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 5

장자[90]

내 너에게 이르나니 삼왕오제의 다스림이란 명분은 다스림이라 하지만 실은 어지러움이 막심했다. 유묵이 숭상하는 삼왕의 지혜란 위로 일월의 밝음을 어그러지게 하고 아래로 산천의 정기를 배반하고 가운데로 사계절의 운행을 잃게 했다. 그들의 지혜란 전갈과 독별의 꼬리보다 혹독하여 눈에 띄지 않는 짐승들조차 타고난 본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리어 스스로 성인이라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진실로 부끄러움이 없는 자들이다. 余語汝 三王五帝之治天下 名曰治之 而亂莫甚焉 三皇之知 上悖日月之明 下山川之精 中墜四時之施 其知참於뢰치之尾 鮮規之獸 莫得安其性命之情者 而猶自以爲聖人 不可恥乎 其無恥也 - 天運 5 노자와 공자의 대화 중 일부인데 여기서도 도가의 역사관이 잘 드러나 있다. 태평성대라 불리는 삼..

삶의나침반 2009.10.17

장자[89]

학은 날마다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정 칠을 안 해도 검소. 흑백이란 자연이므로 분별할 것이 못 되며 명예란 볼거리에 불과한 것이라 키울 것이 못 되오. 샘물이 말라 고기들이 모두 뭍으로 나가 서로 물기를 끼얹고 거품으로 적셔주는 것은 강과 바다에서 서로 잊고 모른 척하는 것만 못할 것이오. 夫鵠不日浴而白 鳥不日黔而黑 黑白之朴 不足以爲辯 名譽之觀 不足以爲廣 泉학 魚相與處於陸 相구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 天運 4 공자가 노자를 찾아가 한 수 배우기를 청했다. 노자는 공자가 말하는 인의(仁義)는 모기나 등에와 같아서 사람을 근심스럽게 하여 마음을 막히게 한다고 가혹하게 답한다. 도(道)가 사라진뒤에 인의로 세상을 구하려는 것은 마치 북을 치며 죽은 자식을 찾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삶의나침반 2009.10.11

장자[88]

옛 진인은 잠시 인에서 길을 빌리고 의에서 잠자리를 의탁하지만 자유로운 소요의 공허에 노닐며 진실로 간소한 밭에서 먹고 남을 빌리지 않는 들에 서 있었다. 소요는 인위가 없음이며, 간소함은 보양을 쉽게 하는 것이요, 빌리지 않음은 소모가 없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를 일러 진리를 캐는 놀이라고 했다. 古之至人 假道於仁 託宿於義 以遊逍遙之虛 食於苟簡之田 立於不貸之圃 逍遙無爲也 苟簡易養也 不貸無出也 古者謂是采眞之遊 - 天運 3 이 대목에서는 '진리를 캐는 놀이'[眞之遊]라는 표현에 눈길이 간다. 인생이란 유쾌한 놀이가 되어야 한다.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고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즐기며 자족할줄 모른다면 삶의 멍에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꿉장난을 하며 놀듯이 인생도..

삶의나침반 2009.10.10

장자[87]

옛날 서시는 가슴병이 있어 마을에 살 때 자주 눈을 찡그렸다. 마을에 추인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마을에 돌아오자마자 자기도 가슴을 부여안고 눈을 찡그리고 다녔다. 마을의 부자들은 그것을 보자 문을 걸어 잠그고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았으며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것을 보자 처자식의 손을 끌고 마을을 떠나 달아나 버렸다. 그녀는 찡그린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 알았지 그 까닭을 몰랐던 것이다. 故西施病心 而빈其里 其里之醜人 見而美之 歸亦捧心 而빈其里 其里之富人見之 堅閉門而不出 貧人見之 설妻子而去之走 彼知빈美 而不知빈之所以美 - 天運 2 서시(西施)는 춘추전국시대에 월(越) 나라의 미인이었다.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그 시대의 여자들에게 모방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09.09.29

장자[86]

그러므로 공경함으로써 효도하기는 쉽지만 사랑함으로써 효도하기는 어렵고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쉬우나 친지를 잊기란 어렵고 친지를 잊기는 쉬우나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고 친지가 나를 잊게 하기는 쉬우나 천하를 두루 잊기란 어렵고 천하를 두루 잊기는 쉬우나 천하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故曰 以敬孝易 以愛孝難 以愛孝易 以忘親難 忘親易 使親忘我難 使親忘我易 兼忘天下難 兼忘天下易 使天下겸忘我難 - 天運 1 일상의 효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장자가 말하는 '효 넘어의 효'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모[親]를 잊고 나[我]를 잊으라는 것은 효를 하고 있다는 의식조차 들지 않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예수가 말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과 통한다. 그런데 더 나아가 천하를 잊..

삶의나침반 2009.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