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24

우전리 팽나무

분재처럼 완벽한 수형을 갖춘 팽나무다. 그러나 줄기를 들여다보면 역시 팽나무의 자유분방한 특징이 드러난다. 여러 개의 줄기가 얽히고설키면서 재미있는 형상을 만들고 있다. 잘 찾아보면 남근 모양도 보인다. 수령이 500년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팽나무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나무 높이는 12m, 줄기 둘레는 4.3m다. 신안군 증도면 우전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23.05.19

지도읍사무소 팽나무

신안군 지도읍사무소 안에 있는 팽나무다. 사무소가 있는 자리는 과거에는 지도군 관아가 있던 곳이다. 그래선지 오래된 팽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이 팽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로 가족 중 제일 맏형이다. 고목이 된 팽나무 줄기는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 팽나무도 예외가 아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나무는 남향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4m에 이른다.

천년의나무 2023.05.19

광한루원 팽나무(2022/11/3)

광한루원에는 오래되고 멋진 버드나무가 많지만, 이 팽나무도 버드나무에 못지 않게 인기가 있다. 지나는 사람마다 나무의 위용에 감탄하면서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가을이 되어 노란 옷으로 갈아입으니 더 멋지고 당당해 보인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조선 명종 13년(1558)에 심었다고 한다. 나무를 심은 연대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드문 일이다. 아마 기록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이 팽나무는 광한루원을 조성하기 전 옛 '남산관' 마당에 있던 정원수였다고 한다. 남산관이 어떤 건물이었는지는 설명이 없다.

천년의나무 2022.11.07

명월리 팽나무 군락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 군락지다.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하천변을 중심으로 수령이 5백 년 된 팽나무 6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팽나무가 워낙 자유롭게 자라는 나무다 보니 줄기와 가지의 생김새가 전부 다르고 독특하다. 볼만한 광경이다. 팽나무는 그 생김새 때문에 여름보다는 겨울에 보는 게 더 멋있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은 해변의 관광지와 멀어서 조용하고 깔끔하다. 이곳 명월리도 그렇다. 명월리에는 16세기 후반에 군위 오씨가 들어오면서 주성을 이루게 되었다. 마을은 꽤 넓다. 주민이 늘어나며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개울을 따라 팽나무가 심어진 것 같다. 명월리는 가수 백난아 씨의 고향이라고 한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며 머릿속에는..

천년의나무 2019.03.12

어음리 팽나무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팽나무다. 수령은 400년 정도 되었고, 나무 높이는 18m, 줄기 둘레는 4.8m다. 나무는 전체적으로 가지가 많이 상했고, 줄기에도 옹이가 많이 생겨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겪은 풍상을 말해주는 듯하다. 제주 4.3 사건 때 어음리도 큰 피해를 봤다고 한다. 그때의 고통이 나무에 새겨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잔하게 바라보게 되는 제주의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9.03.10

유수암리 팽나무

제주도에는 팽나무가 많다. 어떤 마을에는 수십 그루 고목이 자라기도 한다. 이 팽나무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流水岩)리에 있다.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된다. 나무 높이는 7m, 줄기 둘레는 3.4m다. 마을 이름으로 봐서는 마을을 지나는 개울이 있는 것 같다. 깔끔한 마을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나무는 돌담 옆에 두 그루가 붙어서 자라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나무로 보인다. 가까이 또 다른 나무가 있다. 나무 하나에는 담쟁이덩굴이 기어 올라가 줄기를 덮었다. 나무 생육에는 방해가 될 텐데 그대로 두고 있다. 식물끼리는 그렇게 서로 어울려 사는지 모르겠다.

천년의나무 2019.03.07

공세리성당 팽나무와 느티나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공세리성당의 팽나무와 느티나무다. 단아하고 정갈한 자태의 두 나무는 성당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성당이 나무를 돋보이게 하고, 나무가 성당을 살린다. 성당과 나무가 만드는 조화와 아름다움을 내 사진 실력으로는 나타낼 수 없다. 다시 찾아와야 할 과제를 안았다. 성당으로 올라갈 때 먼저 팽나무를 만난다. 공세리성당 '문지기 나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 3백 년 세월의 흔적은 뿌리에 온전히 드러나 있다. 고난과 박해 위에 활짝 꽃을 피운 신앙의 열매를 보는 것 같다. 성당 옆 뜰에는 수령 380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1600년대에는 세곡을 하역하는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이 나무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고종 31년(1894)에 옛 성전을 건립할 때 성당 옆으로 ..

