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41)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는 사람을 본다. 좌우로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며 손끝에서 그림이 완성된다. 얼마나 고될까, 안쓰러우면서 식구를 먹여 살리는 노동 앞에서 숙연해진다. 누구나 제 인생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사무실에 앉아있어도 외줄 타기의 긴장은 있다. 밥벌이를 위한 일상의 노동은 장소가 어디든 숭고하다. 때로는 삶이 비루해 보일지라도 땀 흘리며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살아내라는 명령은 인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 세상에 나와 제 몫을 한다는 것만큼 엄숙한 일도 없다. 육체노동이라고 괄시받아서는 안 된다.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든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직업을 귀천으로 구별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우선이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