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7

목수의 망치, 판사의 망치

"수학 7등급 나오면 용접 배워서 호주 가야 돼. 돈 많이 줘." 유튜브의 인기 수학 강사가 한 말이 지난주에 논란이 되었다. 용접공을 비하했다고 해서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강사는 사과했다. 공부를 못하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듯 보이지만, 강사의 발언에는 직업에 대한 은근한 차별 의식이 깔려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무심코 나온 말이겠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그런 의식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기술을 배운다는 사실의 연관 관계도 없다. 전에 근무했던 J 고등학교에서는 독일에서 광부로 일했던 선생님이 계셨다. 귀국해서 교사 자격증까지 딴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그분이 들려주던 여러 독일 얘기를 흥미롭게 들었는데, 광부 월급이 교수보다 더 높다고 해서 반신반의했던 ..

참살이의꿈 2020.01.19

저 청소 일 하는데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젊은이들은 고민이 많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내 능력을 발휘할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 좋아하는 일만 하겠다고 고집하다가는 생계가 문제 된다. 제일 현실적인 방법은 아무 일자리나 구해서 우선 먹고사는 일부터 해결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은 남는 시간에 취미 삼아 틈틈이 하면 된다.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 인생은 길다. 조급하게 덤비지 말아야 한다. 를 쓴 김예지 씨가 좋은 본보기다. 작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입사 시험에서는 번번이 낙방했다. 그녀에게 일을 맡기는 데도 없었다. 생계를 위해 청소 일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대학을 졸업한 20대의 아가씨가 빌딩 청소 일을 하는 것은 세상의 편견..

읽고본느낌 2020.01.08

'정규직'에 담긴 불편한 진실

고미숙 선생의 글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그중의 하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반성이다. 누구나 정규직이 되기를 바란다. 이유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정된 직장은 역동적인 인간의 삶에 맞지 않는다. 그런 내용이 '정규직에 담긴 불편한 진실'이라는 글에 실려 있다. 이 글을 읽으며 기본소득을 다시 생각한다. 최소한의 생활 보장이 된다면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정규직 직장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진다. 갑질도 자연스레 사라진다. 각자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어쨌든 정규직만이 인생의 목표인 양 올인하는 젊은이가 적어졌으면 한다. 시야를 넓게 가졌으면 좋겠다. 인생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 중요한..

참살이의꿈 2018.12.21

등대지기

한때 등대지기를 꿈꿔 본 적이 있었다. 나처럼 혼자 잘 노는 게 특기인 사람은 누구나 그런 소원을 품어봤을 것이다. 사실 훈장 길에 들어설 때부터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나마 무난할 듯하여 선생을 선택했으나 사범 교육을 받으면서 오산이라는 걸 알아챘다. 선생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했다. 은둔형은 할 직업이 아니었다. 교직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기 때문이다. 첫 발령을 받기 전부터 다른 길을 생각했다. 첫 번째 시도가 신학이었다. 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 Y대 신학대학원인데 당당히 시험을 보고 합격한 것이다. 1년 정도 열심히 공부한 결과였다. 그러나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 하다가 결국은 접었다. 만약 그때 신학..

길위의단상 2017.11.10

직업 선택 십계명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원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 다투어 모여드는 곳에는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거창고등학교에 걸려 있다는 '직업 선택 십계명'이다. 이런 가르침을 펼 수 있는 학교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 세상에서 가르..

참살이의꿈 2011.03.22

바람직한 직업 1위가 목수

1. 목수 2. 타일공 3. 페인트공 4. 건축사 5. 배관공 6. 은행원 7. 의사 8. 변호사 9. 회계사 10. 정신과의사 이것은 호주 사람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직업 순위다. 지난 6월에 호주의 한 인터넷 취업 사이트가 950명의 호주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며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부러움도 느껴졌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결코 물질이나 명성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면 곧 죽어도 의사와 변화사가 1, 2위를 점할 것이다. 그리고 본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부모 중 자식에게 목수나 타일공 같은 기능직을 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호주와 우리나라는 사회적 여건이나 국민의식 ..

길위의단상 2007.12.30

Job 뉴스 / 장정일

봄날 나무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를 본다 왜 푸른하늘 흰구름을 보며 휘파람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을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소풍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놀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비둘기떼의 종종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뭇잎 사이로 저며드는 햇빛에 눈을 상하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무벤치에 길게 다리 뻗고 누워 수염을 기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40억 인류의 Job이 될 수는 없을까? - Job 뉴스 / 장정일 개미나 꿀벌을 찬양하던 시대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인간의 고군분투란 Job을 얻기 위한, 또는 더 나은 Job을 차지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시읽는기쁨 200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