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5

잎 떨군 자작나무

자주 다니는 나지막한 뒷산에서 길을 잃었다. 자작나무를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귀신에 홀리듯 진입로를 착각한 것이었다. 눈에 익은 데서도 이럴진대 큰 산이라면 어떠하겠는가. 늙어 총기가 흐려진다는 걸 산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뒷산에는 자작나무 군락지가 있다. 주 등산로에서 벗어난 3부 능선쯤에서 자란다. 수령이 오래 되지 않아서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자작나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나는 자작나무를 좋아해서 밤골 생활을 할 때는 집 뒤에 자작나무를 10그루 정도 열을 맞춰 심었다. 오류선생(五柳先生) 도연명의 흉내를 내 본 것이다.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게 많이 내려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랫마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제대로 된 길로 올라가..

사진속일상 2023.11.20

뒷산 자작나무

동네 걷기를 하다가 산 능선을 넘어 이웃 동네로 가는 길을 택했다. 처음 가 보는 길이었는데 내려가는 산길에서 자작나무 군락지를 발견했다. 약 300평 정도 되는 면적에 자작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줄기가 굵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만큼 자라자면 10년은 족히 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자작나무를 좋아해서 밤골 집 뒤에 울타리 겸 해서 10여 그루를 심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있다면 벌써 20년도 더 되었으니 상당한 크기로 자랐을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심었던 그 나무만은 다시 만나보고 싶다. 어쨌든 뒷산에서 뜻밖에 만난 자작나무가 무척 반가웠다. 처음 걷는 길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길 위에 나도 발을 포개며 동참한다. 길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다져지는 것이다..

사진속일상 2023.02.14

원대리 자작나무 숲

알록달록 단풍도 좋지만 하얀 자작나무 숲의 가을도 아름답다. 자작나무를 보러 강원도 인제까지 먼 길을 달렸다. 가는 길에 잠시 용문사에도 들렀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이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평일인데도 원대리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한 시간 정도 임도를 따라 오르면 인공 조림한 이 자작나무 숲에 이른다. 자작나무 하면 백두산에 갔을 때 버스로 관통해 간 자작나무 숲이 잊히지 않는다. 본 고장의 자작나무와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만하면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에 넉넉하다. 이곳은 자작나무 숲을 중심으로 네 개의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어 다양한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원정임도, 1코스, 3코스, 원대임도를 돌아오는 짧은 코스를 택했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2코스와 4코스를 포함하는 트레킹을 ..

사진속일상 2015.10.29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 / 안도현

저 도시를 활보하는 인간들을 뽑아내고 거기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자작나무의 눈을 닮고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아이를 낳으리 봄이 오면 이마 위로 새 순 새록새록 돋고 가을이면 겨드랑이 아래로 가랑잎 우수수 지리 그런데 만약에 저 숲을 이룬 자작나무를 베어내고 거기에다 인간을 한 그루씩 옮겨 심는다면 지구가, 푸른 지구가 온통 공동묘지 되고 말겠지 -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 / 안도현 저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중에서 자작나무를 닮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도시는 푸른 숲의 향기로 가득할 거야. 칙칙한 매연 대신에 신선한 산소가 거리를 감싸고 사람들은 이제 심호흡을 크게 할 거야. 잿빛 도시에 꽃이 피어나고, 예쁜 새들이 찾아와 노래할 거야. 사람들의 마음도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고,새들 따라서 ..

시읽는기쁨 2004.09.06

자작나무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너머는 평안도땅도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白石의 이 시 한 구절 때문에 나는 어느 날 자작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때까지 자작나무를 본 적도 없었지만 왠지 자작나무가 다정하게 다가온 것이다. 사진으로 본 새하얀 수피와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나뭇잎은 이름 그대로 그렇게 품위있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작나무의 남방 한계선 아래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나무가 무척 귀한데 북쪽 지방에서는 땔감으로 사용한다니..... 불에 탈 때는 자작 자작하고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작나무 숲이 망망대해로 펼쳐져 있다..

꽃들의향기 200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