의나침반 2013.03.17

논어[2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서로 친밀하되 패를 만들지 않고, 하찮은 인간은 패를 짓되 정이 통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 爲政 10 에는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이을호 선생의 평설에 따르면 서로 무리를 이루려는 점에서는 군자와 소인이 다를 바 없으나, 군자는 심교(心交)하고 소인은 세교(勢交)하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썼다. 심교(心交)와 세교(勢交), 정확한 지적이다. 한자 '周'는 마음의 친밀함을, '比'는 세력에 의한 편당(偏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자를 신처럼 떠받든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편당 짓기에 가장 앞장섰던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참고로 신정근 선생은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한다. "자율적 인간은 보편적 입장에 서지 당파..

삶의나침반 2013.03.08

논어[19]

자공이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해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행동이 앞서야 하며, 말이 그 뒤를 따라야 하느니라." 子貢問 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 爲政 9 공자의 3대 제자라면 안회, 자로, 자공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자공(子貢, BC 520~456)은 언변과 외교 수완이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또한, 이재에 밝아 사업으로 거부가 된 사람이었다. 자공은 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과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동시에 나온다. 사마천은 자공을 "입담이 세고 언사가 교묘하다."[利言巧辭]라고 표현했다. 공자가 공자학당을 유지하거나 주유천하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자공의 도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질적 지원만이 아니라 자공을 통해서 각국의 권력자들을 소개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자공은 인맥도 넓..

삶의나침반 2013.02.20

논어[18]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있는 인간은 외통수는 아니다." 子曰 君子不器 - 爲政 8 '그릇[器]'은 나무를 깎거나 흙을 빚어 만든 것이다. 밥을 담는 그릇, 국을 담는 그릇, 반찬을 담는 그릇 등이 있다. 이렇듯 그릇은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용된다. 사람으로 치면 한 가지의 유용성밖에 없는 전문가나 기능인이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재(人材)라고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대학생은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 따기에 열중한다.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은 효용성과 실용성이다. 인문적 소양은 아예 무시된다. 이런 교육은 군자가 아닌 소인을 기른다. 큰 그릇이 되라고 하지만, 그릇은 그릇일 뿐이다. 노자 에 '박산즉위기(樸散則爲器)'라는 ..

삶의나침반 2013.02.14

논어[17]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 것을 더듬고 새 것을 알아야 하니, 스승이란 한 번 되어봄직도 하지."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爲政 7 이번에 를 읽으며 온고지신(溫故知新)에 대해 새로운 점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온고지신을 "옛 것을 더듬'어' 새 것을 안다"로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읽는 번역은 "옛 것을 더듬'고'"로 되어 있다. 조사 '어'와 '고'의 차이는 크다. '옛 것'과 '새 것'이 종속관계가 아니라 병렬관계인 것이다. 전에는 온고지신을 떠올리면서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단정했다. '옛 것'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결코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또 하나는 온고지신이 스승됨과 관련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온고지신할 수 있으니 스승도 되어봄직 하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을 가..

삶의나침반 2013.02.07

논어[1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가 회를 데리고 이야기하면 진종일 아무 대꾸도 없는 것이 마치 놈팡이도 같아 보이나, 나중에 지내는 것을 보면 뚜렷이 행하고 있다. 회는 놈팡이가 아니야!" 子曰 吾與回言 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 爲政 6 안회(顔回, BC 514~483)가 처음 등장한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사랑한 제자였다. 만약 32세에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또 한 사람의 성인(聖人)이 탄생했을지 모른다. 조용하면서 은둔적 성향의 안회는 내적 성숙도에서는 결코 스승에 뒤지지 않았다.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무엇인지를 직접 몸으로 실천한 제자였다. 또한 안회만큼 호학(好學)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고 공자 자신도 말하고 있다. 스승이 제자를 아끼는 만큼, 안회도 공자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랐다. 광(..

삶의나침반 2013.02.04

논어[15]

맹의자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번지가 마차로 선생님을 모시고 갈 때 선생님은 그에게 "맹손이 내게 효도에 대해 묻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라' 했다." 한즉, 번지가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살아 계실 적에도 예의로 섬기고, 장례도 예법대로 치르고, 제사도 예법대로 모셔야 한다." 맹무백이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모는 그대의 병만을 걱정하신다." 자유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요즈음 효도란 봉양만 잘하면 되는 줄 안다. 그것쯤이야 개나 망아지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존경하지 않는다면 다를 데가 없지 않나!" 자하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얼굴빛이 문제다. 일이 있을 ..

삶의나침반 2013.01.28

논어[1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때 목표가 섰고, 마흔에 어리둥절하지 않았고, 쉰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에는 듣는 대로 훤했고, 일흔이 되어서는 하고픈 대로 해도 엇나가는 일이 없었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爲政 4 공자의 자기평가서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끝에서 이만한 자부심을 가질 인물이 다른 누가 있을까 싶다. 오래전부터 공자의 이 고백을 접할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자의 발 끄트머리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 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었다면 열등감이 덜 했을지 모른다. 나를 돌아보면, 40은 불혹(不惑)이 아니라 혹(惑)의 시..

삶의나침반 2013.01.25

논어[13]

선생님 말씀하시다. "법령만을 내세우면서 형벌로 억누르면 백성들은 슬슬 빠질 궁리만 찾는다. 곧은 마음으로 지도하면서 예법을 가르치면 백성들은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 爲政 3 새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우는 게 '법과 원칙'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누구의 편이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한 게 법이고 원칙이었다. 지배자, 통치자, 권력자들은 '법대로'를 외친다. 그 그늘에서 생기는 민중의 눈물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혼란기였다.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았다. 실제로 진시황은 법가(法家)의 논리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해 천하를 통일했다. 그런데 공자는 덕치(德治)와 예치(..

삶의나침반 2013.01.21

논어[12]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 삼백 편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거야."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 爲政 2 '사무사(思無邪)'가 나오는 시를 에서 찾아보았다. '경'(살쪘다는 뜻)이라는 제목의 시다. 살찌고 커다란 숫말이 들판에서 뛰노는 모양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구절이 이렇다. 思無邪 思馬斯조 사념 없이 달리는 정말 아름다운 말이로다 시의 앞 부분에서는 思無疆(끝없이 달리는), 思無期(한정없이 달리는), 思無두(싫증 안 내고 달리는) 같은 말의 특징이 나와 있다. 공자는 말을 노래한 시에서 의 핵심 의미를 찾아냈다. 길들여지지 않은 말이 넓은 들판에서 달리는 모습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다. 말은 제 본성에 맞게 뛰논다. 어떤 인위도 들어있지 않다. 아름다움이란 그런 것이고..

삶의나침반 2013.01.16

논어[11]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는 곧은 마음으로 해야 함은 마치 북극성이 제 자리에서 뭇 별들을 이끌고 함께 돌아가는 것 같은 거야."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 爲政 1 '위정이덕(爲政以德)'은 공자의 덕치(德治)를 드러내는 말이다. 덕치가 이루어진 모습이 밤하늘로 설명되고 있다. 모든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주운동을 한다. 북극성이 곧 군주다. 군주를 중심으로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 나라를 공자는 꿈꾸었던 것 같다. 그 나라는 공자가 말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운[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자신의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는 국가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군주 중심의 봉건적 질서 체계로 느껴진다. 그러나 덕치란 힘과 권력으로가 아니라 백성의 마음이 저절..

삶의나침반 201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