천년의나무 2018.06.19

간월암 사철나무

간월암(看月庵)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떠오르는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그전에는 피안도(彼岸島) 또는 연화대(蓮花臺)로 불렸다.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된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해서 오늘에 이른다. 간월암 경내에 250년 된 사철나무가 있다. 높이는 3.5m인데 더는 위로 자라지 못한다. 줄기 가운데 부분은 상해서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줄기에서는 연륜이 느껴지지만 잎은 여전히 싱싱하다. 2백 년이 넘은 사철나무는 처음 본다. 간월암에는 사철나무 외에 15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간월암을 멀리서 보면 여러 그루의 팽나무가 호위하고 있는 듯 하다. 간월암 풍경을 살려주는 데 나무가 큰 몫을 하는 건 물론이다.

천년의나무 2016.04.20

평사리 건팽나무

건팽나무는 처음 들어본다. 비슷한 이름으로 검팽나무가 있는데 둘이 같은 나무인지는 잘 모르겠다. 안내문에는 분명히 '건팽'으로 적혀 있는데, 나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하동 섬진강변에 있는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이 되었다. 나무 높이는 20m, 줄기 둘레는 5.2m다. 지금은 공원으로 변한 이 자리도 예전에는 강변 마을이 있었던 것 같다. 안쪽과는 도로로 격리되어 지금은 강 따라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가끔 찾을 뿐, 인적 드문 곳이 되었다.

천년의나무 2016.03.24

저지리 팽나무

저지오름을 찾아가다가 만난 팽나무다. 오름 가까이 있는 저지리는 꽤 큰 동네다. 나무는 동네에서 저지오름 가까운 곳에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350년이고, 나무 높이는 7m, 줄기 둘레는 2.2m로 나와 있다. 이런 큰 나무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육지에서 버드나무가 하는 역할을 제주도에서는 팽나무가 한다. 제주도에는 많은 팽나무 노거목이 있다고 알고 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이 나무들을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6.01.16

교래리 팽나무

제주도가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건 나무 종류가 육지와 다른 때문일 것이다. 야자수 가로수라도 만나면 더할 나위도 없다. 길을 걷다가 보면 나무 이름이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현지 주민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 나무도 육지 같았으면 십중팔구 느티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느티나무가 육지만큼 흔하지 않다. 중부 지방에서 느티나무의 위치를 이곳에서는 팽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18번 도로변에 있는 이 팽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 되었다.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4.5m다. 팽나무를 제주도 사람들은 '퐁낭'이라고 부른다.

천년의나무 2013.12.17

서귀동 팽나무

화가 이중섭은 1951년 한국전쟁 때 제주도 서귀포에서 1년가량 머물렀다. 네 가족이 좁은 방 하나에서 살았지만 그에게는 제일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화가가 살았던 집에는 당시 집주인이었던 할머니가 지금도 살고 계신다. 주변은 이중섭 미술관을 비롯해 문화의 거리로 변모했다. 집 앞에 있는 이 두 그루의 팽나무는 화가가 제주도 생활을 할 때 쉼터 역할을 했던 나무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의 소재가 된 나무다. 수령은 200년 정도 되었다. 근처에 있는 아래 향나무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작품 구상을 위해 이 향나무 아래서 자주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 이중섭의 체취가 묻어 있는 나무들이다.

천년의나무 2013.12.15

임리정 팽나무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 임리정(臨履亭)에 있는 팽나무다. 임리정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1548~1631)이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건물로 금강을 바라보는 얕은 언덕에 있다. 시경에 나오는 '두려워하기를 깊은 연못에 임한 것 같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것 같이 하라[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라는 구절에서 임리정이라 하였다. 항상 몸가짐을 두려워하고 조심하라는 선인의 뜻이 담긴 이름이다. 이 나무는 수령이 300여 년이 되었는데 훤히 트인 금강의 조망을 살짝 가려준다. 비슷한 크기의 나무가 임리정 뒷쪽에도 있다.

