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4

하나님 놀다 가세요 / 신현정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살랑 나부끼는 뿔이랑 옷 하얗게 입고 어쩌면 하나님 당신하고 하도 닮아서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놀다 가세요 뿔도 서로 부딪치세요 - 하나님 놀다 가세요 / 신현정 염소와 같이 뛰노는 하나님은 생각만 해도 귀엽고 유쾌하다. 아니 하나님은 염소를 닮아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구분도 잘 안된다. 하나님은 거대한 성전, 거룩한 의식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 안에 계시고, 그 모든 것이시다. 그러나 귀여운 아..

시읽는기쁨 2008.01.04

[펌] 아버지 하느님 엄마 하느님

청년들은 겸연쩍게 제 고민을 털어놓는다. 교회가 잘못된 게 참 많은데 비판을 하자니 목회자나 교회에 순종하지 않는 게 신앙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대답한다. “다니는 곳이 교회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보세요. 십자가 단 건물에 강대상 놓고 예배 본다고 교회는 아니니까요. 만일 교회가 아니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어요. 예루살렘 성전의 아름다움에 찬탄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쓰게 웃으며 한 말 기억하지요?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제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것이다.’(마태 24) 바로 우리에게 한 말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대개 ‘윤리적 타락’이라는 면에서 해석되곤 한다. 교회가 개혁되면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교회개혁 운동의 열정을 진심..

길위의단상 2007.10.07

[펌] 내 하느님이 계시는 곳

우리는 흔히 예수님을 만나러 교회나 성당에 간다. 성당에 가면 제대 위에 커다란 십자고상이 있고 벽에는 다양한 성화나 14처를 걸어 둔다. 그리고 안벽 감실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평일에도 성당에 가면 저절로 머리가 조아려진다. 미사가 거행되면 그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참례자 모두 지난 주간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주님의 은총 속에 새롭게 거듭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미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매일의 삶을 지배하는 ‘아집과 탐욕’에 사로잡혀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낸다. 교회는 이를 일러 ‘악’이라고 부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일주일 가운데 6일을 악의 지배 아래 있다가 겨우 하루 성당에 나가 자신의 게으름과 나약함을 탓하며 다시는 그..

참살이의꿈 2007.04.22

하느님은 유죄인가?

어제 저녁 미사는 특별했다. 강론 시간에 바오로딸 수녀님들이 연극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 제목이 `하느님은 유죄인가`였다. 마침 어제가 전교 주일이었다. 바오로딸은 출판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는 수녀원이다. 가톨릭 신자가 된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강론이 연극으로 대신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형식의 파격이 더욱 좋았다. 그런 파격이 주는 긍정적인 인상과 내용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감동을 주었다. 연극 내용은 다음과 같다. 神이 법정에 기소되었다. 검사와 검사 쪽 증인 두 명이 神을 고발한 것이다. 검사의 기소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킨 죄.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까 말까 한 ..

길위의단상 2003.10.20