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제왕 5

장자[54]

남해의 황제 숙과 북해의 황제 홀이 중앙의 황제 혼돈과 어느 날 중앙에서 만났다. 혼돈은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보답하고자 상의한 끝에 그에게 구멍을 뚫어주기로 하였다. 사람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은 유독 구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갔다. 그러나 이레째 되던 날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南海之帝爲숙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渾沌 時相與遇於渾沌之地 渾沌待之甚善 숙與忽 模報渾沌之德 嘗試착之 曰 人皆有七窺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日착一窺 七日而渾沌死 - 應帝王 5 이 우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00여 년 전의 장자가 지금 우리에게 경고하는 소리 같이도 들린다. 혼돈(渾沌)은 만물의 시원의 상태다. 아직 사물이 분..

삶의나침반 2008.12.28

장자[53]

명예의 우상이 되지 말고, 꾀함의 주인이 되지 말며, 섬기는 관리가 되지 말며, 지혜의 주인이 되지 말라. 무궁을 체현하고 내가 없는 경지에 노닐라. 하늘에서 받은 본성을 다할 뿐, 앎을 나타내지 말고, 비어 있을 뿐이다. 지인의 마음씀은 거울과 같아서 보내지도 않고 맞이하지도 않는다. 다만 변화에 응하되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외물(外物)을 극복하고 상하지 않는 것이다. 無爲名尸 無爲謨府 無爲事任 無爲知主 體盡無窮 而遊無朕 盡其所受於天 而無見得 亦虛而已 至人之用心若鏡 不將不迎 應而不藏 故能勝物而不傷 - 應帝王 4 도가에서 수양의 극치는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는 망아(忘我)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도 '내가 없는 경지에 노닐라'거나 '비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그것을 나타낸다. 그런 상태에..

삶의나침반 2008.12.20

장자[52]

그런 일이 있은 후 열자는 스스로 학문의 시초도 없음을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 삼 년을 두문불출하며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를 사람처럼 먹였다. 일을 함에 친척과 더불어 하지도 않고 인위의 허식도 없어진 소박한 자연으로 돌아갔다. 대지처럼 형체를 독립시켜 분란을 묻어버리고 한결같이 이로써 생을 마쳤다. 然後 列子自以爲未始學 而歸 三年不出 爲其妻찬 食豚如食人 於事無與親 彫琢復朴 塊然 獨以其形立 紛而封哉 一以始終 - 應帝王 3 열자(列子)는 지식과 학문의 길을 통해 도(道)에 이르려고 했다. 그러나 스승으로부터 학문 이전의 경지를 접한 뒤지적 배움의 길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삼 년을 두문불출하며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를 사람처럼 먹였다. 무기(無己)의 사람, 철저히 비워지고 낮아진 사람..

삶의나침반 2008.12.13

장자[51]

"감히 밝은 임금의 다스림을 묻습니다." 노담이 답했다. "밝은 왕의 다스림은 공로가 천하를 덮어도 자기 공로가 아니라 하고 만물에 교화를 베풀지만 백성들은 의지하지 않는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니 사물을 스스로 기뻐하게 한다. 측량할 수 없는 곳에 서서 무위에서 노닐기 때문이다." 敢問明王之治 老聃曰 明王之治 功蓋天下 而似不自己 化貸萬物 而民不恃 有莫擧名 使物自喜 立乎不測 而遊於無有者也 - 應帝王 2 양자거(陽子居)의 질문에 대한 노자의 대답이다. 역시 노자 답게 이상적인 통치 행위로 '무위의 다스림'[無爲之治]을 말하고 있다. 노자에 따르면 금지나 규칙을 만들면 만들수록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무기를 지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폭력배는 더 날뛰게 되고, 새로운 지식이 생기면 생길수록 사람들..

삶의나침반 2008.12.07

장자[50]

접여가 말했다. "이것은 거짓 덕이다.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바다를 걸어가고 황하를 파는 것이요, 모기에게 태산을 짊어지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대저 성인의 다스림은 다스림을 잊게 하는 것이니 마음을 바르게 한 후 교화를 행하여 진실로 능한 일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 그친다. 새들은 높이 날아감으로써 주살의 해를 피하고 생쥐들은 신전 언덕에 굴을 깊이 파서 연기와 파헤침을 피한다. 너는 이 벌레들보다도 더욱 무지하구나!" 接輿曰 是欺德也 其於治天下也 猶涉海착河 而使蚊負山也 夫聖人之治也 治外乎 正而後行 確乎能其事者而已矣 且鳥高飛 以避증익之害 혜鼠深穴乎神丘之下 以避熏착之患 而曾二蟲之無知 - 應帝王 1 응제왕(應帝王) 편은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옛날 중국 철학자들의주된 관심은 제대로 ..

삶의나침반 200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