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14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동물의 왕국'류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자연계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착각하기 쉽다. 아프리카 야생의 자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생존경쟁의 장으로 보인다.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개념도 잘못 받아들이면 자연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주변을 제압하고 최적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 책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신선하다. '적자(適者)'란 강한 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라는 것이다.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그러므로 인간 역시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가운데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다. 온갖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 인간만큼 잔인한 종도 없다. 그러나 진실은 반대라는 것이다.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 같다가도 워낙 선입견이 강해선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지은이는 '자기가축화..

읽고본느낌 2023.04.16

절멸의 인류사

사헬란티로푸스 차덴시스, 오로린 투게넨시스, 아르디피테쿠스 카다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투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 오스타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가르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에티오피쿠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부스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 약 700만 년 전에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조상에서 한 갈래가 나오고, 4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250만 년 전 호모속으로 이어지면서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렀다. 그동안 인류라 칭할 수 있는 25개가 넘는 종이 존재했지만 단 하나만 살아 남았다. 는 인류 진화의 긴 여정을 다..

읽고본느낌 2023.01.29

귓꺼풀도 있었으면

하느님이 인체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셨지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 눈꺼풀을 만드실 때 귓꺼풀은 왜 안 만드셨을까? 눈과 귀는 인간의 대표적인 감각 기관이다. 전방의 경계 초소와 같다.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약육강식의 험한 자연환경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경계병도 쉬어야 할 때가 있다. 하느님은 눈을 위해 눈꺼풀을 만드셨지만, 귀는 소홀히 하셨다. 몸은 잠들어도 귀는 잠들 수 없다. 현대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은 피곤하다. 그중에서도 주범은 소음 공해가 아닐까. 도시인은 24시간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일에 집중할 수 없다. 하느님은 선견지명이 그리 없으셨나. 이럴 때 귓꺼풀이 있어서 마치..

길위의단상 2021.08.24

잠 못 드는 조부모 가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 불면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많다. 잠이 들기도 어렵거니와 새벽에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도 힘들다고 한다. 늙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생기는 현상이라고 의학에서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멜라토닌 분비를 늘리는 처방을 하면 될 것 같은데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노인이 되면 잠자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은데 실상은 반대다. 여기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이 있다. 인류가 동굴 생활을 할 때 적이나 맹수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밤에도 누군가는 깨어 있어야 했다.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으면 습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 역할을 맡은 것이 노인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낮에 활동을 많이 해야 하므로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지는 ..

길위의단상 2017.09.21

에이리언 커버넌트

에이리언 시리즈가 다루는 주제는 거창하다. 인류의 시작과 끝이다. 에이리언은 단순한 우주 괴물 이야기가 아니라, 창조와 파괴에 대한 거대한 서사라 할 수 있다. 엄청한 주제를 그런대로 잘 그려내고 있다. 신작 '에이리언 : 커버넌트'는 인류의 미래에서 AI의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자의식을 갖게 된 AI는 인류는 파멸시키는 데 앞장 선다. 영화에서는 두 AI가 나온다. 선한 월터와 악한 데이빗이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둘은 마치 공모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든 창조와 파괴에 대한 본능을 갖고 있게 되는지 모른다. 결국은 인류를 멸종시키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우주를 지배하려 한다. 정확한 결말은 속편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A..

읽고본느낌 2017.07.17

호모 데우스

전작 가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정복하게 되었는가를 다루었다면, 이 책은 21세기 신기술과 만나게 되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한다. 인간은 상호주관적 실재를 믿는 능력으로 대규모 협력이 가능했고,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시기가 도래했다. 이 책 에서는 인본주의 혁명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신이 사라진 자리의 빈 구멍을 메워준 것이 인본주의 종교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세계를 정복한 새로운 교리가 인본주의다. 중세에서는 모든 판단을 종교의 경전이 했다. 진리는 이미 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서 의미와 권위의 최고 원천은 자신의 내면이 되었다. 기아, 질병, 전쟁을 극복한 인류는 자유 인본주의 정신에 따라 자연스럽게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

읽고본느낌 2017.06.25

사피엔스

다섯 달 전에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흥미도 있어 단숨에 독파했다. 인간 진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많아 책상 위에 두다가 이번에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는 부제대로 동물에서 출발한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지를 묻고 밝힌다. 지금 우리는 자연선택에 의한 유기적 생명의 시대에서 지적 설계에 의한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사피엔스가 근본적인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한 불장난으로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면 사피엔스는 전혀 새로운 종으로 대체될 것이다. 사피엔스의 종말이 눈앞에 왔다. 아마 우리가 사피엔스의 거의 마지막 세대에 가까워졌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20만 년 전에 등장해서 지..

