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인류의 미래

샌. 2007. 9. 2. 17:13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결혼제도와 인류의 미래에까지 대화가 미치게 되었다. 서로간에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랐다. 지금의 일부일처 결혼제도가 인간 본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는 대개가 동의했지만 그래도 최선의 제도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성의 독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문명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들을 했다. 성의 자유화와 가족 붕괴 현상도 결국에는 다시 전통적인 가족 윤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들은 다른 시스템을 거의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어선지 가부장적인 숫컷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별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회 시스템은 인류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금으로서는 잘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기준으로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새로운 종이 우리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SF에서 사이보그나 로봇인간으로 부르는 기계와 인간이 결합된 신종이 출현할 수도 잇다. 생명체의 진화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힘을 입어 더욱 급속도로 일어날 것이다. 진화의 방향을 통제할 강력한 힘을 갖춘 제어 장치는 거의 없다.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겠지만 잠깐 속도를 지연시킬 뿐 변화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그런 쪽에 내기를 건다. 결혼제도란 한정된 지금 우리의 문화권에서만 유효한 가치일 뿐이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만나는 일은 결국 인류의 생존 기간에 달려 있다. 기술적으로 고도로 진화한 지능체가 생존의 비밀과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느냐가 우주에 얼마나 많은 지적 생명체가 있느냐를 결정할 것이다. 막대한 에너지를 손에 쥔 지적 생명체가 한 순간의 탐욕과 오판으로 절멸해 버릴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인류 유전자에 내재된 정복욕과 탐욕성으로 추측컨대 인류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그만큼 종말에 가까와진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인류는 지구상에 잠깐 나타났다가 한 순간에 사라진 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어쩌면 인류 생존은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인간의 파괴욕을 잠재울 혁명적인 지혜의 도래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인류는 평화를 배우는데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어쩌면 문명의 몰락까지 불가피할지 모른다. 쟈연이 끝없이 인내하고 참아준다면 인류는 다시 출발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옛 사람들이 그렇게 꿈꾸었던 유토피아가 먼 훗날에는 지구상에 꽃 피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긴 유전자 세탁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예술과 과학기술과 절대윤리가 조화된 미래의 모델은 상상에서는 즐겁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주와 인간의 본성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기가 격변의 시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생물 진화나 인간 문명도 변화기와 안정기로 나눌 수가 있는데 짧은 급변의 시기 뒤에 긴 안정기가 찾아왔다. 살아있는 것들의 변화는 불연속적이다. 변화는 늘 있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변화기가 과거와 다른 점은 파국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질적으로 과거와는 다르다. 환경, 종교, 교육, 과학기술 등 사회의 모든 면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동료 중 누구가 믿듯 가역적인 것이 아니라,비가역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방법도다양한 시도들이 생겨날 것이고, 새로운 시스템이 새로운 사회에 맞게 생겨날 것이다. 예전에는 불륜이라 부르던 금기행위들이 이미 공공연히 무시되고 있다. 성적 신모럴의 등장이 코 앞에 다가오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지는 모르지만 대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좋고 나쁘고를 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가치 판단 유보로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해서도 안 된다. 이런 시기일 수록 인문학적인 성찰과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넓은 시각과 깨어있는 의식이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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