천년의나무 2013.10.28

장지리 팽나무

여수 금오도 장지리에 있는 팽나무다. 장지리는 금오도 비렁길 마지막 구간인 5코스의 종점 마을이다. 동네 가운데에 있는 이 당산나무는 바다를 굽어 보며 당당히 서 있다. 나무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2.4m, 수령은 200년이 되었다. 이렇듯 팽나무는 남쪽 지방에 내려와야 자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살고 있는 나무로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다음으로 팽나무다. 예전에는 보릿고개를 넘길 때 곡식에 팽나무 잎을 섞어 먹었다고 한다. 그만큼 민중의 삶과 밀접했던 나무가 팽나무다.

천년의나무 2013.10.09

사직리 팽나무

보은군 탄부면 사직리 마을 어귀에 있는 팽나무다. 보호수이면서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잘 관리되고 있다. 나무 높이는 19m, 줄기 둘레는 3.3m에 이른다. 마침 나무 아래서 쉬고 계시는 마을 어르신 한 분을 뵈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20년으로 나와 있는데 더 되어 보인다 했더니 200년도 넘었을 거라고 하신다. 본인이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는데 70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크기였다며 나무 자랑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런데 10여 년 전에 고사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바닥의 시멘트를 걷어내니 다시 살아나더라고 설명하신다. 어르신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이곳 주산물이 고구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구마꽃을 보신 적이 있냐니까, 잘 피지 않는데 금년에는 보인다면서 산 쪽 밭으로 안내를 자청하신..

천년의나무 2012.08.23

건봉사 팽나무

고성에 있는 금강산 건봉사(乾鳳寺)는 신라 법흥왕 7년(520년)에 아도(阿道) 화상이 창건한 고찰이다. 조선 시대 때는 전국 4대 사찰의 하나로 규모가 컸으며,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호국 도량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전쟁 중 남북 간 치열했던 공방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 복원이 시작되고 있다. 건봉사 불이문(不二門) 옆에 5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끔찍했던 병화(兵火)를 이기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전쟁 전 766칸에 달했다는 건물이 모두 소실되었는데 유일하게 불이문과 이 팽나무만 살아남았다. 수백 년을 살아가는 고목을 보면 뭔가 신령한 기운이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수없는 천재지변에 견뎌내지 못한다. 이 나무도 마찬가지다...

천년의나무 2012.02.27

광한루원 팽나무

광한루원에는 오래된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 명종 재위 무렵(1558년)에 심어졌다고 하니 수령이 450년이 된 고목이다. 원래는 '남산관' 마당의 정원수로 있었는데 광한루원을 조성하면서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나무는 높이가 18 m, 가슴 둘레가 3.7 m 정도 되는데,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모양이 멋지다. 400살이 넘는 나이임에도 건강하고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1.10.10

망해사 팽나무

전북 김제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담한 절이 있다. 망해사(望海寺)다. 망해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에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기록에 의하면 그때의 절은 땅이 무너져 바다에 잠겨버렸고, 선조 22년(1589)에 진묵선사(震默禪師)가 낙서전(樂西殿)을 지으면서 재건시켰다고 한다. 지금 낙서전 앞에 있는 팽나무 두 그루는 건물의 준공 기념으로 진묵선사가 직접 심은 것이다. 400년이 넘은 나무다. 망해사는 소박하면서 정갈한 절이다. 절이 앉아 있는 산도 작고 집도 작다. 한옥을 닮은 작은 집 네 채가 겸손하게 앉아 있다. 부처를 따르는 마음이 이래야 한다는 듯 절 자체가 말 없는 설법이다. 망해사에 들면 마음이 따스하고 편안해진다.낙서전(樂西殿), 청조헌(聽潮軒)같은 이름도 정겹다..