읽고본느낌 2017.06.13

다윈의 정원

장대익 선생의 다윈 시리즈 중 한 권이다. 그런데 다른 책과 달리 논문식으로 무척 딱딱하다. 학술용어도 많이 나오고 내용도 진화학의 사전 지식이 없으면 어렵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이런 책은 읽기가 만만찮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만 알아보는 식으로 대략 훑어보았다. 그렇지만 을 통해 현대 진화론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조망할 수 있다.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내용이 여럿 있다. 책의 1부는 현대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학술적으로 다루고, 2부는 진화학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진화학의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저자의 견해로 비판한다. 이 책의 부제가 '진화론이 꽃피운 새로운 지식과 사상들'이다. 인간에 대한 견해를 상기시켜주는 내용이 맨처음 나온다. 도킨스가 에서 밝힌 것으로,..

읽고본느낌 2017.05.28

다윈의 식탁

서점이나 도서관의 과학 코너에 있는 책의 저자는 대부분이 외국인이다. 가뭄에 콩 나듯 국내 저자의 이름이 보인다. 기초 과학 분야에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 이 반갑다. 진화생물학자인 장대익 선생이 썼다. 현대 진화론의 쟁점이 무엇인지 맛깔난 식탁에 차렸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알차서 좋다. 2002년 진화생물학자인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세계의 유명한 생물학자들이 모인다. 도킨스와 굴드를 수장으로 하는 일주일간의 토론회가 즉석에서 열린다. 명칭은 '다윈의 식탁'이고 토론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날: 자연선택의 힘(강간도 적응인가) 둘째 날: 협도의 진화(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셋째 날: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발생(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넷째 날: 진..

읽고본느낌 2015.03.26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이런 종류의 책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맛있게 요리를 하느냐에 읽는 재미가 결정된다. 지은이의 손맛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진화에 관한 획기적인 발상이 나오기 어려운 시점에서 발굴된 화석과 자료를 가지고 흥미 있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헤닝 엥겔른(Henning Engeln)이 쓴 는 인간의 기원에서 미래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친절한 설명서다. 따라서 책 역시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7백만 년 전에 유인원에서 갈라져서 진화하고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인류 발생사의 마지막 장면은 유전학, 언어학, 고고학의 조사 결과로 이젠 분명해졌다...

읽고본느낌 2014.11.29

오래된 연장통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전중환 교수가 쓴 책이다. 지은이가 인간의 뇌를 정의하는 한 마디가 바로 '오래된 연장통'이다. 인간은 텅 빈 백지로 태어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뇌는 우리 조상들이 무사히 살아남아 번식하게끔 해 주었던 행동지침들로 가득하다. 즉,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는 석기 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 망치, 대패, 톱 같은 도구가 들어 있는 연장통과 같다.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의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된 수많은 심리 기재들의 집합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오래된 연장통'이 인간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인간의 뇌는 현대의 복잡한 사회생활이나 정보화 시대에 맞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백만 년이 넘는 오랜 살았던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선택된 해결책들이 지금도 우리..

읽고본느낌 2014.08.15

특이점이 온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담고 있는 내용도 그만큼 충격적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이만큼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책도 드물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진화가 인류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특이점이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말한다. 블랙홀에서 사건의 지평선이 물질과 에너지를 끌어당기며 그 패턴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특이점은 생물학적 사고 및 존재와 기술이 융합해 이룬 절정으로서, 생물학적 근원을 훌쩍 뛰어넘은 세계를 탄생시킬 것이다. 특이점 이후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특이점이 임박한 시기에 ..

읽고본느낌 2014.07.28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7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41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370만 년 ~ 29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300만 년 ~ 24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에티오피쿠스(260만 년 ~ 230만 년 전) 호모 루돌펜시스(250만 년 ~ 18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210만 년 ~ 1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부스투스(190만 년 ~ 12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180만 년 ~ 3만 년 전) 호모 하이델메르겐시스(60만 년 ~ 20만 년 전)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20만 년 ~ 3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20만 년 전 ~ 오늘) 원시적인 인류의 형태는 약 2백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180만 년 전에 호..

읽고본느낌 2012.06.17

인류의 미래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결혼제도와 인류의 미래에까지 대화가 미치게 되었다. 서로간에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랐다. 지금의 일부일처 결혼제도가 인간 본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는 대개가 동의했지만 그래도 최선의 제도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성의 독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문명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들을 했다. 성의 자유화와 가족 붕괴 현상도 결국에는 다시 전통적인 가족 윤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들은 다른 시스템을 거의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어선지 가부장적인 숫컷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별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회 시스템은 인류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금으로서는 잘..

길위의단상 200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