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8

수산리 굴참나무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참나무가 다섯 그루 있다. 이 수산리 굴참나무도 그중 하나다. 울진군 근남면 수산리의 작은 언덕 위에 있다. 옆으로는 왕피천(王避川)이 흐른다. 수령은 300년 정도로 추정하는데, 참나무가 이 정도면 굉장히 오래 산다고 할 수 있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6m다. 고령 탓인지 나무는 많이 상했다. 센 태풍이 지나가면 위태할 정도로 허약해 보인다. 인간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이만큼이라도 삶을 유지하지 않나 싶다. 옛날에는 성류굴이나 불영사를 찾아가는 행인들의 이정표 역할을 이 나무가 했다고 한다. 언덕에 큰 참나무가 있으니 그걸 끼고 돌아가면 된다고 알려주었을 것이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있으니 나무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작은 화면을 쳐다보느라 거목이 있는지..

천년의나무 2019.12.11

백양사 갈참나무 길

전남 장성 백양사로 들어가는 길에 갈참나무 군락이 있다. 수령이 300년이 넘는 갈참나무 30여 그루가 자란다. 그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700년 된 갈참나무도 있다. 야산에서 흔히 보는 갈참나무가 이런 고목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원래 이곳은 갈참나무 숲이었고, 이만한 갈참나무가 남아 있음은 정성들여 보호한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도로에 자리를 내어주고 나무만 덩그라이 서 있다. 원래의 생육 환경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우회 도로를 만드는 등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갈참나무 노거수가 모여 있는 이런 군락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천년의나무 2019.03.22

엄미리 참나무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에 있는 엄미리는 장승마을로 불린다. 격년으로 마을 장승제가 있는데 올해는 11월 하순에 열린다는 현수막을 보았다. 장승제를 지내는 장소가 바로 이 200년 된 참나무 앞이다. 나무 앞에는 지난 장승제 때 세운 장승이 도열해 있다. '천하대장군' 장승인데 '수원 70리' '서울 70리'라 적힌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이 참나무의 높이는 21m, 줄기 둘레는 3.3m다. 갈참나무로 보이는데 정확히는 확인하지 못했다. 대단해 보이지는 않아도 참나무 종류가 200년이 되었으면 상당한 연륜이다. 숲을 잘 관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천년의나무 2018.11.20

원터골 굴참나무

청계산 등산로 입구인 원터골에 있는 굴참나무다. 옛날에는 두 그루였는데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옆에 있던 나무는 아마 병사한 듯하다. 남아 있는 나무도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고 줄기 밑둥에는 약재 처리된 비닐이 감겨 있다. 참나무마름병이라고 한다. 인간의 도움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 굴참나무는 수령이 200년이 넘었다. 참나무 종류가 200년을 넘게 살았다는 것은 굉장한 고목이다. 나무 높이는 27m, 줄기 둘레는 3.8m다. 부디 건강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천년의나무 2017.09.06

탄벌동 참나무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炭筏洞)은 옛날에 숯을 굽던 마을에서 유래되었다. 지금도 숯가마골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그래선지 뒷산에는 참나무가 많다. 숯가마골 입구에 오래된 참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이 거의 300년 가까이 된 나무다. 참나무가 수백 년을 산다는 건 드문 일이다.그래서 이 나무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유지에 속해 있는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다. 이 나무가 참나무 중에서 어떤 종류인지는 확인을 못했다. 짐작건대 갈참나무가 아닌가 싶다. 내 고향에는 600년 된 갈참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로 독야청청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나무도 대단하다. 다만 주변 나무들 때문에 생장에 제한을 받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2.03.06

병산리 갈참나무

갈참, 굴참, 졸참, 신갈, 떡갈, 상수리, 이 참나무 육형제는 구별하기 힘들다. 지금까지도 두루뭉술 그냥 참나무라 부른다. 참나무는 정식 이름이 아니라지만 워낙 익숙한 말이라 차라리 인정을 해주는 게 어떨까 싶다. 경북 영주시 단산면에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갈참나무다. 수령이 600년이나 되었다. 산에서 흔히 만나는 잡목도 연륜이 쌓이니 이렇게 품위 있는 거목이 되었다. 나무는 마을 옆 높은 터에서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키는 15 m, 줄기 둘레는 4 m이다. 전해오는 말로는 세종 8년(1426)에 봉례공 황전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왜 하필 갈참나무일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우리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을지 모른다. 황전은 순흥에 위리안치되었던 금성대군이 만나..

천년의나무 2011.05.17

백양사 갈참나무

장성의 백양사(白羊寺)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걷다 보면 아름드리 갈참나무들의 환영을 받는다.그 중에서도 '할아버지 나무'라 할 수 있는 이 갈참은 수령이 700 년이나 되었다. 키고 크지만 줄기의 굵기도 엄청나다. 특히 땅으로 파고들어가는뿌리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옆에 있으면 큰 나무의 위용에 압도 당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의 가을에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넘어가는 길의 코스모스가 무척 아름다웠다. 지금도 가을 하면 그 길의 코스모스가 먼저 떠오른다. 이번에 보니 백양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단풍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가을이 되면 이곳의 단풍길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단풍 터널이 끝나고 절이 가까워지면서는오래된 갈참나무들이 나타난다. 오래된 나무에게서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기운이 ..

천년의나무 2008.09.05

면앙정 갈참나무

담양에 있는 면앙정은 송순(宋純, 1493 - 1583)이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에 세운 정자다. 작은 언덕 위에 들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있는 정자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다. 송순이 자연 속에 묻혀 살겠다는 소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송순은 정자를 지은 뒤 정자 주변에 주로 참나무과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면앙정 주위에는 오래된 갈참나무 네 그루가 있는데, 안내문에는 수령이 200 년으로 되어 있다. 그 나무를 송순과 연결시키고 싶지만 안내문 내용이 맞다면 송순이 심은 나무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많고 많은 나무들 중에 흔하고 별 볼품 없는 갈참나무를 심었다는 것이 송순의 소박한 인간됨을 말해 주는 것 같아 반갑게 느껴진다. 십년을 경영(經營)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여 내니 나 한 칸 달 ..

천년의나무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