천년의나무 2010.10.12

무장읍성 팽나무

전북 고창에 있는 무장읍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에 축조한 성이다. 왜구 침략에 대비하여 세운 성인데 둘레가 약 1.4 km에 이른다. 현재 객사를 비롯한 옛 건물이 몇 채 남아있는데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이곳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때 농민군이 맨 처음 입성한 현장이라고 한다. 읍성 안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 이 팽나무다. 줄기 모양으로 보았을 때 족히 500년은 되어 보인다. 마침 이 팽나무 옆에는 옛날 관리들의 송덕비가 길게 늘어서 있어 세월과 인간사의 무상함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인간은 죽어서도 무언가 흔적을 남기려 하지만 채 백년이 지나지 않아 오든 게 잊혀질 뿐이다. 더구나 그것이 부끄러운 기념물이 될 줄 그 누가 ..

천년의나무 2010.04.09

노적봉 여자나무

목포시 유달산에 있는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 짚으로 바위 봉우리를 둘러막아 군량미로 보이게 위장함으로써 왜군이 겁을 먹고 도망가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 노적봉에 여자의 몸을 닮은 나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안내판에는 다산목(多産木)으로 나와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여자나무[女人木]로 부른다. 누운 여자를 닮은 나무가너무 적나라해서 동행에 따라서는 민망해질 수도 있는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이 나무는 주민들 사이에서 아이를 많이 낳게 해 준다는 믿음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이 나무를 쳐다보며 기원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여근목인 셈이다. 10년 전에 일반에 공개되었다는데 나무는 큰길 바로 옆에 있어 짖궂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건드린 흠집도 보인다. 이 나무의 수..

천년의나무 2010.02.27

금남리 황목근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에 있는 이 나무는 너른 들판에 홀로 서 있다. 그 자태가 당당하면서도 아름답다. 느릎나무과의 일종인 팽나무인데 황목근(黃木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5월에 누런 꽃을 피운다 하여 황(黃)씨 성을,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목근(木根)이라고 불려진다. 이 나무는 자신의 이름으로 3천 평이 넘는 땅을 소유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공동 재산을 이 나무 앞으로 등기해 놓은 것이다. 마을 회의록을 통해 전해지는 이런 사실이 1900년대 초의 일이라고 하니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 뜻이 더해져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400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의 나이는 500 살 가량 되었고, 크기는 15 m, 줄기 둘레는 3.2 m이다. 당연히 마을이 동신목(洞神木)으로 보호 받고 있..

천년의나무 2010.02.20

공세리성당 팽나무

아산 공세리성당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여러 그루 있다. 그중에서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이 팽나무는 우람한 기상이 아름다운 서양식 성당 건물과 잘 어울린다. 서로가 세월의 연륜을 확인시켜 주는 듯 하다. 수령은 삼사백 년이 족히 되어 보이는데 백 년 가까이 된 성당 건물보다는 한참이나 선배뻘이다. 옛날에는 이곳이 해운 운송의 중심지였고,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나 사무실같은 건물들이 여럿 있었을 것이다. 1800년대 말에 충청도에서는 두 번째로 이곳에 성당이 세워졌다. 야트막한 언덕에 서 있는 이 팽나무는 그 모든 변화의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뜨거운 여름 한낮, 팽나무 옆의 성모상도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시는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08.08.15

삼인리 팽나무

남부 지방에서는 흔하게 본다는 팽나무를 중부 지방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주위에서 잘 보지 못하니 팽나무가 눈에 익지 않다. 팽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남쪽 지방에서는 해안가의 방풍림으로도 심고,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의 당산나무로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보호수로 지정된 것만 500여 그루라고 하니 은행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사랑 받고 있는 우리의 나무라 할 수 있다. 팽나무라는 특이한 이름은 바닷가에 심었다는 의미의 포구나무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포구나무 또는 폭나무로도 불린다는데, 그 이름이 뒤에 팽나무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 있는 삼인리 팽나무는 수령이 약 300년이고, 현재 고창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줄기의 둘레가 4.5m에 이르는데, 몸통에서..

천년의나무 2007.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